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KBS 사장은 '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안'이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철회를 주장했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이 철회되는 즉시 사퇴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KBS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의철 사장, 최선욱 전략기획실장, 오성일 수신료국장이 참석해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입장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김의철 사장은 먼저 분리 징수 권고 결정의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김 사장은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 국민제안 토론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수신료 의미와 가치는 물론 통합징수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판례를 누락했다”며 이외에도 해외 수신료 제도에 대한 잘못된 정보 제공, 온라인 토론 당시 중복 투표 가능성 등 대통령실의 부정확한 여론 수렴 절차를 지적했다.

이어 “심사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KBS는 철저히 배제됐으며 별도로 의견을 물은 적이 없었다. KBS의 입장 전달은 자발적으로 제출한 의견서가 전부다”고 밝혔다.

6,200억원 수신료, 분리 징수시 1천억 원대로 급감 우려

김의철 사장은 “KBS가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조직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최저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지난 40년간 국민 1인당 GDP는 1.7배 올랐지만 KBS의 수신료는 2,500원으로 동결 중이다”며 “수신료와 직원 수가 독일, 영국, 일본의 공영방송보다 상당히 적지만 TV도달률은 68.5%로 67%대의 프랑스나 독일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또 "2022년 기준 6,200억 원 수준인 수신료 수입이 분리 징수 시 1천억 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국민이 KBS에 부여한 다양한 공적책무들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변경 문제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 존폐의 기로에 서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의철 사장은 “지난 세월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는 늘 외풍에 시달려왔고, 그때마다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역사가 있다. 이번 분리징수 추진은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상황이다”며 “사장인 제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달라. 철회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지금의 수신료 통합징수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성을 구현하는 최선의 방식이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입장 밝히는 김의철 사장 (연합뉴스 사진)
△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입장 밝히는 김의철 사장 (연합뉴스 사진)


KBS, 공정보도 해왔다고 생각. 프로그램 경쟁력은 개선 노력 중

입장문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시청료를 내는 취지에 걸맞게 KBS가 공정한 방송을 해왔는가"란 질문에는  "공정하게 보도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미진한 부분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내 제도적 장치가 있다"고 답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가 국민에게 어떤 편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란 질문에는 "분리 징수가 주는 편익은 국민의 선택권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SOC 즉, 사회기반 시설로서 모두에게 기본적인 오락, 정보,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재 방식이 더 필요한 편익이다"고 답했다.

이어 "KBS 일일 드라마의 선정성에 문제가 있고, 프로그램들이 재미없다"는 지적에 대해 "재정적 뒷받침 부족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있는(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드라마 문제는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지적되는 이슈로 제작진이 새로운 드라마 코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KBS 경영진(최선욱 전략기획실장, 김의철 사장, 오성일 수신료 국장)/ 생중계 캡쳐 
△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KBS 경영진(최선욱 전략기획실장, 김의철 사장, 오성일 수신료 국장)/ 생중계 캡쳐 

김의철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 시 사퇴하겠다는 입장의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든다. 이 시점에서 KBS를 지키기 위해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가 고민에서 나온 결심이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5일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해 법령을 개정하고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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