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의 ENM 리포트 (Entertainment and Media Report)

 

드라마, 영화, 웹툰, 플랫폼 등 새로운 소프트파워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콘텐츠-미디어 산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최근 트렌드 분석을 통해 마케터에게 혜안(慧眼)을 제시한다.

국내외에서 경기 전망과 관련된 다양한 신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각각의 여러 해석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경기 침체의 방향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광고 시장 역시도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마케팅이나 R&D 분야의 예산이 먼저 감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며, 실제로 불과 2-3년 전에만 해도 전염병대유행의 위험성이 커짐에 따라 광고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간 있었던 다양한 사례들과 연구들은 이와 같은 기업의 오히려 효율적이지 못하며, 경쟁환경에서 큰 위험성을 가진다고 경고한다.

경기 침체, 광고 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지다

여전한 바이러스의 위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인상되고, 소비자의 소비 심리가 악화되는 등 국내외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부정적인 경기 전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마케팅 지식서비스 업체 WAR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광고비 규모는 8.3%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리서치기업인 Insider Intelligence나 컨설팅 기업 Magnaglobal 등도 최근 전반적인 광고 규모는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매체별 전 세계 광고비 규모 변화 추이, 단위:% (출처=WARC, (2022. 08). Ad Spend Forecast 2022/23)
매체별 전 세계 광고비 규모 변화 추이, 단위:% (출처=WARC, (2022. 08). Ad Spend Forecast 2022/23)

다만, 이러한 성장이 광고 시장이 경기 침체와 무관함을 의미하지는 못한다. 올해의 경우 미국의 중간 선거와 카타르 월드컵 등과 같이 광고업계 내 주요 이벤트에 기대는 부분이 크며, 이마저도 전년도 혹은 올해 초에 기대했던 성장분에서 하향된 전망치이기 때문이다.

즉, 광고 시장 역시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① 하향 조정된 시장 전망치 ② 전년 대비 둔화된 성장세 ③ 역성장까지도 예상되는 내년 광고 시장 전망 등과 같이 다양한 신호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온라인 광고 협회인 IAB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2반기(7월-12월)에 광고비를 줄일 예정인 마케터들의 10명 중 7가량(66%)은 경기 침체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 외에도 공급망 병목(45%)이나 인플레이션(38%), 에너지 가격 인상(23%) 등이 모두 경기 침체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현재 경기 전망이 광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광고비 감소 요인 (출처=IAB, (2022. 07). 2H 2022 Flash Bulletin)
광고비 감소 요인 (출처=IAB, (2022. 07). 2H 2022 Flash Bulletin)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 상황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서 혹은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고, 소비자의 구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에 비교적 변동이 용이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의사결정권자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광고비 삭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의 수많은 사례들은 이러한 생각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침묵의 비용

Millward Brown이 2008년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 6개월간 TV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은 브랜드의 60%는 ‘브랜드 사용’이 24% 감소했으며, ‘브랜드 이미지’는 28% 감소했다.

이러한 수치는 삭감한 광고비 이상의 부정적인 결과였으며, 이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비용이 필요해진다.

그러나 광고비 삭감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시장에 경쟁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1920년대, 시리얼(cereal) 기업 Post는 시장의 확고한 리더로서 후발주자인 Kellogg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시작되자, Post는 다른 일반적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광고비를 삭감한 반면, Kellogg는 광고 예산을 두 배로 늘리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에는 비교적 새로운 미디어였던 라디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늘린 Kellogg는 대공황이 극심했던 1933년에 오히려 30% 가량의 성장을 보이면서 시장의 선두자리를 탈환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73년의 Toyota나 1991년의 Pizzahut과 Tacobell 등이 이러한 사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에 주목한 McGraw-Hill Research는 과거 오일 쇼크로 인한 미국의 경기 침체 시기였던 1980-85년의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비 변화와 기업 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경기가 회복된 1985년을 기준으로, 불황기에 광고비를 늘리거나 유지한 기업은 광고비를 삭감한 기업 대비 약 256%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광고비 변동에 따른 성과 차이 (출처= Biel, & King (2003). Advertising during a recession)
기업의 광고비 변동에 따른 성과 차이 (출처= Biel, & King (2003). Advertising during a recession)

물론 마케팅 비용 삭감이 단기적인 기업 성과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알렉스 비엘(Alex Biel)과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연구는 이러한 단기적인 차이는 크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경기 침체 상황에서 광고비를 삭감한 기업은 광고비를 소폭 증액한 기업보다 ROI가 높았으나, 그 차이는 0.1%p에 불과했다. 물론 광고비를 대폭 증대한 기업보다는 ROI가 1.1%p 높았으나, 오히려 시장 점유율에서는 0.7%p 낮은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시장 점유율 차이는 시장이 회복된 이후에 확대되는 시기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의 광고비 삭감으로 인한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의 광고 효과

경기 침체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쉽게 변화하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에 따른 시장 점유율도 비교적 크게 변화한다. 따라서 경기 침체 상황일수록 경쟁사 대비 활발한 광고 활동은 소비자에게 더욱 큰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다수의 경쟁사들이 광고비를 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광고 소음’ 속에서 평소보다 높은 광고 집중도가 기대된다. 갈수록 소비자들의 광고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의 효율성도 기대할 수 있다. 매체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이에 따라 매체 구매 비용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시기에는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이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에 시간이나 위치당 비용이 발생하는 매체들은 평소보다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공동의 위기 속에서 브랜드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이미지 제고 및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기업의 강인함을 보여줄 수 있으며, 혹은 함께 힘을 내자는 메시지로 따뜻함을 높일 수도 있다.

최근 있었던 전염병 대유행 때도 다수의 브랜드는 광고비를 줄이지 않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에 나섰다. 실제로, RE-HUB와 Zectr가 중국 소비자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나 브랜드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소비자의 구매에 큰 영향(8.4점/10점)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사회적 메시지를 촉구하면서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 주목을 받은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경기 침체 상황에서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기업과 브랜드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광고비 증액이 정답은 아니다.

다만, 경기 침체는 광고비를 줄여야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맞춰서 기업의 전략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수많은 경기 침체 시기 중 하나였던 1991년, WalMart의 창업자 Sam Walton은 경기 침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경기 침체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나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답한 바가 있다.

그리고 그는 불황 속에서도 적극적인 마케팅과 개발 혁신 등을 통해서 거대 유통 기업인 WalMart를 만들어내었다. 이번 경기 침체도 새로운 브랜드가 두각을 보이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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