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Minority Report,2002)의 한 장면

스티브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는 2054년 미래의 광고가 나온다. 거리에 설치된 광고판이 CCTV를 통해 주변 정보를 분석하고 젊은 남성이 지나가면 그가 관심을 가질법한 불가리 향수, 렉서스 자동차 광고를 보여준다. 불가리 향수를 든 광고모델은 남성의 이름을 부르며 제품을 안내한다.

이 장면이 수년 내에 실현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제 2의 IT혁명이라고 불리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있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은 어떠한 사물이든 인터넷과 연결되어 네트워크 상의 인공지능을 토대로 사람이 원하는 정보 또는 편익을 주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은 전 산업분야에 적용이 가능해 2020년에는 1조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 애플의 아이비콘(iBEACON) 송신기

마케팅 분야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대표 사례는 애플(Apple)의 아이비콘(iBEACON)이다. 아이폰(패드)에 설치된 아이비콘은 소유자의 위치 정보를 비콘이란 송신기에 전달한다. 이 송신기를 매장이나 식당 등에 설치하면 50미터 반경 내의 아이폰 소유자에게 매장 정보와 가격, 광고 등을 전달한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은 할인 쿠폰 등 혜택을 받고 아이폰 상의 지문 인식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차후에 판매자는 구매 횟수, 직업, 연락처 등 비콘을 통해 입수된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를 집행해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비콘의 장점은 확장성에 있다. 현재는 주로 마케팅 도구로 쓰이지만 재난 발생 시 위치(피신 경로) 정보 제공, 관광 가이드 등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따라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 아이비콘을 이용한 쇼핑과 결제(GIGACOM 자료)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MLB)가 2014년 시즌부터 아이비콘을 도입했다. 아이폰 사용자는 야구장 입장시 좌석과 할인 정보, 서비스 등을 자동으로 제공받는다. 비콘은 야구장 내 매장주에게 관객의 쇼핑 패턴을 제공해 전략적인 판매를 가능하게 한다.

국내에서는 이미 분당서울대병원, 베어크리크 골프클럽 등이 아이비콘을 설치해 고객에게 자동 안내서비스와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비콘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면서 국내 통신사가 직접 비콘 제작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 광고대행사들은 비콘을 이용한 마케팅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 2월부터 자체 개발한 비콘을 적용한 서비스 ‘위즈턴’을 출시했다. SK나이츠 홈구장과 분당서울대병원 등에 설치된 비콘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 목적지(좌석)까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분야의 또 다른 선두주자는 구글(Google)이다. 최근 구글은 사물인터넷 전략의 일환으로 인터넷 감시카메라 전문 업체인 드롭캠(Dropcam)을 인수했다. 드롬캠은 스마트폰으로 집 안을 볼 수 있는 CCTV인데 구글의 주수입원이 광고인만큼 사적인 동영상 정보가 마케팅에 쓰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 테스코의 안면 인식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이러한 논란은 테스코(Tesco)의 디지털 광고판(사이니지)에도 있다. 편의점 450곳에 설치된 테스코의 광고판은 카메라를 통해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성별과 연령에 따라 그들이 필요로 할만한 제품의 광고를 제공한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소비자의 외모 관련 정보가 마케팅적으로 공유될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식 기술은 안면, 홍채, 스마트폰 인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속발전하고 있다. 마케팅 뿐만 아니라 사내 보안, 범인 검거를 위한 치안 등 사회 안전에도 큰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보스턴 테러 사건 당시 미국 FBI는 CCTV에 연결된 안면 인식 프로그램으로 용의자를 검거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신체 인식 기술은 위치정보와 결합할 때 마케팅적으로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가령 미래의 쇼핑은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CCTV가 고객의 과거 구매 내역, 성별, 나이 등 신상 정보를 분석할 것이다.

그 결과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할인 쿠폰, 매장 정보가 전송되고 디지털 광고판에는 그가 찾을만한 제품의 광고가 나온다. 기업은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한편 잠재 고객을 찾아내 보다 효과적인 타겟 광고를 실현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만들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쓰레기통(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물인터넷은 사회 시스템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시스코는 시청과 협력해 바르셀로나를 스마트시티로 개발 중이다. 도시 곳곳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사람이 없을 때는 꺼지는 ‘스마트 가로등’을 설치했고 스마트폰으로 도시 내 빈 주차공간을 찾는 ‘스마트 주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네트워크 센서를 설치한 길가의 쓰레기통은 비워야 할 때를 청소부에게 알려준다.

지난 CES2014(가전전시회)에 참여한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회에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성패가 달릴 것”이라고 언급할 만큼 사물인터넷의 영향과 파급력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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