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평균 1700여건에 이르는 국회 입법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자동차산업연합회, 현대경제원구원 등 19개 기관은 19일 오전 9시30분 한국기술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우리 산업규제의 글로벌 조화방안'을 주제로 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 정만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20대 국회 기준 연평균 입법건수는 1700여건인 반면 미국은 연평균 210건, 일본 84건, 영국 36건에 불과하다"며 "국회의 신중하고 합리적인 입법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정부입법은 공청회,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의 심사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만 의원입법은 국민들에게 사전에 잘 알려주지도 않고 입법 부작용에 대한 실증연구도 없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주인인 국민과 대리인인 국회의원 간 정보비대칭성이 극대화되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상반기 제조업 일자리가 전년대비 1.4%, 6만3000개 사라지는 등 최근 우리 제조업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려움 극복을 위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9.3% 증가시키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시부문의 다양한 문제로 인해 정부 정책이 노동시장과 생산물 시장의 활력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난 2년간 최저임금 29.1% 인상, 사회복지 예산의 큰 폭 증가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취했지만 경제성장은 위축되고 소득불균형은 오히려 확대됐다"며 "노동경직성과 실업수당 등 복지혜택 확대, 산업금융과 기업보조금의 후진성, 늘어가는 산업규제 등이 재정정책의 효과를 반감시켰다"고 주장했다.

중견기업연합회 강호갑 회장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이 현재 2만3000개를 넘고 있으며, 이는 국회의원 1명당 1년에 약 20개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규제사슬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드론 등 4차 산업시대 주력 산업에 대한 기업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중국 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규제완화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 역시 '입법규제 현황과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20대 국회의 경우 지난 15일 기준 입법 발의가 2만3048건으로 15대 국회(1951건) 대비 19배"라며 "입법발의가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법안발의 건수로는 미국의 1.7배, 영국의 26배, 일본의 37배 높으며, 법안 가결건수는 미국의 15배, 영국의 36배, 일본의 26배, 가결률도 우리나라는 28.3%로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 3.3%보다 약 8.6배 높다"며 "입법양산은 규제증가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국회의 법안 가결건수는 5932건이며, 이중 규제 법안은 1698건으로 약 29%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는 단원제로 법안 처리절차가 단순한 구조인 반면,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양원(상원·하원)의 상호견제와 사전심사제도 등을 통해 신중하게 법안을 처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불합리한 입법규제 사례로 ▲근로시간 단축 ▲화평법·화관법 ▲자동차관리법 개정 ▲중소기업 제품 우선구매 ▲기간강사법 ▲자원순환법 재발의 등을 꼽았다.

아주대 이주연 교수는'주요 산업 규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개방형 혁신의 시급성과 제품수명주기의 붕괴를 감안하면 글로벌 혁신경쟁을 위한 선제적인 탈규제 가속화와 신산업의 해외경쟁력 제고 등을 위한 우리나라 규제혁신이 시급하다"며 "규제영향평가 없이 무분별하게 규제를 양산하는 의원발의 법률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규제양산에 대한 대책으로 ▲규제영향평가 도입 ▲규제일몰제 도입 ▲규제샌드 박스 제도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의 관료주의적 R&D정책으로 R&D 투자비중은 4.6%로 세계 1위지만, 기술 사업화율은 20%로 낮아 글로벌 변화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R&D 질적 향상을 위해 과제기획 및 선정, 사업화에 집중하고 자율성을 보장하고, 국가 플랫폼 연구조직 출범 등 출연연·국가연구체계를 견인할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공유에 대한 규제혁신 없는 혁신성장은 공염불"이라며, 공공부문에서는 전자주민증 도입, 공공 빅데이터 규제 완화가 필요하며, 의료부문에서는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 민간부문에서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법)의 조속한 의결, 규제샌드박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기업생태계 관점에서 본 규제의 실태와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업생태계는 영세소기업(1~9인)의 비중은 92.2% 높은 반면, 중견기업(300~900인)과 대기업(1000인 이상) 비중은 각각 0.08%, 0.02%로 크게 낮은 실정"이라며 "이는 기업의 성장사다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현상으로,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의 과감한 철폐와 혁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진국 교수는'시장진입규제 현황 및 개선방안'에서 "세계경제는 2007년 아이폰 출현 후 모바일 디지털마켓에 집중해 이른바 플랫폼 경제를 발전시켜왔는데, 우리는 통신속도에만 치중, 빠른 속도에 비해 정작 디지털경제는 발전시키지 못했다"며 "4차 산업시대로 대변되는 기술혁명기에 우리나라는 사업자 중심 규제법령 등으로 기술발전을 가로막아 스타트업·신산업 발생이 어렵고, 이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져 사회 전체 후생을 감소시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온라인기업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산업을 장악해 가는, O2O(Online to Offline)이 대세로, 특히 금융·운수·의료 산업 등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O2O 기업들은 전통기업들과 시장에서 충돌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우선 규제하려는 정책 방향을 보이고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타트업 및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활성화를 위해 ▲정보보호 규제 ▲전통산업보호 규제 ▲온라인 규제 등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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