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유사언론행위 1위 매체가 '또' 1위

유사언론행위 언론사, 2022년 대비 33개↑ 투자 정보 관련 기사로 기업 압박도 크게 늘어 근절방안…포털 퇴출·기사 노출 제한 등 꼽아 "최종보고서에 매체 실명 담아 제공할 것"

2024-07-16     유정무 기자
계명대학교 이시훈 교수가 '2024 유사언론행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반론보도닷컴

2024년 유사언론행위 실태조사 결과 지난 2022년에 가장 심각한 유사언론행위 매체로 뽑힌 곳이 또다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유사언론행위 언론사로 지목된 매체는 총 168개로 지난 2022년 대비 33개 증가했다.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유사언론행위 실태조사' 결과가 한국광고학회 특별세미나에서 공개됐다.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 4월 광고학회에 의뢰해 진행됐다. 이날 발표에서는 유사언론행위 매체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학회가 7월말쯤 광고주협회에 제출하는 최종보고서에는 매체의 실명이 담길 예정이다. 광고주협회는 최종보고서를 회원사에게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A매체, 2022년에 이어 올해도 제일 심한 매체

이번 실태조사를 맡은 계명대 이시훈 교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유사언론행위 지수 1위를 기록한 A매체는 지난 2022년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A매체는 올해 유사언론행위 평가 지수 산정 결과 95.04를 기록, 지난 2022년에 이어 제일 심한 매체로 조사됐다. 이어 유사언론행위가 심각한 상위 매체 현황을 살펴보면 2위를 차지한 B매체는 지난 2022년 73.20(3위)에서 올해 91.73(2위)으로 18.53포인트 올랐다.

특히 유사언론점수 87.81로 3위를 차지한 C매체의 경우 지난 2022년 55.30(19위)에서 무려 16계단이나 순위가 올랐고 D매체도 지난 2022년 62.00(7위)에서 올해 83.72(4위)로 21.72포인트 증가로 뒤를 이었다. 

새롭게 유사언론행위 매체로 선정된 곳도 있었다. 각각 5, 6위를 차지한 E매체와 F매체는올해 조사에서 처음 선정됐는데 각각 75.18(5위)과 67.07(6위)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광고주협회에 제공할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는 유의미한 범위에 있는 매체의 실명을 적시해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별 리스크 등급화…"정책 대안·문제 제기 근거로 활용"

이날 세미나에서 이 교수는 유사언론행위정도에 따라 △블랙(심각) △레드(경고) △옐로우(주의) △그레이 등 총 4개의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 교수는 "총 4개의 등급으로 유사언론행위 매체를 분류했다"며 "특히 블랙·래드·옐로우 등급은 유사언론행위가 심각하거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 등급은 향후 정책적 결정에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언론행위 경험률을 보면 지난 2022년 유사 연구 결과와 비교해 보면 금전적 성격의 몇몇 유형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결과와 지난 2022년 실시한 조사 결과 중 크게 증가한 것은 총 6개였다. 그중에서도 △기자가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거나 내용을 왜곡 혹은 과장해 허위의 보도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다(12.1) △기자로부터 술자리를 갖자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10.7) △기자로부터 취재 과정에서 광고 수주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11.0) 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4포인트 이상 오른 것은 △기자가 사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추측성의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었다(14.1) △기사 혹은 논설, 사설에 대한 해명이나 반론의 기회를 받지 못한 적이 있다(17.3) △기자로부터 소속 언론사의 사업 후원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14.8) 등으로 확인됐다.

계명대학교 이시훈 교수가 '2024 유사언론행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반론보도닷컴

'IB 기획 보도'를 매개로 협찬 요구↑

특히 최근 주목할 만한 것은 'IB 기획 보도'를 매개로 협찬을 요구하는 매체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마치 투자 자본시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앞세워 기업의 △성과 △실적 △사업 포트폴리오 등에 관힌 분석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고 기존에 나왔던 악재들을 재구성하는 게 대다수 라는 게 이번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사실 이는 기존의 채권과 주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IB(투자은행) 전문 매체들이 시리즈 기사 매개 협찬 요구를 위해 쓰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다수의 매체가 이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 어느 한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뚫리면 다음 기업으로 차례대로 내려오는 구조라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IB 보도 행위, 이직 증가와 연간 계약 용이성 때문

'기획 취재팀'이라는 팀을 만들어 시리즈 형태의 IB 기획보도로 기업을 압박하는 형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유사언론행위를 하는 매체들은 이같은 방법이 연간 광고 계약을 받아내기 쉬운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태 설문조사에 응답한 홍보담당자들은 이같은 IB 보도의 증가는 해당 매체 종사자의 이직이나 창업을 한 원인으로 꼽았다. IB 매체에서 근무한 기자가 특정 매체로 이직하면 그 매체가 갑자기 IB를 표방, 유사한 형태의 기사를 작성하거나 새롭게 창업해 기업을 압박한다는 것. 

이렇게 늘어난 IB 매체들은 기업에 투자정보 관련 기사를 빌미로 협찬·광고·구독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독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은데 실제 IB 전문 정보지 혹은 전문매체의 경우, 통상 적게는 2-3개 많게는 10개에 가까운 계정을 기업에 구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1개 계정당 구독료는 최소 1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찬에 대한 광고 집행 관행 감소

유사언론행위가 만연한 이유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부정기사 차단을 위한 광고 또는 협찬에 대한 집행 관행을 이유로 뽑은 응답이 2022년에 비해 감소했다. 지난 2022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9%가 이 같은 관행을 만연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77%에 그쳤다. 즉 부정적인 기사로 '거래'를 요구하는 매체의 잘못된 요구에 기업이 응하지 않는 경향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매체들의 유사언론행위가 증가한 이유와도 연결돼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즉 기업들이 기사 빌미 광고 강요에 응하지않자 매체들의 유사언론행위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고 기업들의 광고비가 줄어들면서 유사언론행위가 더 증가한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털에서 퇴출·기사 노출 제한이 실질적인 방안

이번 조사에서 광고주들이 생각하는 유사언론행위 근절 방안으로 △포털사이트에서 유사언론 퇴출 및 기사제휴 중단(97%) △포털사이트 기사 검색 차단·노출 제한(97%) △매체사의 진입장벽 강화·허가제 검토(97%) 등을 꼽았다.

이와 반해 매체사의 자발적 노력·자정효과 기대와 유사언론행위에 무대응은 각각 48%, 4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의 69.5%, 62.9%에 비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이는 기업들은 더 이상 매체사의 자정 노력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오히려 포털에서의 퇴출이나 기사 노출 제한이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