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年“이라고 하면서 왜 이렇게 특정한 날을 정하고 끝을 맺으면서 살까요?

인간이 살기 쉬우라고 이렇게 정했습니다. 나날이 똑같은 날이면 어떤 오류나 실수가 있어도 그걸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해요. 그런데 사람은 빚을 계속 짊어지고 가기 싫잖아요. 세상에서는 범죄 기록도 몇 년마다 한 번씩 털어버리잖아요.

그래서 날짜를 정해놓고 이 날짜를 기해서 지나간 것은 다 털어버리라는 취지입니다. 그러고 나서 처음 하듯이 새로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털어버리는 것은 언제가 가장 좋아요?

죽을 때입니다. 죽을 때 가만히 보세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미워하는 사람이나 다 잊어버리고 가라고 하지요. 이 세상에서 있었던 일 다 털어버리고 딱 빈 마음으로 저세상으로 가서 새로 시작하라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들 이사 갈 때도 다 털어버리고 가고 싶죠? 이사를 갈 때나 이것저것 털어버려 지지 그냥은 털어버려 지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빚도 가끔씩 청산하잖아요. 이렇게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자 이런 의미가 있어요.

송년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올해 것은 다 털어버리고 내년에는 새로 시작한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올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처받은 일이든 기쁜 일이든 연말을 보내면서 다 털어버려야 해요. 그리고 새해에는 새로 시작합니다. 돌아보면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이 있죠. 그러나 다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런데 다 털어버리고도 빙 둘러보면 다시 주워 갈 것이 생길까요? 안 생길까요? 작년 것 중에서 주워 갈 만한 것이 있더라도, 일단 먼저 버리고 나서 다시 주워 가야 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실 안 주워 가는 게 제일 좋지만, 그래도 우리는 중생이니까 몇 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 털어버리고 몇 개는 주워 가도 괜찮아요. 이렇게 하라고 송년회를 하는 겁니다. 술 먹으라고 송년회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친구지간에 원수진 사람이 있으면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다 털어야 되니까 악수를 해야 돼요. 오늘까지만 미워하고 내일부터는 미워하지 말아야 해요. 여러 가지 상처 있는 것도 오늘로 정리해 버리세요. 다 털어버리고 새해에는 새롭게 시작해 봅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그 무엇이든 한 해를 보내면서 다 놓아버리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을 합시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때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최소한 3일은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365일 새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마음 자세를 잘 가다듬어서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래서 옛부터 정초 기도를 하는 겁니다.

올해 1년을 돌아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하셨죠? 그중에서 제일 잘한 게 뭘까요?

첫째, 안 죽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올해 안 죽고 살아남은 사람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올해에 죽은 사람 수가 수십만 명 되겠죠? 거기에 안 낀 것만 해도 굉장한 일을 하셨어요.

둘째,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 신세 안 진 것만 해도 큰일 하셨어요. 병원 신세 진 사람은 그런 가운데도 안 죽고 살았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하고요. 올 한 해 교통사고 안 나고 한 해를 보냈다, 저는 이것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고가 나도 열두 번 더 날 상황인데 그래도 큰 사고 안 나고 한 해를 보냈습니다. 대성공입니다.

셋째, 사람이 살다 보면 괴로울 일이 많이 있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올해 이런 일 겪은 사람 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다들 잘 사신 거예요. 그런 일 있더라도 부처님 법 만나서 별것 아니다 하며 이겨내었다면 그것도 대성공이에요. 오늘 성공한 사람 많네요.

이렇게 몸 건강하고 마음 건강하면 이보다 더한 복은 없습니다. 그 외에는 다 소소한 것들입니다. 즉 결혼하려다가 못했습니다, 이건 더 좋은 사람 만나려고 그런 겁니다. 마음에 안 들어서 헤어졌다, 그건 앞으로 더 괴로울 일이 있을 것을 미연에 방지한 거예요.

여러분들이 죽고 싶다고 해도 그거야말로 지나놓고 보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입니다. 여러분들 나이 들어서 숨넘어갈 때쯤 돌아보면, 누구하고 결혼했다 이런 게 별로 중요할까요? 사실은 지나놓고 보면 다 별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맨날 목숨을 겁니다. 이런 깨달음은 내년에도 잘 주워서 가야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 순간순간에는 난리를 피웠는데 지나놓고 보니까 별일 아니구나. 이런 것을 미리 알면 얼마나 살기 좋을까요? 제가 어릴 때 구슬치기해서 구슬 따는 데에 사활을 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때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다면 집에 갈 때는 구슬을 다시 다 친구들에게 돌려줬겠죠.

지금 잘한 것이 나중에 돌아보면 잘한 것이 아니고, 지금 손해 난 것이 나중에 돌아보면 꼭 손해 난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가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는 것입니다. 인생은 그땐 잘 몰랐는데 돌아보면 잘 보여요. 그게 문제예요.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보면서 그 노하우를 가지고 지금 바로 그걸 알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수행의 과제가 '지금 여기 깨어 있어서 있는 그대로를 보라'입니다.

화내고 짜증 낼 때도 '1년이 지난 뒤에도 돌아보면 이 일이 과연 짜증을 낼 일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짜증을 낼 일이 아닐 거예요. 그 순간을 보낼 때는 그렇게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별일 아니구나, 이것을 한 해를 보낼 때마다 몇 번 경험하면 바로 그 순간에 '이거 별거 아니다'라고 알게 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덜 괴로워하고 덜 근심 걱정하고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이렇게 털어버리는 연습을 해야 진짜 죽을 때 잘 털 수 있어요. 해마다 잘 연습하면 죽을 때도 잘 털고 갈 수가 있습니다. 아무 연습을 안 하면 진짜 털어야 할 때 못 털게 됩니다.

어릴 때 성추행당했다, 부모가 고등학교까지밖에 안 시켜줬다, 이런 것들을 상처로 짊어지고 있으면 스스로에게 유익하지 않아요. 그런데 뭣 때문에 그걸 움켜쥐고 있으세요? 움켜쥐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에요. 버려야 해요. 뭐가 좋다고 간직하고 있어요? 털어버려야 한다. 그렇게 자기를 가볍고 편안하게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송년을 맞아서 이렇게 다 털어버리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일 많이 했다고 항상 칭찬만 들을 수가 없어요. 불교 신자가 계속 늘어나면 기독교 신자가 줄겠죠? 그런 것처럼 한쪽에서 열심히 하면 다른 쪽에서는 손해를 보는 게 이 세상이에요. 그래서 ‘나는 좋은 일만 했다, 나는 나쁜 짓은 안 했다’ 그렇게만 생각하시면 안 돼요. 내가 누구에게 어떻게 어떤 피해를 줬는지 나는 알 수가 없어요. 나도 모르게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해를 보내면서 ‘나로 인해서 상처 입은 사람들께 다 참회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셔야 합니다.

앞으로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또 아이들한테도 ‘나 때문에 지난 1년간 마음고생 많이 했지? 미안하다’ 또 ‘너로 인해서 지난 1년간 참 행복하게 살았다. 참 좋았다. 고맙다’ 이 두 가지 인사를 하셔야 해요. 하나는 죄송하다 하는 인사와 하나는 고맙다 하는 인사, 이 두 가지 인사를 하면서 1년을 잘 청산하시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미안하다는 소리를 덜 하고 살 수 있도록 상처를 좀 덜 주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좀 더 들을 수 있도록 한번 살아봅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조금씩 개선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좋은 상태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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