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이 기업들 사이에서 화두다. 특히 언론을 응대하는 홍보실을 비롯한 대관 부서들에 비상이 걸렸다. 일단 청탁금지법에 적용되는 언론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 등이다.

관련된 언론사 수는 올해 6월 기준 방송사업자 516개, 신문사업자 3400개,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7320개, 뉴스통신사업자 21개, 인터넷신문사업자 6149개 등 총 1만7406개 기관에 달한다. 적용대상자는 언론사 대표와 그 임직원은 물론 취재・보도・편집 등의 업무와 경영, 기술, 지원업무 등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가 해당된다.

이 법의 실시로 그간 기업들이 고통 받아 왔던 ‘유사언론행위’들이 어느 정도 제한될 것인가 또한 초미의 관심사다. 이전과 같이 부정기사를 담보로 유사언론들이 기대했던 공갈성 광고와 협찬, 접대행위들이 대부분 직접적 처벌대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 차원에서도 해당 법을 우회해 가며, 조직 차원의 범법행위를 공조 불사해야 할 이유가 없어져 버린 셈이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기도 했다.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해, 기존 3명이던 '취재ㆍ편집 인력'을 5명(취재기자 3인 이상)으로 늘리고 이들의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국민연금 등의 가입증명서)를 해당 시.도에 제출하도록 했다.

현재 이 기준을 갖추지 못한 인터넷신문은 등록할 수 없고, 이미 운영중인 곳은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1월 18일까지 개정된 등록요건을 충족하는 서류를 시.도에 제출해 다시 등록해야 한다.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인터넷신문은 등록이 취소된다.

이미 해당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국 인터넷신문 상당수가 '등록 취소'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고용인원이 5명 미만인 인터넷신문만 38.7%로, 전국 6천개 가량의 인터넷신문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2천3백여 곳이 등록 취소 대상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신문산업 실태조사와 현재 인터넷신문의 평균 기자 수와 평균 매출수준을 기준으로 볼 때 대략 2천~5천개의 인터넷신문이 '등록 취소' 대상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최소한 절반 이상의 법적 기준 미달 매체들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빈번했던 유사언론행위 발생 가능성도 그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기업들이 고통과 부담이 상당 수준 감소할 것이다. 절대적인 매체 수가 감소하고, 매체 차원에서도 유사언론행위로 인한 기대 대가가 상당수준 제한되는 환경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기업에게는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살아남은 일부 매체들의 유사언론행위 경우에는 일종의 체계 속으로 들어가 교묘히 진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전의 간헐적 공갈성 광고 협찬 요구가 이제는 정상적인 사전, 사후 광고 협찬 계획 속에 포함되는 더 골치 아픈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유사언론행위 대응의 핵심, 일관된 원칙

유사언론행위에 맞서는 기업에게는 일단 이전과는 다른 환경이 다가오고 있음은 틀림없다. 예전과 같은 응대에도 분명 많은 제약이 생겨났다. 그러면 유사언론행위에 대한 대응 방식은 어떻게 변화되어 나갈 수 있을까?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분석 발표한 ‘2015년도 언론관련 판결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선고된 언론관련 판결에서 (한 사건에 여러 청구가 함께 제기된 사건을 청구권별로 나누어 재합산해 본 결과) 손해배상 청구는 339건(54.9%), 정정보도 청구는 190건(30.8%), 반론보도 청구는 43건(7.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보면 언론관련 소송에서 원고가 가장 선호하는 피해구제방법은 ‘손해배상 청구’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언론에서 가장 골치 아프게 받아들이는 피해 구제 형식이기도 하다.

언론관련 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일반인이 59건(27.4%)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적인물 38건(17.7%), 고위공직자 25건(11.6%), 기업 22건(10.2%), 일반단체 20건(9.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직간접적으로 기업이나 조직 이슈에 기반한 소송을 감안하면 그 수는 상당 비율로 보여진다.

소송건수를 매체유형별 건수로 살펴본 결과, 인터넷매체가 207건(55.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방송 62건(16.8%), 일간신문 50건(1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압도적으로 매체유형상 모수가 많고, 상대적으로 경영 상태나 여러 취재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인터넷매체를 상대로 한 소송건수가 전체 소송의 절반을 넘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이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도 전체 언론관련 소송의 원고승소율은 56.3%에 이른다. 원고의 승소비율이 가시적으로 높다. 상소심에서 원심판결을 뒤집을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나와있다.

 

이런 정보들은 기존 언론 대응에서 ‘법적 대응 방식’이 매우 조심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던데 반해 최근에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법적 구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유사언론행위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는 기사나 보도들이 여러 채널들을 통해 양산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생존을 위한 대응방식의 변화라고 보여진다.

향후 전개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기업들이 다시 가다듬어야 하는 유사언론행위 대응방식의 핵심은 ‘일관된 원칙’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이는 그 이전의 언론 대응방식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사실 유사언론행위의 그 밑바닥에는 기업이 스스로 적절한 대응기준을 세우지 못하거나, 해당 기준을 매체에 따라 또는 협박의 유형이나 수위에 따라 조변석개했던 것이 문제 중 하나였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자

‘단순 협박성 기사/보도에는 대응하지 않는다’, ‘팩트가 아닌 사안에 대한 기사/보도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소송 시에는 최대한 승소를 목적으로 하고 합의를 배제한다’, ‘피해구제방식으로는 손해배상 청구를 우선한다’, ‘청탁금지법에 최대한 의지한다’ 등과 같은 보다 전략과 원칙에 근거한 내부 대응기준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이전과 같이 기사/보도 건건에 대해 장시간 내부 논의를 거쳐, 그 대응방식과 수위를 변화시키는 대응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언론사나 기자가 공히 기사/보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건에 대해 저 회사는 무조건 우리에게 소송을 제기할 것이 틀림없다’는 예측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최소한 ‘자칫 취재에서 오류가 있을 경우 우리는 소송을 당한다’라는 두려움이라도 가지게 해야 한다.

일관되게 적용하자

메이저 언론에는 이렇게 마이너 언론에게는 저렇게 하는 적용 기준을 최대한 일관되도록 일원화해야 한다. ‘언론을 차별하지 말라’는 언론관계 원칙을 떠올려보자. 이는 유사언론행위 대응에도 공히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일 것이다. 일부에게 ‘저 회사는 우리가 마이너 매체라서 소송을 거는구나’하는 부차적인 억울함은 만들어 주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우리는 메이저이기 때문에 저 회사는 소송할 리가 없어’라는 무조건적 자신감도 만들어선 안 된다. 어떤 언론인지, 어떤 주제인지, 어떤 시기인지를 가리지 않고 문제가 있다면 대응한다는 일관성은 중장기적으로 기업에게 큰 힘이 될 것이 틀림없다.

반복해서 적용하자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서 ‘지치는 사람이 진다’는 말도 있다. 공격적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회사에서 정한 핵심 메시지를 반복하는 경우 주로 해당되는 조언이다. 기자가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여러 방향으로 바꾸어 반복할 때, 가장 어려운 상대가 ‘준비된 핵심 메시지’들을 지치지 않고 똑같이 반복해 응대하는 기업이다. 이 원칙은 반복적인 유사언론행위에 대한 대응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유사언론행위를 한 해당 매체에게만 주는 메시지가 아니다. 자신의 회사와 해당 매체간 다툼을 지켜보는 더 많은 여러 매체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대응기준의 적용은 반복 반복 반복되어야 결국 힘이 된다.

이상과 같은 가치는 이미 수십 년간 기업에서 언론관계를 담당하는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로 받아들여져 왔다. ‘언론과 하루 이틀 관계를 가질 것이 아니라면 그런 극단적인 대응은 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언론과의 감정싸움 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조언들이 일반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 없는 기업’, ‘일관성이 부족한 기업’, ‘동일한 대응을 반복하지 못하는 뒷심 없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최근의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은 유사언론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역량은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청탁금지법을 우회하는 공갈성 광고 및 협찬 대응방식을 고안하거나, 이를 내부적으로 승인하고 눈감아 주는 조직적 공조를 하거나, 반복되는 유사언론행위에 이전과 같은 거대한 대응 예산을 편성하거나, 문제가 발생 가능할 대응방식에서 일관성과 반복성을 유지하는 기존과 같은 대응이 과연 앞으로도 효과적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큰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기반한 대표이사의 결심은 그 핵심이 될 것이다.

원칙은 최초로 만들어 지키기는 무척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명확성과 일관성과 반복성을 기반으로 장기간 지켜지면 마침내 위력을 발휘한다. 먼저 대표이사 스스로 대응기준에 대한 생각이 변화해야 원칙이 생긴다. 고민해서 먼저 변화하고, 원칙을 만들자. 명확하고, 일관된 원칙을 반복하는 것에 우선 집중해 보자. 더 나은 길이 보일 것이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