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섭의 광고 Pick

 

마케팅 수단을 넘어 광고를 통해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전달하고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 활동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의 광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한편 보다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최근 이슈가 되는 광고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어느 시대에서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애들’로 불려왔지만, 1990년대에 등장한 ‘X세대’는 좀 더 특별했다.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의 소설 「제너레이션 X」에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기성세대와 다른 젊은이들’로 널리 알려진 데다, 때마침 불어 닥친 디지털 패러다임에 가장 먼저 편승하면서 이른바 소비시장의 대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광고들은 이들을 “나, X세대? 트윈엑스”, “내 나이 20과 2분의1, 레쎄”처럼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 하는 세대로 상징화하였다.

또 결혼은 했지만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이른바 ‘미시족’을 “내가 다르니까 내 아이도 다르다. 애 키우는 데는 연습이 없으니까 분유는 스텝로얄”이라는 당당한 자신감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십 수 년의 세월이 지나자 이들은 그 차별화와 당당함의 상징을 이른바 ‘Y세대’에게 내줘야 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기성세대와의 다름을 설득하려고 애쓰던 X세대의 망설임조차 과감하게 생략했다.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 캠페인에서 “왜 남의 생각, 남의 기준으로 살까?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잖아.”라고 외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시 10년이 지나 어김없이 세대는 바뀌었고, 나름대로 ‘남다름’을 자처했던 X세대와 Y세대는 꼼짝없이 또 다른 젊은 세대, Z세대를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2020년 기아자동차 카니발의 “X,Y,Z가 타고 있다” 시리즈 광고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연결의 기술’로 서로 다른 세대를 소통하게 해준다는 컨셉트를 통해 이러한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였다.

그런데 최근 선보인 2022년 삼성전자 ‘신혼가전’ 시리즈 광고는 나이로 세대를 구분하는 대신, 신혼이라는 생애주기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시켜 주목을 끈다. 흔히들 신혼이라고 하면 2,30대의 젊은 남녀가 주인공이 되고 그들의 선택은 기성세대의 생각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광고 속의 신혼은 특정 나이에 국한되지도 않으며, 어느 세대에서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세대관을 그렸다는 데에 반전의 매력이 있다. 오히려 신혼집으로 떠올리기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을 보여주고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중년의 ‘늦깎이 신혼부부’까지 등장하면서 ‘신혼은 젊은 세대이고, 젊으니까 다르다’는 공식을 깨버린 것이다.

삼성전자 신혼가전 협소주택편 (출처=www.tvcf.co.kr)
삼성전자 신혼가전 협소주택편 (출처=www.tvcf.co.kr)

먼저 ‘협소주택’편에서는 ‘프리랜서 신혼부부의 좁은 집 넓게 쓰기’가 소개되었다. 몇 평 안되는 협소주택의 공간을 수직으로 배분하고 직장과 주거를 겸용하기 위해 가전제품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삼성전자 신혼가전 전원주택 편(출처=www.tvcf.co.kr)
삼성전자 신혼가전 전원주택 편(출처=www.tvcf.co.kr)

또 ‘전원주택’편에서는 시끄럽고 공기 나쁜 도시를 떠나 ‘전원에서 세상 자유롭게’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모습이 은퇴한 노부부들만의 로망이 아닌 신혼부부의 도전일 수도 있음을 제안하였다.

삼성전자 신혼가전 오래된 관사 편(출처=www.tvcf.co.kr)
삼성전자 신혼가전 오래된 관사 편(출처=www.tvcf.co.kr)

‘오래된 관사’편에서는 자주 이사를 다녀야하는 직업 특성상 ‘인생을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가전제품도 그 계획에 맞춰 구입함으로써, 이사의 번거로움이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삼성전자 신혼가전 늦깎이 부부 편(출처=www.tvcf.co.kr)
삼성전자 신혼가전 늦깎이 부부 편(출처=www.tvcf.co.kr)

그리고 ‘늦깎이 부부’편은 ‘남들보다 늦었지만 살아온 시간이 긴 만큼 서로 다른 취향도 조화롭게’ 살아가려는 중년의 신혼부부가 각자의 공간을 독립적이면서도 여유 있고 조화롭게 꾸미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광고가 유독 젊은 세대에 주목해 온 건 그들의 색다른 생각이 시장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젊은 세대를 이해해야만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믿기에, 시대마다 새로 등장하는 젊은 세대의 생각을 읽어내려고 애썼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젊은 생각, 새로운 흐름을 굳이 나이로 구분지어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론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내는 MZ세대가 여전히 대세라는 건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나이가 세대’일 순 있어도 ‘세대가 나이’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이 광고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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