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PPL 해도 넘어간다", "우물에서 토레타 나와도 인정이다", "전쟁터에 배민라이더 나타나도 인정해 줄 거다", “진짜 뉴온달 금니 있어도 인정함”

올해 초 KBS2 ‘달이 뜨는 강’의 주연 배우였던 지수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드라마에서 하차한 것에 대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청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촬영이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도 논란이 된 주인공 배역의 하차를 결정한 만큼 드라마 제작에 시청자들은 긍정적이다 못해 환영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눈여겨볼만한 대목은 ‘PPL’에 관한 관대한 처사다. 주인공을 교체하고, 상당히 많은 분량의 재촬영이 필요한 만큼 손해도 막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드라마 스토리와 동떨어진 어떤 황당한 PPL을 받아도 시청하겠다며 드라마 제작을 응원했다.

MZ세대의 놀이 문화로 편입된 PPL

PPL(Product Placement Advertisement)에 대한 시청자 인식이 달라졌다. PPL이란 마케팅 기법 중 하나로 기업들이 지불하는 제작비에 대한 대가로 프로그램에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시켜 간접적으로 광고해주는 기법이다.

이런 PPL은 과거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업적이고, 급작스러운 대사와 상황에 맞지 않는 제품 광고 등 프로그램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존재로 인식하게 했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비재 기업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고 있는 A씨는 “최근 MBC ‘놀면뭐하니’가 PPL에 대한 시청자 인식을 상당히 많이 바꿔놨다”며 “싹스리 특집에 나온 많은 출연자들이 PPL 상품을 먹고 사용하며 ‘모든건 냉장고 덕분입니다, 냉장고야 고마워’ ‘PPL덕분에 세트장을 제작할 수 있었다’ ‘선 PPL 후 논의도 가능합니다’ 라며 광고 필요성을 호소해 PPL 이미지 반전에 큰 역할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게 계기가 되어 이제 PPL은 MZ세대에게 놀이문화의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 문화에 편입됐다”고 말을 이어갔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1020세대 사이에서 야인시대(SBS, 2002~2004년), 거침없이 하이킥(MBC, 2006~2007년), 커피프린스(MBC, 2007년), 도깨비(tvN, 2016~2017년), 나의아저씨(tvN, 2018년) 등 과거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연히 해당 드라마에 PPL을 집행했었던 제품들이 소환되며 재차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tvN에서 방송한 ‘도깨비’에 PPL을 진행했던 코카콜라 ‘토레타’의 경우 “치킨집에서 콜라 안먹고 토레타 먹으면 공유되나?” “치킨집에 토레타가 있어야 도깨비 소환할 수 있는건가?” 라며 최근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롯데제과의 '몽쉘'도 드라마 나의아저씨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시금 화제되고 있다. 제품명 변경전 '몽쉘통통', 'Mont(나의) / Cher(친애하는) / Tonton(아저씨)‘라는 뜻에 맞춰 '협찬 잘했다'라는 반응도 있는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무려 22년 전 바뀐 제품명 변경을 이제야 눈치챘다며 "지금도 먹고 있는데 무슨 이름변..어?", "내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어?", "통통해 질까봐 이름 바꾸었다는 소문이..." 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지상파 광고판매 미디어렙 IMC담당자는 "지금까지의 광고 집행은 단순히 집행 순간의 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어떤 콘텐츠를 갑자기 소환해 즐길지 모르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롱테일 콘텐츠를 노릴 수 있는 하나의 중요 요소로 PPL 집행을 고려하는 광고주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왜냐하면 OTT, 디지털 콘텐츠 등이 급성장하는 지금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AI 알고리즘을 통한 콘텐츠 추천으로 과거 콘텐츠가 역주행 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방송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들은 웰메이드 프로그램이기에 오랜 시간 뒤에 다시 봐도 새로운 콘텐츠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TV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미디어 벨류체인 속에서 지상파도 네이버,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해 경쟁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 속에서 '역주행 드라마와 PPL'같이 새로운 생명력을 갖는 제2의 부흥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콘텐츠 안에서 자신의 몫 톡톡히 하는 PPL, 시청자도 광고주도 환영

한편 제작을 위한 제품 협찬이란 PPL 정의가 무색하게, PPL이 주인공인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4월 25일 SBS는 광고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 변화를 빠르게 간파하고, 지상파로써 다소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하나 선보였다. 바로 신개념 PPL 버라이어티 예능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이었는데, '대놓고' PPL 제품들을 광고해 오히려 시청자들이 광고와 콘텐츠를 구분하지 않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같은 PPL 중심 콘텐츠 제작이 더욱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콘텐츠 '네고왕'을 들 수 있는데, '네고왕'은 지난해 하반기 '뒷광고'로 난리가 난 와중에 등장했다. '네고왕'은 매회 하나의 브랜드를 선정해 불만사항이나 개선방향에 대해 시민이나 직원들에게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브랜드 대표와 협상을 한다는 콘셉인데, 현재 시즌3까지 제작하며 인기를 끌고있다.

B2C기업 광고팀에 몸담고 있는 B씨는 "PPL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 영업을 맡은 광고국 요청에 따라 낙하산처럼 날아들어온 PPL 상품이 프로그램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어색하게 표현됐다면, 최근에는 'PPL도 재미없으면 편집'이라는 내부방침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콘텐츠 안에서 PPL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MZ세대들은 조금 뻔뻔할 정도로 대놓고 광고하거나, 아예 PPL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해도 재미있다면 광고 그 자체를 방송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받아들인다"며 "시청 흐름을 방해하는 상업 광고로 미움받는 것보다 함께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제품과 가까워질 수 있는 지금의 트렌드는, 광고주로서 매우 환영하고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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