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향후 복지지출이 급증할 전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도 한국은 복지를 제외한 재정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작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재정건전성을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옥동석 인천대 교수에게 의뢰해 발표한 '한국의 재정운용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은 지난해 11.1%로 OECD 평균(20.1%)의 절반이지만 노년부양비를 고려하면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는 1980년 노년부양비가 지난해 한국(19.8%)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당시 GDP 대비 복지지출은 9.9%로 한국보다 낮았다. 그러나 2018년 복지지출이 23.5%를 기록하면서 38년 만에 2.4배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향후 복지제도가 확대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세계에서 고령화속도가 가장 빨라 40년 후에는 GDP 대비 복지지출이 27.8%(’60)로 2.5배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는 재정위기를 경험한 그리스(23.5%)나 포르투갈(22.6%)보다도 높다.

옥 교수는 "복지정책을 펼 때 미래전망을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향후 복지지출이 급증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재정규모는 지난해 33.5%로 OECD 평균 42.7%보다 낮지만, 복지지출을 뺀 'GDP 대비 비(非)복지 재정규모'는 우리나라가 22.4%로 OECD 평균 21.5%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비복지 재정규모는 이탈리아(20.7%), 영국(20.2%), 미국(19.1%)보다 크다. 우리나라는 인구구조가 젊어 복지지출이 적기 때문에 당장은 재정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향후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급증으로 재정규모가 커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OECD국가 중 비기축통화국의 GDP 대비 정부채무 비율은 평균 53.7%(16개국)로 기축통화국 평균 95.6%(20개국)의 절반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을 사용하는 기축통화국은 발권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재정여력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비기축통화국은 발권력에 한계가 있어 재정건전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를 쓰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채무 비율은 43.2%로 OECD 평균(77.0%)보다 낮지만, 호주달러를 쓰는 호주(42.5%), EU에 속하나 유로화를 쓰지 않는 스웨덴(48.0%), 스위스(42.9%) 등 주요 비기축통화국과는 비슷하다.

옥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탄탄해야 대외신뢰도와 거시경제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당장 내년부터 매년 30~50조원 재정적자가 나고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 정부채무가 2023년 1000조 원을 넘을 전망"이라며,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초고속 인구고령화로 향후 복지지출이 급증하기 때문에 재정적자와 정부채무를 지금부터 관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추 실장은 "복지부문을 빼면 우리나라 재정규모가 OECD 14위로 작지 않다"라며 "예산확대 관련 속도를 조절하고, 예산이 일회성으로 소비되지 않고 경제활력 제고 등 성과로 이어지도록 예산의 용처와 효과를 꼼꼼히 따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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