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는 크게 예방과 실행(대응) 그리고 회복으로 나눈다. 위기가 일어나지 않게 평소에 내재된 이슈들을 도출하고 감지하고 관리하는 전략과 활동은 예방이라고 한다. 최선을 다해 예방 활동을 했지만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것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은 위기관리 실행(대응) 영역이다. 그리고 위기 발생으로 입었던 유무형의 피해를 빠르게 복구해서 피해를 입기 전 혹은 그보다 더 좋은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회복이자 위기관리의 마지막 단계다.

이 전체를 다시 두 가지 분류로 나누면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누게 된다. 이때 상황관리 영역에선 기업과 개인의 생존 본능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오히려 생존 본능 때문에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들을 만든다.

위기관리에도 지켜야 할 절차가 존재한다

사과가 트렌드가 된 시대에 언제부터인가 사과가 위기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잘하는 것보다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아 사과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장 훌륭한 위기관리고, 위기가 발생하지 않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이며 최상의 가치다.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주관부서 담당자들은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위기관리 과정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고 이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이해관계자와 언론은 해당 기업이 침묵하고 있다고 판단해버린다.

이런 부정적 결과를 최대한 극복하기 위해선 위기관리 현장에서 다음 네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 침묵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곧 예측 가능한 이슈, 유형이 비슷한 이슈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미리 일정 부분 준비되어 있어야 된다는 개념이다. 미리 준비해서 위기관리 실행 준비 시간을 줄여야 한다. 만약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해관계자와 대중을 위해 커뮤니케이션할 의사가 있다는 표현은 필요하고 이 또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위기 상황을 우리의 프레임으로 규정해야 한다. 언론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이 상황을 규정하기 전에 우리가 위기 상황을 규정해서 이후에 나올 우리의 핵심 메시지들이 우리 프레임안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이해관계자와 발생한 위기에 대한 정의와 위기에 대한 가치 이 간극을 줄여야 한다.
이해관계자와 대중은 발생한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해당 기업은 심각하게 안 보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거나, 아니면 이해관계자들은 별것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 해당 기업이 굉장히 심각한 것처럼 커뮤니케이션할 때 이해관계자의 불안과 분노가 커실 수 있다.

세 번째,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해야 된다.
훈련받지 않은 임직원들이 여러 채널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때 일관성 있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해당 위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보통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을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되 그 상황에 맞게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이 말하고 싶은 진실, 언론이 원하는 진실, 그리고 이해관계자가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이 필연적으로 혼재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진실에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또는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나와서 상황을 망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더 강조한다.

이 모든 것은 위기 발생 초기 위기관리 주관부서 담당자들의 핵심 임무이자 핵심 역량이다. 하지만 외부 위기관리 컨설턴트 그룹이 포함된 위기관리 실무 그룹과 최종 의사 결정권자들 사이 의견 조율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도 피해자라고요"

"우리 또한 할 말이 많은데 그냥 입 닥치고 있으란 말입니까?"

"일부에선 상대도 잘못한 게 있는데 왜 바보처럼 가만히 있냐라고 난리에요"

움직이는 자동차 사고에는 흔히 100 대 0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위기관리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안이 복잡한 위기 상황에 대해 시간에 따른 서사를 들어보면 100 대 0으로 이른바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눠지는 상황은 거의 없다. 그래서 위기관리가 어렵다. 만약 이 사안은 100 대 0이 확실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전략적 위기관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해결 방식은 심플하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 출처 :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평가지표 만들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기업도 없다. 기업이 이해관계자와 대중들에 대한 철학과 원칙에 따라 모범적인 활동과 경영을 하고 그것에 따라 긍정적 평판을 상당히 쌓아왔다면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해관계자와 대중들은 발 벗고 나서 옹호해 줄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다.

하지만 평소 그런 긍정적 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위기 발생 시 격정적 심경 토로 혹은 감정적 읍소와 하소연으로만 점철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위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직후 강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의 판단과 해석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리의 입장은 대부분 우리의 관점에서 주장하는 사실을 근거로 설명되며 이해관계자와 대중들이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설득 과정을 병행하게 된다.

이 때 정상참작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가 있거나 해당 위기 이슈 발생 전후, 이슈의 당사자가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하고 나서의 불가항력이라면 피해자의 포지션을 선택하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피해자 관련 커뮤니케이션은 대중들에게 일방적인 주장에 가까워 보일 수 밖에 없다. 때론 오히려 비난을 받고 대중의 분노를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이렇게 위기 발생 시 준비된 위기관리를 하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선 평소 위기관리 평가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그 평가가 일상 위기관리의 시스템이 되고 자산이 된다. 기업 화장실이나 공중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 점검표 같은 것이 사실은 위기관리의 기본적인 평가표의 일종이다.

그 평가표를 통해 약속한 시간마다 화장실을 정확하게 점검하고 청소를 진행했는지 확인하게 되고 이상이 없다면 문제없이 위기관리가 되고 있는 정상적인 상황이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만약 점검해야 할 시간에 점검하지 않고 평가해야 할 시점에 평가를 하지 못한다면 이후에 화장실이 지저분해지거나 휴지가 부족하거나 화장실이 막혀 물이 넘치게 되는 위기가 발생한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의 위기관리 평가 지표를 보는데 어떤 기업의 경우에는 언론 오보 대응에 대해 가산점을 주고 있었다. 오보 대응이란 오보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것이고 그것을 잘 대응했을 때 가산점을 주는 것이 일견 이해가 됐다. 하지만 평가 기간 내 오보가 없었다면 오보 대응에 대한 가산점을 받을 수 없었다.

오보가 없다는 것은 사전에 미디어와 좋은 관계 속에서 이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결과인데 말이다. 오히려 오보가 없다는 것이 더 높은 가치이지만 오보가 발생하고 그것을 대응해야만 가산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오늘의 평온은 위기관리 담당자의 노력의 결과

기업 위기관리를 위해 보이지 않는 준비와 소리 없는 실행을 하는 기업 내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위기가 없으면 최상위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너 뭐 했냐”라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평가과 시선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평시 이슈관리 주간 리포트나 월간 리포트를 보고할 때 아무런 이슈가 없어 공란이 많으면 괜스레 부담스럽다. executive summary(보고용 요약)에 '위해도 높은 이슈 없음'의 타이틀을 보고 있자면 담당자가 그 기간 위기관리를 위해 뭔가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에 찝찝하다. 때론 ‘이슈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극단적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통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위기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위기관리 담당자가 위기 대응을 잘 하지 못했다며 비난받고 심하면 징계를 받는 경우는 제법 많다. 이것이 대부분 경영진들이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성공하는 위기관리는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오늘 우리 기업이 평온했다면 그간 위기관리 담당자의 노고와 함께 우리 구성원 하나하나가 맡은 일을 적시에 해서 오늘의 평온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을 기업의 경영진들이 해주시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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