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재혼하는 한 연예인이 전속 촬영하는 방송사를 제외하고 다른 언론사들의 결혼식 입장과 취재를 막은 일이 있었다. 이윽고 나타난 신부(연예인)가 인터뷰를 거절하며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버리자, 기자들은 뒤에서 “얼마나 잘 사나 보자. 뭐 걸리기만 해봐!”라고 외쳤다. 하루종일 기다려 취재에 실패한 마음은 이해하나 결혼하는 신부에게 그런 막말을 던져야 했을까.

그후로 20년이 지났다. 사회적으로 ‘갑질’ 문화가 지탄을 받으면서 직장, 학교 등 곳곳에서 전보다 주의하려는 풍조가 생겨났다. 우리 사회가 공존과 배려의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갑을 관계가 뚜렷한 언론사와 기업 홍보 담당자의 사이도 매너가 좋아졌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때때로 발생하는 일부 언론사의 기자 또는 간부의 폭력적인 언행은 그 빈도는 줄었어도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홍보담당자의 “일부 인터넷신문 기자는 광고 왜 안 주냐고 소리 지른다. 욕만 안 하지 협박하는 거랑 다름없다”는 증언은 변함없는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올해 초에는 인터넷매체 간부가 광고비 증액을 거절하자 홍보담당자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어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병원을 다녀와 술을 못 마신다는 홍보인에게 “술 먹고 병원 가든, 뒈지든지 해라” “너를 죽여버리려고 했다” “너희 기업을 불태우겠다”는 막말을 했다.

해당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이 사건이 알려지고 해당 매체가 공식 사과글을 올리면서 문제의 간부도 해고됐다. 그러나 대부분은 불미스런 상황이 벌어져도 언론과의 관계를 고려해 쉬쉬하며 넘어가기 마련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는 홍보 담당자가 업무로 바빠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두차례 끊자, 사무실로 찾아가 담당자 뒷통수를 후려갈긴 인터넷신문 기자다. 또 지방신문 기자가 술자리에서 시청 대변인의 머리를 술병으로 가격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광고비 증액 요구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신고나 고소를 하지 않았고 해당 언론도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다. 언론사와 기업 홍보팀 간의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비상식적인 사후 대응은 업계 현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일부 인터넷신문들은 조직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어느 기업이 약점을 갖고 있고 이를 빌미로 어느 매체가 광고비를 받았는지 공유한다. 같이 부정 기사를 쓰고는 “우리 매체만 왜 광고를 안 주냐”며 폭언을 퍼붓기도 한다. 오죽하면 광고비는 주지만 (배너 등) 노출은 하지 않겠다는 기업들도 있다.

반론보도닷컴에서도 기자가 다른 언론사와 날을 세울 때가 있다. 우리 기자의 태도와 관계 없이 초면임에도 강압적인 말투로 소리를 지르는 것은 예삿일이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해당 업무와 무관한 직원에게 전화해 화를 내기도 한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직도를 보고 여직원들에게만 전화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물어보는 도를 넘는 행동을 한 인터넷신문 대표도 있었다.

주먹만 안 쓰지, 깡패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느 직종이든 그런 사람은 있다고 하기에는 역으로 “홍보인이 언론인을 때리거나 욕을 퍼부었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언론사와 기업 홍보팀 간의 관계가 개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 출처 : 이미지투데이,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매년 늘어나는 인터넷 신문 vs 한정된 예산의 기업광고‧홍보비

사이비언론신고센터에 신고된 사례 중에는 기업이 제시한 광고비 액수가 마음에 안 든다며 “우리가 우습냐? 후회할거다”는 언론인의 발언이 있었다. 이처럼 매체력(방문자 수, 업력, 포털 제휴 등)이 부족한 매체들은 부정 기사와 겁박을 무기로 부족한 영향력을 채우려 한다. 앞서 언급된 대부분의 사고도 일부 인터넷신문이 매체력에 걸맞지 않은 광고비 증액을 무리하게 요구하면서 폭언, 폭행 등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지난해 기준 인터넷신문의 수가 11,000개를 돌파했다. 이 중 등록만 한 게 아닌,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매체들은 5,000개 쯤이라고 한다. 아울러 매년 800~1,000개씩 새로운 인터넷신문이 설립되고 있다.

즉, 광고비를 원하는 매체들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기업의 예산은 한정돼 있다. 홍보담당자에게 아무리 욕하고 화낸다고 광고비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앞으로 전망은 사실 더 어둡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메이저 매체의 언론인이 은퇴하여 인터넷신문을 차리거나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광고비를 포함한) 대우를 이어 나가려는 이들과 수많은 매체를 상대해야 하는 홍보담담자 간의 갈등도 커질 것이다.

결국 언론사가 기사로 겁박을 주든, 폭언을 하든 기업은 매체력, 사회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한정된 예산의 광고비를 집행할 수 밖에 없다. 갑질이 아닌 파트너십으로 언론사와 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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