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연습생 펭수가 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을 제치고 올해 보신각 제야의 종을 울린다. 서울시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올해를 빛낸 인물들로 추천받은 11명의 시민대표 중 펭수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고 밝혔다. 올림픽 등 국가 행사의 마스코트가 아닌 민간 인형 캐릭터가 신년맞이 행사에 초대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펭수는 EBS가 지난 4월 선보인 캐릭터로, 나이는 10세, 우주최고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쳐온 자이언트펭귄이다. 키 210cm에 사백안(四白眼)이 두드러지는 얼굴이지만 스스로를 이상형이라 밝힐 만큼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 높은 캐릭터다.

▲ 10월 26일 부산 반디앤루이스에서 엘린 펭수 팬사인회 현장 (출처=펭수인스타그램)

당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캐릭터로 기획됐지만, 거침없는 직설화법과 엉뚱함, 당돌함이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주옥같은 ‘사이다’ 발언으로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직장인의 대통령을 뜻하는 ‘직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EBS연습생 신분임에도 EBS 사장 ‘김명중’을 존칭 없이 부르면서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되는 겁니다”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 스트레스에 눌린 직장인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또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다”라며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펭수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는 현재 구독자 수가 152만명에 이른다.

펭수는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남녀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 올해의 인물’ 투표에서는 BTS(16.7%), 송가인(17.6%)을 제치고 방송연예 분야 1위(득표율 20.9%)를 차지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펭수에 대한 관심도가 카카오프렌즈, 뽀로로, BTS를 앞질렀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펭수는 광고섭외도 1순위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펭수의 몸값이 치솟고, 대기하는 업체도 많아 컨택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EBS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펭수의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전했다.

▲ 비발디파크와 펭수의 콜라보레이션

그럼에도 이미 펭수와의 협업으로 짭짤하게 재미를 본 브랜드가 있다. 비발디파크는 지난 12월 10일 공식 개장과 함께 겨울시즌에 운영하는 테마파크 '스노위랜드'를 펭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알리고 있다. 고향인 남극을 그리워할 펭수를 눈썰매, 눈꽃축제, 푸드마켓, 전용 곤돌라 등 겨울 즐길 거리가 가득한 스노위랜드로 초청한다는 내용이다.

▲ 포스코가 제공한 펭숙소

포스코는 EBS연습생으로 소품실 구석에서 지내는 펭수에게 지난 12월 16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EBS 사옥 로비에 건설자재 브랜드 '이노빌트'를 적용한 '펭숙소'를 완공해 새집을 마련해 주었다. 포스코는 약 한달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녹슬 걱정이 없는 특수 철강제 ‘포스맥’을 가공해 튼튼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 스파오와 펭수가 함께한 펭수파자마

이랜드월드의 SPA 의류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12월 20일 펭수와 콜라보한 의류 11종을 선보여 당일 오후3시에 완판을 했다.

▲ 경기 이촌 시몬스 테라스에서 촬영한 펭수 뮤직비디오

성탄전야인 12월 24일 공개된 펭수의 크리스마스 뮤직비디오에서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시몬스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를 볼 수 있다. 시몬스 관계자는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시몬스 테라스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 동원참치와 펭수의 콜라보레이션

동원F&B는 3개월간의 열렬한 구애 끝에 ‘동원참치’와 펭수의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켰다. ‘펭수야, 참치 길만 걷자’라는 제목의 영상은 12월 26일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공개되었다.

KGC인삼공사는 대목인 설을 맞아 '정관장' 선물세트 광고모델로 펭수를 영입, 촬영을 끝냈다고 밝혔다. 광고는 새해 설 기간에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 펭수다이어리(좌)와 펭수달력(우)

펭수의 굿즈 열풍도 폭발적이다. 일명 ‘펭수다이어리’로 불리는 책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뛰어넘는 판매기록을 세웠다. 새해 ‘펭수달력’이 12월 23일 공개되자마자 G마켓은 접속 대기인원이 5만 명까지 치솟으며 일시적인 ‘폭주상태’를 겪었다고 한다. 카카오톡의 펭수 이모티콘 ‘10살 펭귄 펭수의 일상’ 역시 11월 13일 출시되자마자 하루 만에 1위에 올랐고 현재까지 종합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펭수 이모티콘 ‘10살 펭귄 펭수의 일상’

미디어업계에서는 펭수가 적자에 시달리는 EBS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EBS는 펭수의 수입 내역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이언트 펭TV’가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유튜브 수익만 월 1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난 12월 25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0년 아시아 히트상품 전망’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펭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높은 인기를 기반으로 일본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도 "펭수의 인기가 BTS를 넘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펭수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토종 캐릭터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뽀로로’가 브랜드 가치 8,000억원, 경제적 효과 5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펭수가 뽀로로를 능가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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