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반론보도닷컴 

일부 언론인들이 모인 단톡방과 모임에서는 거의 범죄 모의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정보 공유 차원을 넘어 그야말로 음흉한(!) 작전이 펼쳐진다.  단톡방에서 공유된 기업의 약점을 토대로 여러 언론사들이 돌아가며 부정적 기사를 내고는 광고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한다.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양재규 변호사

지난 호(기자의 '막말' '폭언', 형사처벌도 가능)에서도 이미 다룬 바 있지만, 선 넘는 기자의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취재나 보도의 외양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협박·강요·업무 방해와 같은 형사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 특히 비보도 내지 이미 보도된 기사의 삭제를 조건으로 금전 지급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온다면 공갈죄 역시 성립할 수 있다(참조: ‘유사언론행위’와 공갈죄 성립 여부).

그런데 이번 질문에서 도드라진 문제의 심각성은 관련 행위가 언론인들의 단톡방을 중심으로 집단적이며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기관에 대한 언론의 부당한 공격이 집단적 혹은 조직적인 양태를 보일 경우, 무엇에 주목하여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까?

단톡방 대화 장면 등 증거부터 확보해야

먼저 사건 무마를 대가로 한 금전적 요구가 집단적·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 법적 조치가 대체로 그러하듯 심증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물적인 증거가 확보되어야 고소를 하든, 소송을 하든 최종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니까 문제의 단톡방 대화 장면을 캡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자의 협조가 절실하다. 단톡방에 모인 기자들 중 양심적이면서 해당 기업·기관에 우호적인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단톡방 대화 분석을 통해 각개격파할지, 아니면 종합적으로 대응할지 방향성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약점을 빌미로 금전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범죄에 가깝다.

그러니 금전 지급을 요구한 언론사별로 대응해도 되고 여러 언론사들을 묶어서 대응해도 된다. 언론사별로 대응한다면 크게 고민 안 해도 될 것이다. 고민이 필요한 순간은 언론사 내지 기자들을 묶고자 할 때이다. 이 경우, 어떻게 묶을 것인지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

단톡방에 있는 기자들을 한 번에 다 묶는 것이 가능할까? 쉽지도 않을 것이며 썩 효과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법적 대응이 필요한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단톡방 대화를 확인, 분석해보면 대응이 필요한 대상이 정리될 것이다. 해당 언론사들을 하나로 묶어서 ‘특수공갈죄’로 문제삼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특수공갈죄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반공갈죄와 다르게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임으로써 공갈을 하는 것이다(형법 제350조의2). 단톡방에 모인 기자들이 취재원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나아가 상호 의견 교환을 통해 부정적인 기사를 연속적으로 내보냈다면 ‘단체’로까지 보기는 어려울지라도 적어도 ‘다중’에는 무난하게 해당될 것이다.

판례는 ‘다중’을 ‘단체를 이루지 못한 다수인의 집합’으로 보고 있다(2005도174). 참고로, 특수공갈죄는 일반공갈죄에 비해 수단의 불법성이 커서 일반공갈죄의 법정형(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수준의 처벌(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 이루어진다.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기업·기관 약점을 단톡방에 최초 공유한 기자는 교사범 처벌 가능

두 번째 방법은 기업·기관 관련 정보를 최초 올린 쪽과 해당 정보를 공유받아 활용한 각 언론사들을 일대일로 매칭해서 묶는 방법이다. 단톡방 대화 분석 결과, 기자들 간에 적극적인 모의 내지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기업이나 기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특정 언론사 내지 기자도 문제지만 그 배후에서 이를 부추기고 유도하는 다른 주체가 있을 수 있고 이들이 전면에서 괴롭히는 기자나 언론사보다 더 문제일 수 있다. 법에서는 이러한 배후의 존재를 가리켜 ‘공범’이라 부른다.

공범은 전면에서 이루어지는 공격행위에 가담하는 방식, 수준에 따라 공동정범, 교사범, 방조범으로 나뉜다. 방조범은 본인이 직접 범죄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혹은 실질적으로 범행을 거든다. 가장 약한 수준의 가담자이기에 직접적인 가해행위자가 받을 형벌에서 감경이 이루어진다(형법 제32조 제2항). 교사범은 범행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부추겨 실행에 나서게 한다. 방조범과 마찬가지로, 직접 범죄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약한 수준의 가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교사범은 범행을 실행한 사람과 똑같이 처벌을 받는다(형법 제31조 제1항). 공동정범은 문자 그대로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관계다. 이와 같은 시각으로 보면, 기업·기관 관련 약점을 단톡방에 최초 공유한 기자는 방조범보다는 교사범 내지 공동정범에 가깝다.

기자 세계에는 일종의 ‘동업자 의식’이라는 것이 있다. 공익을 위한 건설적인 방향으로 발휘된다면 미덕일 수 있겠지만 사익을 위해 파괴적인 방향으로 발휘된다면 그것은 구태일 뿐이다. 언론계 자정을 위해 동업자 의식을 발휘하는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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