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간 기업 경영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ESG였다. 경영에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문화에 힘을 쏟았다.

비단 경영뿐만 아니라, 기업의 위기관리도 규제 강화 이슈와 상생 문화 부각으로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검토 요소가 되고있다. 이런 시점에서 새 해를 맞아 2023년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할 7가지 요소를 분석했다. 

위기관리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은 위기 요소를 예측 가능한 상황에 놓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위기 요소가 정의되어야 하고 기업 내부의 명확한 위기에 대한 정의와 인식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위기 요소를 기업이 지속적으로 따라가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가 생각하는 위기에 대한 인식 변화보다 기업의 변화와 적응이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뿐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 중요하게 관리되어야 할 위기 요소 7가지를 정리했다.

첫 번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외부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 

기업은 고객과 소비자의 신뢰가 생명이다. 최근에는 기업의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 공정한 세금 납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 활동 외 인간 존중의 기업 활동과 사회적 공헌 정도가 고객과 소비자의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최근 환경에서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필수 구성요소는 기업 리더들의 경영능력이나 자질과 더불어 기업 리더들이 긍정적 사회 활동을 통해 얼마나 사회에 필요한 기업인지 공중에게 신뢰감을 주었는가의 여부이다.

2015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대표적 반면교사 사례다. 폭스바겐은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으로 연비뿐 아니라 자동차 회사가 고려해야 할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서 고객들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자동차 배출 가스 환경 기준을 피하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조작했고 이 사실이 밝혀지며 기업의 평판은 추락했다. 이 위기는 비단 폭스바겐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업계 전반에 부정적 인식을 가중시켰다. 

2021년 배달의민족이 배달 기사를 응원하기 위해 진행한 '고마워요 키트' 캠페인은 기업의 홍보성 사회 공헌 활동이 오히려 위기가 된 사례다. 배달기사들에게 간식을 전해주는 가방이 포함된 고마워요 키트를 나눠주는 이벤트인데 그 가방에 고객들이 배달 기사를 위한 간식을 넣어 고마움을 전달해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배달 기사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 고객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난이 급증했고 선의로 시작한 사회 공헌 활동이 오히려 위기가 되어 고객과 배달 기사 모두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 채 급히 캠페인은 종료됐다. 마케팅과 접목된 사회 공헌 활동만으로 단순하게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포장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배달의민족 '고마워요 키트' 캠페인
▲배달의민족 '고마워요 키트' 캠페인

두 번째, 갑질로 대변되는 상생 이슈다. 

어려운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영업이익 호조로 기업 환경이 개선된 기업도 있지만 그에 반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우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여유가 있는 기업의 지원과 상생 문화가 더 필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생을 무시한다면 매출 증가로 기업 경영 자체에 대한 좋은 평가는 받을 수 있지만 자기 이윤만을 추구하는 이적 기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 높다.

작년 말,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로 인한 폐해, 이른바 ‘플랫폼 갑질’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고 IT 업계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협력업체나 소상공인과의 불공정 이슈가 기업의 상생 위기로 지적받고 있다. 을의 위치에 있는 개인 및 조직과의 협력 과정 속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진행되어 왔던 계약 및 대금 지급, 의사 결정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재점검하면서 계속 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대중들은 상대적 강자와 약자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로 인식하며 그에 따라 기업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가해자로 보는 일종의 선입관이 발생한다. 이때 일관된 기업의 상생 활동이 긍정적 자산이 되어 까방권(까임방지권의 준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세 번째, 고객과 구성원의 안전 이슈다. 

2022년 1월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많은 기업의 위기관리 화두가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평소 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 운용하는 등 사전에 중대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사후법적 대응을 위한 준비에만 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안전 이슈가 발생하면 현장의 상황 관리나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미흡하게 되고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무시되는 안전 요소가 없는지 그리고 방임되고 있는 안전 관리 절차는 없는지 기업 경영자들과 구성원들의 안전 의식 점검이 필요하다. 아무리 안전 관련 수칙과 매뉴얼이 완벽해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네 번째, 갈수록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전 지구적 위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친환경 이슈다.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친환경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편승해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하면서도 오히려 환경 파괴를 일삼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한다. 친환경 흐름을 거스르는 기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을 주장하는 기업이 혹시 그린 워싱은 아닌지 직접 확인에 나서는 소비자들을 통해 친환경 기업의 모순적 행보들이 공개되면서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이니스프리가 ‘I’m paper bottle’이라며 종이 포장을 강조했던 용기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과정에서 종이 패키지 안쪽에 플라스틱 용기가 확인되어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이벤트도 마찬가지. 리유저블 컵을 통해 일회용 제품 사용을 줄이자는 친환경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이 이벤트는 글로벌 50주년 특별 디자인이 적용된 다회용 컵을 받기 위해 고객들이 많은 시간을 기다릴 만큼 인기가 있었지만 정작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라며 비판을 받았다.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소비자는 계속 늘어나지만 이 문제가 하루아침에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 간격이 기업들의 조급증을 가중시키고 급기야 과도하게 친환경을 내세운 마케팅이 진행되는데 이런 그린 워싱 사례가 도리어 위기가 되고 있다.

다섯 번째, 해외 이슈에 영향을 받거나 한국의 역사와 지리적 특징으로 인한 글로벌 이슈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과 현지 생산 문제 그리고 중국 및 일본의 역사 왜곡과 정치적 상황 변화 등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대중들의 반러 감정, 반중 감정, 반일 감정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의 관련 국가 진출, 관련 국가 생산 및 수입, 관련 국가 마케팅 활동 등에 따라 위기관리를 위한 예방 활동과 대응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여섯 번째,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디지털 미디어 이슈. 

이제 언제든지 다양한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모바일 디바이스가 필수품이 되었다. 이렇게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한 이른바 DT(Digital Transformation)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혀 예측 불가능했던 위기의 종류와 위기 확산의 양산이 추가되고 있다. 기업이 생산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젠더 문제, 상대적 약자 비하 문제, 동물 학대 문제, 역사인식 문제, 저작권 문제, 감염병 예방 시대에 역행하는 문제 등의 발생이 기업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일곱 번째, 오랜 기간 수면 밑에서 묵혀왔거나 침묵했던 기업의 사내 문화 이슈가 봇물 터지듯 늘고 있다. 

임원의 막말 논란, 소비자 불매 운동을 일으킨 고강도 노동환경, 새로운 세대 구성원 주도의 성과급 논쟁 등 최근 기업 사내 문화 이슈는 계속 가중되고 있다.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커뮤니티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사내 이슈가 얼마든지 외부로 확산될 수 있다. 더군다나 퍼지는 확산 속도 또한 빨라서 내부 핵심 이해관계자인 직원들과의 긍정적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이해관계자

보수적인 기업일수록, 내부 잠재 이슈가 많은 기업일수록 기업 광고는 극단적인 이상과 선(善) 함을 보여주는 패턴을 보인다. 기업 구성원이 느끼는 내부의 현실과 기업 광고가 표방하는 이상과 선(善)함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내부 구성원의 불만과 이슈가 표면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고 이슈 발생 시 외부 이해관계자의 조롱과 비난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광고로 이야기하는 기업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내부 구성원 대상 사내 커뮤니케이션 역할과 중요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광고가 이야기하는 이상적 위치로 향하는 실천과 여정을 내부 구성원에게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이고 그 이해관계자의 출발점은 우리 내부 구성원이어야 한다. 그 어떤 위기도 우리 내부 구성원이 설득되지 않으면 외부 이해관계자의 설득은 묘연하고 그 어떤 좋은 평판도 우리 내부 구성원이 공감하거나 동감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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