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음 한 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2년 호랑이의 해를 맞아 10대 트렌드의 앞글자를 따 ‘TIGER OR CAT’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김난도 교수는 “2022년 트렌드 키워드의 중심은 나노 사회”라면서 “이는 극도로 세분되고 파편화된 사회를 뜻하며 다른 트렌드의 근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나노 사회'라는 것은 공동체가 개인으로,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해 서로 이름조차 모르는 고립된 섬이 되어간다는 의미다.

특히 스마트폰, 알고리즘, 기술만능주의로 인해서 개인은 더욱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나노 사회로의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엑스틴 이즈 백'에도 주목했다. X세대는 주로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를 모두 경험한 세대로, 사회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은 40대들이 주축이다.

기성세대보다 풍요로운 10대를 보낸 40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며 자신의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엑스틴'(X-teen)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나노사회'와 함께 김 교수가 제안한 내년 10대 소비 트렌드는 △투자와 '투잡'에 혈안이 되는 '머니러시' △상품 과잉 시대에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득템력' △도시에 살면서도 소박한 촌스러움을 삶에 더하는 '러스틱 라이프' △고통을 감수하는 대신 즐겁게 건강을 지키는 '헬시플레저' △X세대를 시장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바라본 '엑스틴 이즈 백' △자기관리에 철저한 신인류의 등장을 뜻하는 '바른생활 루틴이'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실재감테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에 따른 상시 쇼핑 시대를 알리는 '라이크커머스' △브랜딩과 정치의 영역에서도 자기만의 서사가 필요하다는 '내러티브 자본'이다. 이 10가지 키워드를 합쳐 만든 내년을 표현하는 단어는 'TIGER OR CAT'이다.

김 교수는 "트렌드는 기술·세대·경제·정책·인구·문화 등의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질병은 ·변화 동인의 하나일 뿐"이라며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해서 트렌드가 예전으로 복귀하리라는 기대는 섣부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복귀도 아니고, 코로나19 기간의 유지도 아니고, 다시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포스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패러다임' 첫해가 될 내년에는 대면·비대면의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되기보다 트렌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TIGER or CAT 10가지 트렌드

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 (나노사회)

공동체가 개인으로 나뉘어져 파편화되고 고립되는 트렌드를 말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들은 해시태그를 통해, 취향이 같은 사람끼리, 좋아하는 사람끼리 뭉치며 새로운 커뮤니티 ‘태그니티( 해시태그 +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Incoming Monety Rush (머니러시)

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다. 나노사회에서 오롯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돈을 좇는다(머니러시). 미국 서부 개척시대 금광에 몰려갔던 골드러시에 빗대 머니 러시라 명명했다. 투잡, N잡, 빚투, 영끌 등 월급 이외의 돈을 만드는 데 지대한 관심을 가진 모든 ‘경향성’이라고 설명한다.

Gotcha power (득템력)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 얻기 어려운 희소 상품을 차지할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이 바로 `‘득템력’`이다. 이미 인기가 높은 한정판 운동화(스니커즈)를 정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스니커테크는 10~20대 소비자에게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운동화 리셀(재판매) 시장은 2030년까지 300억달러(약 35조505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scaping the concrete jungle- 'Rustic Life' (러스틱라이프)

도시생활과 자연친화적인 시골의 소박한 생활을 즐기는 트렌드. 농사를 짓고, 세컨하우스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든다. 촌스럽다고 생각한 옛것들도 `힙`(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Revelers in health - 'Healthy Pleasure' (헬시플레저)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건강은 관심·취미 분야의 `스테디셀러`였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과 면역은 최우선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젊은 층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을 두면서 건강관리 방식도 변했다. 힘들고 어렵고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이왕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해보자는 헬시플래저가 확산하고 있다.

Opening the 'X-files on the X-teen' Generatiopn (엑스틴 이즈 백)

1970년대 생인 X틴에 주목하라. 소비의 양적 규모나 질적 파급력으로 볼 때 소비 시장에서 주요 세대는 1965~1979년생인 `X세대`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1970년대 엑스틴(X-teen)이다. 엑스틴은 사회의 허리이자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대한민국 소비 시장을 이끌고 갈 것이다.

Routinize Yourself (바른생활 루틴이)

코로나19로 재택이지만 출근 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한다. 회사에 가지 않지만 상관없다. 루틴(매일 수행하는 습관이나 절차)을 유지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루틴을 통해 자기 관리에 철저한 신인류를 `바른생활 루틴이(루틴+어린이)`라 부른다. 우리는 어떠한 생활 방식이어도 그 속에서 소소한 자신감과 미세 행복을 찾는다. 평범한 인생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로 산다.

Connecting Together through Extended Presence (실재감 테크)

비대면 생활이 길어지면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실재감 테크(Extended Presence Technology)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핵심기술로 부상한다. 가상인간 로지, 라이브 커머스, 메타버스 등의 사례가 있다.

Actualizing Consumer Power- 'Like Commerce' (라이크커머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휴대전화로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본다. 친구가 올린 밀키트와 화장품이 좋아 보여 그냥 구매한다. 따로 쇼핑몰에 들어가는 건 귀찮다. 이런 소비는 `좋아요(Like)`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로 `‘라이크커머스`’라고 부른다. 앞으로 SNS의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소비자가 주도하는 유통과정인 라이크 커머스가 중요해질 것이다.

Tell me your narrative (내러티브 자본)

내러티브를 가진 사람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트렌드는 더욱더 강화할 것이다. 스토리텔링(이야기)이 중요한데 내러티브는 스토리텔링이 이어진 훨씬 큰 개념이다. 창의적인 구조로 전달되는 이야기를 말하며, 감성과 상징에 어필해 고객 공동체와 함께 소통하는 세계관을 담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