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관심과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마케터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반론보도닷컴은 [요즘 광고, 뜨는 광고] 코너를 통해 마케터들에 도움이 될만한 광고를 소개하고, 최근 마케팅 트렌드를 짚어본다.

 

얼마 전 서울시가 이름이 긴 아파트를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이름'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개토론회를 시민들과 함께 개최했다. 

"얼마나 이름이 길면 이런 토론회가 열리는 걸까" 하고 보니,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 로 무려 25글자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아파트 이름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다음으로 긴 아파트명은 ‘통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로 19글자였다.

20글자에 가까운 이름을 가진 아파트 수는 상당히 많다. 지역 특색도 넣고 건설사 브랜드도 넣고, 또 멋있다고 생각하는 영문단어들이 전부 들어간 영향이다. 

외울 수 없는 39자 햄버거 이름 

최근 버거킹에서도 <콰트로 맥시멈 미트 포커스드 어메이징 얼티밋 그릴드 패티 오브 더 비기스트 포 슈퍼 미트 프릭4>라는 39글자에 달하는 이름을 가진 햄버거를 선보였다. 제품이 가진 특징들을 이름에 모두 담았다. 

인쇄물을 보면 긴 이름을 활용한 타이포그래피와 패티가 4장이나 들어간 햄버거의 비주얼을 통해 직관적으로 컨셉을 드러내고 있다. 주문할 때는  ‘콰트로 맥시멈 이하 생략 버거’라고 줄여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 이름의 햄거버를 버거킹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인식시키려고 노력했을까?

긴 이름을 무조건 외우게 하기보다는,
"이름이 긴 신제품이 나왔는데, 39글자나 되는 햄버거야, 어때 멋있지? 그런데 우리가 이름으로 재밌는 이벤트를 준비했어, 한번 해볼래?" 
라며 소비자에게 가볍게 다가서는 것을 선택했다.

버거킹은 햄버거 이름을 빨리 치는 타자 속도 게임을 이벤트로 준비했다. 오타는 물론 띄어쓰기까지 정확하게 빨리 쳐야 한다. 소비자에게 스릴을 주고 본인의 기록을 갱신하고 싶은 승부욕을 자극한다.

소비자들은 이 게임을 통해 브랜드/제품에 대해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재밌는 경험이 쌓이면 브랜드 로열티가 만들어지고, 브랜드 혹은 제품의 찐팬이 되는 것이다.

△ 버거킹 사진
△ 버거킹 사진

이름이 아닌 하는 일로 기억되는 자동차의 의미 환기

이름과 관련된 또 다른 광고 캠페인은 현대자동차 기업PR 광고 캠페인 <이름을 모르는 자동차> 편이다. 현대자동차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나 차종이 아닌, 하는 일로 불리는 자동차도 있다고 말한다. '소방차, 구급차, 통학버스, 새벽버스, 사다리차' 등이 그것이다.

영상이 시작되면 119라는 사인 표시가 새겨진 빨간색 소방차가 지나간다. 동시에 ‘이 차의 이름을 아십니까?’라고 내레이션이 나온다. 당연히 ‘소방차’다. 사실 소방차로 불리는 자동차는 중세 유럽 장방형의 커다란 방패라는 뜻의 ‘파비스’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이렌을 켜고 달리는 ‘구급차’도 ‘쏠라티’라는 이름이 있다. 어린이들을 태우는 노란버스와 통학버스, 환경미화차량, 사다리차가 연이어 등장한다. 자동차들은 파비스, 쏠라티, 카운티, 일렉시티 등 대부분 멋진 이름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왜 이 차들은 이름이 아닌 하는 일로 불릴까요?’라는 질문에 ‘그 일들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해서겠죠'라고 자답한다. ‘이름을 모르는 자동차, 해야 할 일을 합니다’라는 카피는 커다란 여운을 남긴다.

평소 이름을 몰랐던 자동차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가?

이 광고는 이름으로 불리기보다 필요한 곳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자동차와 그런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기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소비자들의 공감과 진정성을 불러 일으키는 메시지는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든다. 그런 점에서 현대자동차의 광고는 매우 영리한 광고가 아닐 수 없다.

이름 붙이기는 제품 혹은 브랜드의 핵심이자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경쟁 브랜드 사이에 확고한 차별성을 갖게 하는 것이 ‘이름’이다. 두 광고는 전달하는 방식과 목적은 다르지만 ‘이름’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사람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냄으로써 브랜드와의 연결성을 강화했다.

많은 브랜드들이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짧고 임팩트있는 이름을 선호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이름을 몰라도 되는 반전 아이디어의 차별성을 보여준 광고들이었다.

△ 현대자동차 광고 (유튜브 캡처)
△ 현대자동차 광고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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