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금까지 홍보업계 지라시 등을 통해 알려진 기업 홍보팀으로 이직한 기자만 해도 27개 언론사에 40여명에 달한다.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기업 이직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다만 데스크급이나 고연차 기자의 기업행이 대부분이었던 예전에 비해 올해는 저연차 기자들의 이직이 늘어났다. 저연차 기자의 기업행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기자직에 대한 만족도가 매년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 관련 매체에서는 저연차 기자들의 이동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월 29일자 기사‘젊은 기자들이 기업으로 떠나는 이유’에서 처우 문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언론의 낡은 문화, 기자정신을 느낄 기회가 준 것 등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또‘취재의 목적이 대부분 광고협찬비를 얼마나 받아내느냐에 있으니 차라리 기업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는 신문사 산업부 출신 홍보인의 이야기도 실었다.

기자의 기업행, 기업의 인력 수급 필요도 한 몫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기업의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다변화되고 파편화되고 있다. 이에 맞춰 기업은 자체 채널을 강화한다든지 홍보 조직을 개편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홍보의 역할도 많아지고 있다. 홍보팀은 이제 방송이나 신문에 더해 디지털 등 다양한 플랫폼을 상대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늘고,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기업의 대변인으로서 홍보 담당자들이 챙겨야할 일들이 더 많아졌다.

친환경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 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회사가 새로 뛰어드는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매일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IR 등 사내 각종 회의 참석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처럼 홍보담당자의 업무량이 늘어나고 기자와의 미팅 등 외부활동도 많다보니 인력은 많이 필요한데 비해 워라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홍보팀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반론보도닷컴이 지난 6월 홍보담당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홍보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지만, 사내에서 홍보팀에 대한 기피 현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기자 영입이 활발한 것에는 이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저연차 기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실무능력

기자들이 비판의 대상인 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언론 내부에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이를 계기로 언론사 조직 문화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인력 교류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언론의 이해도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가 하는 기대도 없지 않다.

관계나 네트워크를 염두에 두고 영입하는 고연차 기자와 달리, 기업은 저연차 기자에게 실무능력을 기대한다. 모 건설사 홍보 담당자는 “기자 출신은 사건의 향후 보도 흐름을 전망하는 능력이 좋다. 홍보에 있어 아젠다 설정도 좋고, 무엇보다 보도자료 등 기사 작성에 아무래도 능숙하다”고 말했다.

단독으로 움직이는 기자의 특성상, 기업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홍보 담당자는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험상 개인 캐릭터의 문제로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일부 기자직 희망자의 경우 애초부터 기업을 염두에 두고 기자직을 지원하기도 한다. 유통기업 모 홍보담당자는 “경력을 쌓아 기업 홍보팀이나 전략팀으로 이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다. 그들은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으로의 이직을 생각해 IT부서나 증권부, 금융·경제부 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언론사 스스로 기형적 수익구조 개선 고민해야

인터넷매체만 1만개에 달하고, 뉴스 소비 대부분이 포털에서 이뤄지는 국내의 특수한 상황 아래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과 콘텐츠의 수익화 속도는 매우 더디다.

상당수 언론들이 변화 대신 기업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협찬으로 수익을 꾀하는 것을 선택했다.

언론계가 기자의 이탈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일부에서 지적하듯 기자 스스로가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거나 언론사가 정론지로서 위치를 고민하고 시스템과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다만 언론사 스스로가 협찬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기형적인 매출 구조, 포털 입점 매체의 제호 사고팔기, 일부 인터넷언론의 사이비 행태 등 기자에게 자과감을 주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질 높은 기사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이직은 개인의 직업적 선택이지만 이것이 집단화되고 추세가 된다면 조직의 문제다.

기자의 기업행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는 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세가 크게 확장되거나 상장을 앞둔 신생 디지털 기업들 역시 대외나 홍보 부문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이 기자를 전략팀 등 홍보팀 외에 부서로 영입하는 사례도 늘면서 기자나 기업의 선택지도 많아졌다.

기업이 전통 미디어를 통해서만 소비자나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저물면서 전통 미디어의 위상, 기업의 미디어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기자직과 언론에 대한 젊은 세대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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