국가든, 기업이든 ‘인재’는 조직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경영의 신’이란 별명을 가진 잭 웰치(GE 前CEO)도 임기 중 75%의 시간을 인재 선발과 배치, 교육, 보상 및 방출하는데 썼다고 밝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선진국들은 이민 정책으로, 기업들은 보상과 복지로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역사 속에는 본인의 부족한 능력을 우수한 인재들로 극복한 선례가 많다. 성품은 편협했지만 이순신, 유성룡을 발탁하며 인재를 보는 눈은 탁월했던 조선의 선조나, 무식한 한량이었지만 최고의 부하들을 거느려 배경·자본·능력 무엇하나 부족할게 없었던 항우를 꺽은 한고조 유방 등이 있다.

근대사에는 친(親)이민 정책으로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인 미국이 있다. 미국은 맨해튼 개발을 책임졌던 오펜하이머,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 등 우수한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2차 세계대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러한 이민정책은 2천여년 전 중국 대륙의 전국시대에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당시 진·초·제·연 등 일곱 국가, 일명 전국칠웅은 대륙 전역에서 인재를 끌어들이고자 애썼다. 그 과정에서 닭·개소리 내는 사람까지 부하로 삼은 맹상군의 계명구도(鷄鳴狗盜), 숨겨진 인재는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모수의 일화를 담은 낭중지추(囊中之錐) 등 고사성어가 생겨났다.

그 중에서도 “오백 금을 주고 죽은 말의 뼈를 산다”는 매사마골(買死馬骨)은 약소국이 인재를 모여들게 한 재밌는 일화로 꼽힌다. 고사의 무대가 된 연나라는 당시 내란과 외침으로 왕과 재상이 죽고 제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도망갔던 공자 직(職)이 돌아와 연나라 왕위를 이어받으니 그가 명군 소양왕(昭襄王)이다.

소양왕은 나라를 되살릴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 대부 곽외에게 지혜를 구했다. 이에 곽외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옛날 어느 왕이 천리마(천리를 가도 힘이 넘치는 말)가 갖고 싶어 신하에게 천금을 주며 구해오라 했습니다. 그러나 신하는 죽은 천리마의 말뼈를 오백금을 주고 사왔습니다. 이에 왕이 화를 내자 그 신하는 ‘죽은 말뼈도 오백금에 살 정도면 진짜 천리마는 더 비싸게 살거란 소문이 돌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그 후 신하의 말대로 천리마들을 팔려는 사람들이 왕에게 모여들었습니다.”

소양왕은 그럼 그 말뼈 같은 인물이 누구냐고 묻자 곽외는 자신이라고 답했다. 왕이 곽외를 중용하자 이윽고 연나라로 곽외보다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인재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원수인 제나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인 장군 악의도 있었다. 이 일화는 매사마골(買死馬骨) 또는 사마골오백금(死馬骨五百金)의 고사성어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 중국의 전국시대의 지도. 우측 최상단이 매사마골의 무대인 연(燕)나라 (위키피디아 자료)
△ 중국의 전국시대의 지도. 우측 최상단이 매사마골의 무대인 연(燕)나라 (위키피디아 자료)

오늘날 선진국들은 대부분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적인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민 정책을 두고 찬반이 오가고 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민 근로자가 기업 활동에 기여한다“는 국민 응답이 71.2%가 나올 만큼 산업발전을 위한 이민근로자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이나 유색 인종'을 배척하는 경향이 심하다고 한다. 국민 중 58.9%는 ”한국에 사는 이주민이 한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세계 굴지의 IT기업인 미국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끄는 CEO 순다르 피차이와 사티아 나델리는 모두 인도 출신 이민자다. 능력에는 색깔이 없다. 선진국들과의 경쟁에도 뒤처지고 이민정책에도 후발주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천리마를 얻기 위해 말뼈도 귀하게 여기는 매사마골의 교훈을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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