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기 때문에 현대 문명의 존속 여부와 상관없이 기후 변화를 저지해야 한다.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2003~)는 세계의 제도권 언론과 사회 지도층이 기후 변화 저지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녀는 열다섯 살이던 2018년 9월부터 환경 운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기후 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정치인들과 기득권층을 비판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1인 시위를 하며 등교를 거부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진보적 청소년층은 트위터에 올라온 그녀의 1인 시위 활동을 보고 크게 환호했다.

이후 그녀는 골든카메라상 기후보호특별상 수상(2019), 제15회 레이첼카슨상 수상(2019), <타임>지 선정 역대 최연소 ‘올해의 인물’(2019), <포브스>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네이쳐>지 선정 ‘올해의 인물’(2019) 10인 등의 성과로 기후 위기를 알리는 국제적 활동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 2019년 5월과 12월, 지 표지모델로 두 번이나 등장한 그레타 툰베리
△ 2019년 5월과 12월, 지 표지모델로 두 번이나 등장한 그레타 툰베리

나탄 그로스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그레타입니다(I Am Greta)>(2020)에서는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상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 영화는 2020년 9월 3일 제77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고, OTT채널 훌루(Hulu)를 통해 2020년 11월 13일 정식 개봉했다.

그녀가 대서양을 항해하는 장면에 이어 이산화탄소가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기온이 상승하겠느냐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편향된 주장이 진짜 문제라는 기득권층의 목소리가 들리며 영화가 시작된다.

그녀는 수업 시간에 굶주린 북극곰, 홍수, 가뭄, 허리케인의 위력 같은 정보에 접하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눈을 뜬다. 어른들이 겉으로는 하나뿐인 지구를 소중히 지키자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다르게 행동한다고 느낀 그녀는 매주 금요일마다 결석하는 대신 스톡홀름 거리에 나가 1인 시위를 하며 기후 문제를 방관하는 기성세대를 비판한다. 그녀가 기후 위기 알림 전단지를 나눠주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딸의 시위를 응원하지 않던 아버지는 전단지를 보고 딸의 전문 지식에 놀란다.

△ '나는 그레타입니다'의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포스터(2020)와 한국 개봉 포스터(2021)
△ '나는 그레타입니다'의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포스터(2020)와 한국 개봉 포스터(2021)

이런저런 장면이 지나가고 그녀는 2018년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 참석해 발표해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총회에 참석해 ‘우리가 여러분들을 지켜볼 것’이라는 주제로 연설한다. 그녀는 각국 정상에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행동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기만적 태도를 알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연설의 마지막 대목은 이렇다.
“우리는 결코 여러분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 후에 그녀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에 초청받아 다시 연설한다.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이 발언은 특히 세계의 환경보호 단체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녀를 비난하는 여론도 있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그레타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며 그녀를 조롱했고, 일부 언론에서도 도덕성을 과시하는 꼬맹이라며 그녀의 활동을 평가 절하했다. 그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저런 장면이 흘러가고, 다시 2019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장에서 연설한 그녀는 경제 성장과 비용 문제에만 관심 있는 기성세대들은 기후 정책에 공수표만 날렸다고 비판하며, 그 사람들을 용서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녀의 발표가 끝나자 뉴욕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가 끝나자 그녀는 스웨덴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하나에 꽂힐 텐데, 자신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문제에 꽂혔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난다.

△ 영화 '나는 그레타입니다'(2020)의 장면들
△ 영화 '나는 그레타입니다'(2020)의 장면들

영화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져 문명의 종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데,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며 어른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추궁한다. 영화에서 그녀는 기후 위기가 자신 같은 젊은이에게 미칠 영향을 크게 걱정했다.

그녀의 주장은 호소력이 높았는데 감정적 격분에 머무르지 않고 전문적인 식견이 상당한 수준에서 뒷받침된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산업혁명 이전과 대비해 기후 변화의 한계치를 국제 사회가 합의했던 2°C 기준을 전면 폐기하고 1.5°C로 낮추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녀는 영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불이 났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화재 발생에 비유하니 그만큼 화급하게 느껴졌고 시급한 당면 과제로 다가왔다. 지도자들에게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행동하라고 촉구한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에서 전개하고 있는 ESG 활동도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의 미래를 훔치지 않겠다는 시도에 가깝다. 지속가능성의 대열에 모두가 더 열심히 참여해야 다음 세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우리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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