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정체성을 바꿔가면서 살아간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최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핵심을 보면 다중적인 정체성이다. 익명성을 띤 인터넷 커뮤니티 확산과 SNS 등장으로 인간의 변검술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해마다 우리 국민의 소비트렌드를 분석해 발표하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출간하며 올해의 대표 트렌드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현대인의 정체성이 예전에는 이름, 고향, 학교 등으로 구분되었다면 지금은 SNS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갖고 취향에 따라 집단의 동질성을 느낀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현대인은 모드 전환이 빠르다"며 "집 안에서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회사에서의 모습과 퇴근 후의 모습이 다르다"고 짚었다.

"싸이월드가 떴을 때는 아이러브 스쿨에서 싸이월드로 각종 자료를 옮겼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뜨고 나서는 모든 자료를 페이스북으로 옮기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강한 연대가 아닌 느슨한 연대를 선호한다. 가족·직장 동료·학교 선후배 등과 어우러지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을 잘 아는 사람보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더 열기도 한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20년 트렌드 키워드 슬로건을 'MIGHTY MICE(마이티 마우스)'로 정했다.

그는 "내년이 쥐띠 해"라며 "연초부터 2020년 키워드를 퍼스트 마우스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걸 나만 제외한 연구원 모두가 반대하면서 '마이티 마우스'를 말했다"고 전했다.

"마이티 마우스는 워낙 오래된 만화영화다. 1942년에 만화로 탄생해 1945년부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주된 줄거리는 '늑대들이 어린 양을 공격하면 마이티 마우스가 늑대를 혼내주고 위기에 처한 양을 구한다는 것이다. 작은 쥐와 힘 센 영웅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힘을 합치면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위기를 극복해내자는 마음을 담았다."

"2007년부터 매년 이듬해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소비 트렌드 10가지를 꼽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로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항상 다음 해의 경제를 걱정했다. 실제로 경기가 좋지 않았다. 내년 경제 전망도 좋지 않다."

내년 소비 트렌드의 중요한 축으로 세분화, 양면성, 성장을 제시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고객층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그들의 숨겨진 욕망을 찾아야 한다. 현대의 소비자는 양면적이다.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의 자아가 달라지고 있다. 오래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빨리 끝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렇다면 선택은 하나다. 노력을 절약하는 상품에는 프리미엄을 제공할 마음이 있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했다. 간편 가정식의 발달이 키워드다. 편리성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것은 현대인의 양면적 라이프 스타일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고 김 교수는 밝혔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꼽은 내년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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