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보도닷컴 신년 특집 <광고회사가 전망하는 2023년 광고시장과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3편은 박진섭 CJ ENM 메조미디어 트렌드기획팀 팀장의 글이다. 박 팀장은 올해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3가지 트렌드로 △메타버스 △인공지능 △쿠키 없는 시대의 개인화 마케팅을 제시했다.  이를 중심으로 새해 디지털 시장의 변화와 기업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우리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찾는다. 흔히 트렌드를 유행과 비슷한 의미로 이해하지만 트렌드와 유행은 다소 차이가 있다. 유행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을, 트렌드는 지속성을 가진 현상을 일컫는다.

진정한 트렌드는 한 해로 끝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영향을 미치며 변화를 만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분류했을 때, 2023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산업과 이슈를 살펴보았다. 메타버스, 인공지능, 쿠키 제한 정책, 이 세 가지 트렌드가 만들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2023년의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스쳐 가는 유행이었나

COVID-19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메타버스는 비대면 놀이 채널, 소통 채널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메타버스 열풍은 2021년 하반기 최고조에 이르렀고, 메타(META)는 이 시기에 맞춰 ‘호라이즌 월드’를 오픈했다. 상당한 자원을 투입한 데다,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는 화두였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이 메타버스 프로젝트의 성공을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메타는 2022년 말까지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를 50만 명으로 목표했으나, 실제 이용자 수는 20만 명에 그쳤다. 부진은 끝내 회복되지 못했고, 메타는 결국 목표 이용자 수를 28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1년간의 ‘메타버스’ 키워드 검색 추이를 살펴보면 메타버스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하반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관심은 2022년 1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식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메타버스를 미래 사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있다.

콘텐츠 개발은 메타버스 부흥의 마중물

기업들이 가장 많은 자원을 집중하는 영역은 콘텐츠다. 초기의 메타버스 콘텐츠는 주로 게임과 소셜에 편향되었으나, 이제 그 유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시티는 메타버스 경기장을 개발 중이다. 맨시티의 메타버스 홈구장이 완성되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라이브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여러 각도, 원하는 거리에서 선수들의 액션을 볼 수 있으며, 선수와 교류도 가능하다. 이러한 콘텐츠 구조는 또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 확장이 가능할뿐더러, 공연과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와도 결합할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 콘텐츠가 발전하면 미디어, 유통, 금융 등 새로운 산업과 접목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콘텐츠 범위가 여러 산업으로 확장함으로써 메타버스 시장의 규모는 급격하게 커지게 된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메타버스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유저이며,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안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가상 세계의 활동으로 현실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유저들의 활동이 크게 늘어난다.

메타버스 이코노미의 핵심 ‘X2E’

‘X2E(X to Earn)’는 메타버스 세계의 경제 활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X2E는 유저가 특정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보상을 얻는 시스템이다. 콘텐츠와 서비스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X2E 모델이 존재한다.

제페토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렌지’는 C2E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렌지는 제페토 아바타가 착용하는 의류, 잡화, 액세서리 등을 제작해 월 1,500만 원 이상의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널디, 크록스, 젝시믹스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메타버스 생태계가 확장될수록 이와 같은 수익 활동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METAVERSE, NEXT

2023년부터 구글, 애플, 소니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준비해온 메타버스 디바이스가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15년 전, 스마트폰이 등장함으로써 디지털 세계관이 확장되고 세상은 스마트폰으로 연결됐다. 메타버스 콘텐츠·경제·디바이스, 이 세 가지 요소가 온전히 결합한다면 다시 한번 새로운 세상,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AI,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다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인간에 가까운 언어 구사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그에 맞는 답을 척척 내놓는다. 채팅창에 질문을 던지면 필요한 답변은 물론, 복합적인 정보를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AI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제된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다. 그 편의성이 현재의 정보 탐색 과정과 확연히 비교된다.

우리는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검색엔진에 접속해 키워드를 입력한다. 그 후 검색된 결과의 링크로 일일이 이동해 원하는 정보가 맞는지 확인한다.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다면 키워드를 바꾸거나 조합을 달리하여 다시 검색한다. 때로는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 조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ChatGPT는 이러한 과정을 굉장히 간소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대화형 인공지능이 검색엔진 생태계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구글 역시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텍스트와 자연어를 이해하는 언어 모델 AI

ChatGPT는 일론머스크 등이 설립한 미국의 AI 연구기관 ‘Open AI’가 개발했다. 이들은 딥러닝을 활용한 AI 언어 예측 모델을 개발하며, 이 모델을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고 칭한다. GPT-n 시리즈는 ChatGPT(GPT-3.5)까지 총 4가지 버전이 순차적으로 개발되었다. 새로운 버전이 공개될 때마다 비약적으로 상승한 언어 능력을 보여준다.

Open AI가 언어 모델 개발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인간이 소통과 기록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단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AI가 언어를 이해해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2023년에는 GPT-4가 공개될 예정이다. ‘튜링 테스트’는 AI가 인간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언어 기술 테스트다. GPT-4는 이를 통과한 최초의 AI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복합적인 정보로 사고를 확장하는 멀티 모달 AI

인간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시각적 학습이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단어가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학습시키는 것이다.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쉽다. 아이에게 ‘사과’의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텍스트와 사과 사진이 담긴 사물 카드를 보여준다. 빨간 사과, 초록색 사과, 나무에 열린 사과 등 다양한 형태의 사과 이미지를 최대한 많이 보여준다. 아이는 사과의 다양한 형태와 특징을 파악하고 사과라는 단어에서 사과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다. 반대로, 사과의 이미지를 보면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텍스트 외에 시각, 청각 등 다양한 양식의 정보를 활용한 AI 학습 방식을 ‘멀티 모달리티’라고 한다. 멀티 모달로 학습된 AI는 복합적인 정보를 시스템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서 각각의 속성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이 과정을 통해 AI는 텍스트-이미지-속성의 관계를 형성, 인간에 가까운 고차원적인 사고와 작업이 가능해진다.

2022년 화제였던 그림 그리는 AI가 바로 멀티 모달리티로 학습된 ‘이미지 생성 모델 AI’이다. Open AI에서 개발한 ‘DALL.E’가 대표적이다. 2세대 모델 DALL.E-2는 사용자가 제시하는 문장을 이해해 그림으로 표현한다. 개념, 속성, 스타일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적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고, 기존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편집하거나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AI, NEXT

지난 9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 대회 수상 결과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 AI가 그린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입력된 명령어에 따라 만들어진 이미지를 예술로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었지만, 우리가 정말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AI의 능력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미지 분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AI가 이제는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린다.

AI 미드저니(MidJourney) 作 ‘Space Opera Theater’

AI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왔던 문학과 미술 등 창작의 영역에도 발을 디뎠으며,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AI의 학습과 고도화는 점차 가속되고 있다. 최종 형태에 가까운 언어 모델이 멀티 모달과 결합하면 어떤 AI가 탄생할까. 우리는 고차원적 사고와 추론까지 가능한 차세대 AI의 등장을 바로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쿠키 없는 시대의 개인화 마케팅

쿠키 제한 정책의 강화

구글은 2024년 하반기,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은 사파리의 쿠키 중단 정책 도입을 완료했고, 모바일에서는 이용자 동의 시에만 정보를 수집하는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또한 지난 12월, 갤럭시 휴대폰의 업데이트를 통해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 설정 기능을 적용했다.

쿠키 제한에 따라 맞춤형 광고가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광고 시장은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드파티 데이터가 없어도 정확도 높은 타깃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더 높은 성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을 구축하고 있다.

자사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도와주는 ‘CDP’

애드테크 기업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이다. CDP는 기업이 자사의 고객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관리·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자사 채널에서 수집한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활용하므로 서드파티 쿠키 제한 이슈에서 자유롭다. 자사몰, 오프라인 매장, 오픈마켓, 소셜미디어 브랜드 채널, 모바일 앱 등 모든 고객 접점 채널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통합된 고객 데이터는 자사 고객의 프로필을 구축하는 데 쓰인다. 프로필은 고객 유형별 활동, 특성 등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라 신뢰할 수 있으며, 데이터가 유실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누적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관심사 기반 타깃팅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 강화

광고 상품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커뮤니티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장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등 커뮤니티를 더욱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사용자들이 관심사에 따라 개설할 수 있는 카카오톡의 ‘오픈채팅’을 별도의 독립 앱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음악·웹툰·지도 등 기존 서비스와 연계하여 편의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인기 드라마 오픈채팅방에 DA 광고를 시범 적용해 실제 사용성을 검토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실시간 커뮤니티 서비스인 ‘오픈톡’과 ‘이슈톡’을 선보였다. 스포츠를 주제로 개설된 오픈톡은 월드컵 특수를 타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함께 경기를 보며 소통할 수 있다는 재미 요소 덕에 월드컵 기간 공식 오픈톡 이용자는 278만 명에 달했다. 오픈톡의 가능성을 확인한 네이버는 드라마, 취업, 증권 등 다양한 주제로 카테고리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심사에 따라 그룹이 형성되면, 관심사별 맞춤형 광고를 추진할 수 있다. 커뮤니티가 확산되고 주제가 다양해지는 만큼 타깃팅 수단과 대상이 늘어난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커뮤니티 서비스를 강화해 이용자를 모으는 이유다. 더불어, 관심사와 관련된 모델이나 소재를 활용해 광고 거부감을 낮추고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등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전략 요소가 다분하다.

COOKIELESS, NEXT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이 대폭 강화되면서 디지털 광고 시장은 큰 위기에 당면한 듯했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어지면서 더욱 튼튼한 마케팅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쿠키가 제한되는 상황이 되려 디지털 광고의 다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 다양한 기법과 솔루션이 등장하며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의 니즈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광고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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