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3개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3개 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이다.

ILO 핵심협약이란 ILO가 채택한 189개 협약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 관련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제98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제29호) 등 3개에 대한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비준안을 의결한 데 이어 이날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안까지 의결함에 따라 정부 내 절차를 마무리 한 것이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비준안과 법률 개정안을 대통령 재가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의결한 법률 개정안 중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도 개별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들의 노조 활동이 기업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실업자·해고자 조합원이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 시에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한 사업장의 내부 규칙 또는 노사 간 합의된 절차를 준수하도록 했다.

또한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과도한 전임자 급여 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업하는 노조의 주요 업무 시설 점거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6급 이하로 제한했던 가입범위에서 직급기준을 삭제하고, 소방공무원을 가입대상에 포함하며, 퇴직공무원도 노조 규약으로 정하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번 의결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유감을 표했다. 경총은 1일 논평을 통해 “경영계는 정부입법안이 그간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경영계 핵심요구사항은 사실상 배제되고, 노동계에 편향된 내용으로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정부입법안의 토대가 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의 공익위원안이 공익위원들의 노동계 편향성, 논의 과정의 파행성, 경사노위 의사결정 체계 내에서의 공익위원안 자체의 편법성에 따라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해 왔다.

경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바꾸는 국가적인 중대사안으로 국민과 경제주체간의 합의를 토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강성노조와 대립적‧갈등적‧후진형 노사관계의 틀을 협력적‧타협적‧선진형 노사관계로 전환시킨다는 노동개혁 차원에서 논의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노조 가입 문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 삭제와 근로시간면제제도 관리규제 완화 문제는 노조에 힘 쏠림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자주성과 도덕성 차원에서도 불합리성을 높일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도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입장문에서 "개정안 내용을 보면 허울뿐인 단결의 자유와 현재보다 후퇴한 단체교섭과 단체행동권으로, 차마 국제사회에 내놓기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것에 대해선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줘선 안된다는 단서조항을 단 것은, 사용자의 재단에 따라 식물 조합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개정안에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 경영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에 대해서는 "ILO 핵심협약과 어떤 상관없는 내용으로, 노동법 개악의 정점을 찍었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은 국회에 한-EU, 한미 FTA 협정 등에 대한 동의한 바와 같이, ILO핵심협약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도 신속히 우선 처리하고 이에 부합하는 노조법 개정을 위한 입법절차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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