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PR인으로 변신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의 기업행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며 업계의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런 언론 출신 홍보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순수 기업 출신 PR인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동연 : 기자 출신과 함께 대언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베테랑 홍보인

・강하나 : IT기업 입사 후 영업팀, 광고팀을 거쳐 지금은 홍보팀 일원이 됨

・김윤재 : 소비재 기업에서 대언론, 협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13차 홍보인

・박재헌 : 최근 기자 출신 후배를 들인 홍보인으로 홍보 업무 전반 담당

・오현우 : B2B업계 홍보팀에서만 10년넘게 일하며 대언론, 사회공헌 등 담당

*좌담회에 참여한 분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예명을 사용했다.

▲이미지 : 반론보도닷컴
▲이미지 : 반론보도닷컴

기자 출신 PR인, 기업 위기 관리 측면에서 분석력 뛰어나

박재헌씨는 “홍보팀에 기자 출신 직원이 후배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역시 ‘일 좀 덜 수 있겠구나’였다”며“특히 언론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직원의 경우 현상에 대한 머리 회전이 빠르고 정무적 판단도 좋은편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 경험이 있는 후배와 일하고 있는 이동연씨도 “저연차 기자들은 일반 기업으로 넘어와도 나이가 어리다보니 쉽게 적응하고 잘 융화되는 것 같다”며 “저희 팀은 일손 부족이 심각했기에 기자 경험이 있는 직원이 들어오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명의 홍보팀원으로서 제 몫을 하기까지는 기업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언론 관계 정립 등 일정 기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기자들은 그런 시간들을 이미 겪었고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들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로 인식되고 있었다.

또한 기자는 본인의 바이라인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작성했던 기사들을 검색해보며 가치관이나 사회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고, 주위 평판 등을 체크하기 수월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임원급의 언론 출신 영입 관련해 김윤재씨는 “사회에서 전관예우가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언론사 출신이라고 해서 보도 방향을 바꾸는 등의 영향력은 과거 만큼 기대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언론과의 네트워킹 부분에서는 확실히 좀 더 원활하고, 향후 보도가 전개될 방향성에 대해 전략적인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위기 관리’면에서는 본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임원급이 언론사에서 넘어오면 순수 기업 출신 홍보인들은 상대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할 수도 있지만, 기자 출신 임원의 정확한 대언론 전략을 통해 팀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면 결과적으로 팀원들에게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기업 PR인, 팀웍 ․ 업계 이해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편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이동연 씨는 “최근에도 유명 언론인이 일반 기업의 임원 자리로 이동했다가, 다시 언론으로 복귀한 것으로 논란된적이 있다”며 “언론 입장에서는 특정 기업과 인연을 맺은 언론인이 ‘이해 상충’문제로 해당 기업에 대한 비판적 취재,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와는 반대로, 기자로 활동하다 홍보인이 된 사람이 다시 기자로 복귀할 경우, 인연을 맺은 기업의 언론 네트워킹, 취재원, 기업 상황, 문제점 등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는 중요 정보들이 원치 않게 언론에 공개되어 버린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과 같다”며 “기업 비밀이나 치부가 노출될 수 있다는 걱정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누구에게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전문성’의 영역에서 생각하면 기자의 홍보인 이동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기자로서, 기업인은 기업인으로서 지켜야 할 직업 윤리가 있고, 그것은 서로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오는 가치 판단에 따라서는 기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홍보인들은 이야기했다.

한편 홍보인들은 기자가 스페셜리스트(specialsit)라면, PR인은 제너널리스트 (generalist)로 설명할 수 있다며, 기자가 기업인으로 변신한 뒤 기업의 조직문화에 적응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성공적인 이직’의 중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강하나씨는 “대언론 업무 중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방어 홍보’”라며 “방어 홍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을’의 입장에서 업무를 진행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갑’의 입장이었던 기자가 갑자기 기업 홍보인이 됐다고 해서 스탠스를 바꿀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종종 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기회가 있는데, ‘XXX는 기자물이 덜 빠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서 “기업 처지에 맞춰 본인 색을 바꿔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본인은 물론 그 사람을 영입한 기업 평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였을 때는 취재하고, 보도가 나가고, 그 이후의 일은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을 것이다”라면서도 “반면 기업 홍보실의 경우 보도자료를 하나 작성할 때도 관련 팀과 협업 해야하고, 보도자료 배포 후에도 기자 대응, 코멘트 요청, 타 부서와의 조율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다 유연한 태도로 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좌담회에 참가한 홍보인들은 언론에서 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업무 자체에 적응하려는 노력보다는, 그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운영 원칙, 논리 등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연차의 기자 출신의 홍보인의 경우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보다, 팀웍이나 업계에 대한 이해도 등을 넓혀가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장 요구에 부응한 홍보인이 살아남을 것

대부분의 홍보인들은 언론에서 기업 홍보실로 이동하는 현상을 사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과도기적 모습으로 보고 있었다. 사회 발전에 따라 기업 업무 영역이 커지며 다양한 인재가 필요해졌고, 미디어 또한 다매체․다채널로 진화하면서 과거보다 상업적으로 변한 언론 환경으로 기업으로 이동을 원하는 기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오현우씨는 “기업이 글로벌화 되면서 홍보팀에만 기자 출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영업, 마케팅, 기획 등 기업 전반에 걸쳐 많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또 기자 출신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인재들이 기업으로 모여든다”고 말하며 산업계에서도 이같은 현상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홍보하면서 견제하게 되는 인력이동은 그와는 반대 방향이다”며 “대언론홍보 업무를 오랫동안 하다 그만둔 후 인터넷 언론사를 차리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기업과 언론의 생리를 너무 잘 알고, 기업에 인맥이 많기 때문에 광고나 협찬 요청이 더 많이 들어와 힘들다”고 호소했다.

한편 홍보인들은 지금도 홍보 영역이 과거 언론 중심이었던 ‘방어 홍보’에서 ‘포지티브 홍보’로 전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 영역이 더욱 조정,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재헌씨는“이런 인력 이동의 결과는 10년뒤에 알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업에서 배우고 성장한 PR인과 언론 출신 PR인 서로가 배울점이 있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예를 들면 순수 기업 출신 홍보인은 외국어나 사업 기획력 등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고, 언론 출신 홍보인은 글쓰는 역량, 아이템 발굴 등에서 보다 뛰어날 것이다”라며 “아직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차가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홍보인들은 앞으로는 PR 영역이 언론 중심보다는 디지털 캠페인을 중심으로 한 포지티브 홍보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사 사업에서 아이템을 발굴하고, 아젠다를 설정하고,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부합한 매체와 채널을 운영하는 능력이 요구될 것이라 분석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기획력과 분석력, 스토리텔링 역량, 디지털 감각 등이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일을 잘하는 홍보인이 순수하게 기업에서 성장한 PR인일지, 언론에서 넘어온 PR인일지, 디지털 매체에 정통한 PR인일지 지금은 모를 일 이라는 것이다. 결국 출신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변화해 갈 시장의 기대와 요구, 흐름을 잘 캐치한 사람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 결론지었다.

▲이미지 : 반론보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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