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커뮤니케이션(이하 사내 컴)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미디어 파워가 전통매체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며 ‘홍보’ = ‘언론대응’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뉴미디어로 눈을 돌려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사내 컴의 기원은 ‘인터널 커뮤니케이션즈(internal communications)’다. 원래 뜻은 ‘조직 구성원 사이에서 이뤄지는 소통’. 이후 산업 발달에 따라 기업 종사자 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 해당 기업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 그리고 조직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형성한 직원들이 기업을 대표하게 되면서 이들의 긍정적인 태도가 대중의 조직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맥락에서 사용되어 왔다.

현대에 들어 사내컴은 디지털 환경 + 밀레니얼 세대 임직원 비중이 커지며 빠르게 그 중요성이 부상했다.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관해 적극적이며 열정적으로 참여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위에서 아래로’ 일색이었던 과거의 소통 방식이 ‘옆에서 옆으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자유롭게 뒤섞이며 통합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이견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꾸준히 진화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다시 금 사내 컴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기업 자체 플랫폼을 통해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행동 지침 및 안전, 건강 정보를 전달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재택근무로 인한 비대면 근무 환경 속에서 직원들을 다독이며 소속감,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위기 상황에서 조직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내부 구성원 간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내 컴으로 두 마리 토끼 잡기, 애사심 높이면서 기업 대외 이미지도 UP

맥도날드는 지난 5월 'Our McFamily in the community'사이트를 개설하고 코로나 사태에서 자사 직원들이 어떤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MacFamily 사이트는 블로그 형식으로 운영되는데 전문가가 아닌 직원들이 직접 제출한 내용의 일부를 게재하는 방법으로 생생한 현장감을 높였다. 매장 내에서 거리두기를 하는 직원들의 모습, 건강 관리하는 방법 등 일상생활들이 공유됐다.

맥도날드는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자사 직원들에게 공동체 및 소속감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사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 맥도날드가 직원들을 어떻게 케어하고 있는지를 직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대외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실제로 위기 상황에서 직원을 케어하는 기업을 도우려는 의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PR컨설팅사인 플레시먼힐러드가 세계 6개국 성인 6,5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고용주들이 직원들을 잘 돌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32%는 위기 때 직원들을 배려한 기업의 브랜드•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는 "기업에 대한 기대가 다른 나라보다 특히 한국에서 더 높게 나왔다"며 "기업은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한 가치 기준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비즈니스 회복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어낼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설명했다.

유튜버로 변신. 직원에게 성큼 다가간 최고 경영자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근무 환경에 따라 사내방송 등을 도입하며 언택트로 조직문화를 정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CEO가 직접 나서 회사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코로나블루를 겪고 있고 있는 직원들을 위로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6월 대표이사가 직접 출연하는 ‘CEO 유튜브 소통 라이브’와 사내방송 을 도입했다. 첫 비대면 미팅이 있었던 6월 24일에는 이완신 대표의 이름을 딴 '완신라이브(완전 신박한 라이브)'를 통해 회사의 전략방향부터 대표이사에 관해 궁금한 점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직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했다. 또한 이 대표이사가 추천하는 롯데홈쇼핑 상품을 함께 개봉하는 '언박싱 라이브', 직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해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춘 사람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사랑의 콜센터' 코너도 진행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완신라이브 외에도 재택근무가 해제된 5월 중순부터 주 2회 사내방송을 진행하면서 대면 활동 축소 등으로 심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진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만남 자체의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소속감과 유대감을 제공하고, 직원들이 외부환경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언택트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유튜버로 변신한 경영자도 있다. SK 최태원 회장은 8월에 열리는 SK 이천서브포럼 사내 홍보를 위해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B급 감성’ 연기를 펼쳤다. 최 회장은 직원들의 사업 통찰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내부용 이천포럼을 만들었는데, 논의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도록 2018년부터는 이천서브포럼도 운영 중이다.

최 회장은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포럼에 많은 직원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직접 본인이 유튜브에 출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삼행시 짓기, 드라마 패러디를 하는 모습을 담아 ‘최태원 클라쓰’를 공개했다. 최태원 클라쓰는 현재까지 3편이 제작됐다. 이처럼 최 회장은 유튜버로 파격 변신하며 수평적인 소통을 하는 동시에 어려움을 겪는 그룹 구성원을 세세히 챙기며 직원 케어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과의 '찐 소통'을 위해 최고 경영자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나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전체 직원 1만 700여명 중 1980년 이후 출생자는 60%가 넘고, 1990년 이후 출생한 직원들은 2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최근 MZ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도입하고 ‘MZ세대 언어와 소통방법’, ‘요즘 세대 직업관과 회사 제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등 신입사원들이 직접 선정한 관심사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4월 ‘e-타운홀미팅’을 통해 KB국민카드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타운홀미팅은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이 다양한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대면 방식의 소통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유튜브 생중계 방식의 ‘e-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 특히 첫 타운홀미팅에서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이겨낸 대구지역 직원들과 화상 통화를 통해 감사의 마음과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사내•외부 컴 동일화 추세, 어떤 콘텐츠라도 브랜딩에 영향 끼칠 수 있음 명심해야

기업이 사내 컴을 강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소통을 통해 조직간 협력을 원활히 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직원들은 기업을 위해 일하는 일꾼인 동시에 기업이미지 및 브랜드 메시지 전파에 큰 역할을 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콘텐츠로 만들고 사내 컴과 외부 컴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기업들이 늘고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기업 외에도 삼성전자, 한화, 대림산업 등도 자사 유튜브 채널에 사내 컴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들 역시 과거 딱딱한 사내 동정 전달에서 벗어나 예능을 보듯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시훈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향후 재택근무 등 비대면 업무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흩어져 일하는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원활한 협업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내 컴의 중요성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일상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며 “광고, 마케팅, 기획, 연구개발 등 전 분야에 걸쳐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안심과 신뢰감, 자부심 등을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대내외적으로도 회사 명성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사내•외부 컴을 동시에 가져가는 트렌드이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라도 마케팅 및 브랜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상식을 넘어선 희화화 콘텐츠는 지양하고 대내외 발신 정보가 분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제작 단계에서부터 저작권 문제, 이슈로 발생될 여지가 있는 내용은 사전 검수를 통해 걸러내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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