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반론보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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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PR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2022 기자 ▶ 홍보 이직 사례>라는 지라시가 몇 번이나 업데이트 되며, 성공적으로 언론에서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30여명의 실명이 업계 카톡방을 떠돌았다.

사실 기자에서 PR인으로 변신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들의 기업행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며 업계의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이에 반론보도닷컴에서는 지라시에 등장한 당사자 중 한축인 기업 홍보인들은 이런 ‘기자의 PR인 변신’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이동연 : 기자 출신과 함께 대언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베테랑 홍보인

・강하나 : IT기업 입사 후 영업팀, 광고팀을 거쳐 지금은 홍보팀 일원이 됨

・김윤재 : 소비재 기업에서 대언론, 협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13차 홍보인

・박재헌 : 최근 기자 출신 후배를 들인 홍보인으로 홍보 업무 전반 담당

・오현우 : B2B업계 홍보팀에서만 10년넘게 일하며 대언론, 사회공헌 등 담당

*좌담회에 참여한 분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예명을 사용했다.

기업의 글로벌화… 전문적인 언론 전략가 필요

홍보인들에게 왜 기업에 언론 출신 PR인들이 많아지고 있는지 물어보니 공통적으로 매체 환경이 다변화되면서 과거 소수 매체를 상대로 했던 ‘방어 홍보’가 이제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았다.

인터넷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포털을 통해 언론 노출이 많아지면서 기업과 브랜드 홍보 뿐 아니라, 위기관리 측면에서 언론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기자 출신 홍보인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언론인 출신 홍보인과 함께 일하고 있는 이동연씨는 “최근 언론에서 기업으로 넘어오는 홍보인은 실무자급과 임원급”이라며 “그 중에서도 임원급으로 자리를 이동한 홍보인에게는 기업에 이슈가 터졌을 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킹 능력, 언론에 대한 영향력 등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기업 밖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기업 전략에 대해 제언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며 “특히 부정적 이슈가 터졌을 때 언론이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 분석하는 일에는 탁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IT업계 홍보팀, 영업팀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강하나씨는 “과거보다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졌다”며 “대기업에서 글로벌 경력을 가진 3-4세대 오너경영이 많아지면서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졌고, 그만큼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언론 이슈를 많이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오너부터가 경험이 풍부한 기자 출신 홍보인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소비재 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김윤재씨도 “대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언론 관계가 필요해진 기업이 많아졌다”며 “과거에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홍보팀이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업을 경영하고, 성장시키고, 상장시키면서 언론에 기업을 노출해야 할 일이 많아졌고, 자연스래 언론 심리를 잘 아는 언론사 출신이 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인재가 모여드는 기업…기자도 그 인재 중 하나

한편 젊은 연차의 기자들의 기업 이직 현상에 관해서는 기업 사정과 언론 현황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홍보인들을 입을 모았다.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기자 출신 후배 여러명과 대언론 홍보 업무를 하고 있는 박재헌씨는 “최근 팀에서 4-5년차 경력직을 몇 명을 새로 뽑았다. 대언론 홍보 업무 특성상 신입사원 보다는 어느정도 기업 사정과 언론에 대해 알고 있는 대리급 직원을 뽑고자 사내공고를 냈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씁쓸하지만 조직 내 홍보팀의 위상이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홍보팀이 기업내에서 3D 부서라는 인식이 젊은 직원들 사이에 암암리에 형성되어 있어 홍보팀으로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반대로 기업으로 이동하고 싶어하는 젊은 기자들은 많기 때문에 외부 공고를 내면 지원하는 현직 기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본보가 지난 4월 진행한 ‘홍보인의 워라밸 만족도 설문조사’에 의하면 기자와의 미팅, 언론 주최 행사 참석, 골프 행사 등 업무시간 외 외부활동이 많은 홍보팀 업무에 대해 타 부서 임직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팀의 업무 환경, 출처 : 반론보도닷컴 설문조사
▲홍보팀의 업무 환경, 출처 : 반론보도닷컴 설문조사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39.6%가 홍보팀 활동에 대한 임직원들의 이해 정도가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었고, 절반에 가까운 48.6%가 회사 내에서 홍보팀이 3D부서라는 잘못된 인식과 그로인한 부서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B2B업계에서 10년 이상 홍보팀에 몸담은 오현우씨는 “아무래도 홍보팀 업무 특성상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 직원이 들어오길 바라는데, 기자 미팅 및 행사 참석, 술자리 등을 기피하는 직원들이 많아 사내 충원이 쉽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뽑을 수 밖에 없다”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자 출신 직원이 들어오게 된 것 같다. 기업에서 ‘꼭 기자 출신을 뽑아야지’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역량을 지닌 인재들을 영입하다보니 그 안에 기자 출신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자의 기업 이동 이유…언론사 처우와 사회 트렌드가 반영된 것

그렇다면 기자들이 기업으로 이동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좌담회에 참석한 5인은 언론의 낡은 문화와 처우, 미디어 생태계의 문제점 등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강하나씨는 “미디어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매체사의 급격한 증가와 언론에 대한 사회적 불신 등으로 ‘기레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자직에 대한 직업적 보람이 크게 상실됐다”며 “이에 더해 언론사 내부의 인력적체 현상에 따라 미래가 불안정하다고 느낀 기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오현우씨는 “언론 환경이 이렇다 보니 특히 저연차 기자들의 경우 더욱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며 “이슈 발제와 업무 외 이어지는 스트레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사 특유의 권위적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저연차 기자들을 종종 봐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하나의 사회 트렌드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재헌씨는 “연차가 있는 언론인의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처우 개선 등을 생각해서 일반 기업으로 넘어오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좀 다르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언론인 뿐만 아니라 일명 MZ세대들의 대부분은 지금의 업(業)이 나의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정 기간 일해보고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바로 옮기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서는 언론사 취업을 일반 기업으로 이동하는 ‘관문’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터넷매체가 많아지면서 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기자 타이틀을 얻기 쉬워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업으로 이동이 쉬운 ‘유통’, ‘금융’, ‘산업’계에서 출입기자로 2-3년 일하면서 기회를 포착해 기업 홍보실로 점프한다는 젊은 연차의 기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기자 지망생이 많아질수록 기자로서의 소명을 염두에 두지 않는 기자들이 언론계에 유입됨으로써,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등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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