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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Voice] 어쩌다 ‘실검’을 캠페인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  kimthoma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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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7  15: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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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지난 9월 11일 오후 7시 58분,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코너에 ‘정치검찰언론플레이’가 1위로 떠올랐다. 띄어쓰기도 하지 않은 9음절의 똑같은 단어로 올라온 검색어가 통일된 것도 의아했지만, 이 말이 어떻게 검색어 1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을지는 더 의문스러웠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인사청문회 전에 주변인들과 말을 맞추려 했다는 녹취록이 10일 언론에 공개된 후, ‘정치검찰’이란 단어가 실검 상위 순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국 장관의 지지자를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정치검찰언론플레이’라는 키워드를 실시간 검색(실검)의 상위 순위에 노출되도록 권유하자는 바람이 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9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을 임명한 직후부터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에는 ‘문재인 탄핵’과 ‘문재인 지지’가 각각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올랐다. 10일 오전에는 두 검색어가 각 포털 사이트 실검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었다. 이처럼 실검 순위로 정치 이슈를 장악하겠다는 시도는 실검 사태라고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평창올림픽’ 대 ‘평양올림픽’(2018), ‘문재인 지지’ 대 ‘문재인 탄핵’, ‘조국 힘내세요’ 대 ‘조국 사퇴하세요’ 같은 키워드로 실검을 장악하겠다는 운동이 진영 논리를 등에 업고 무분별하게 전개됐던 것이다.

심지어 실검 순위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실검 순위의 노출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예컨대, 지난 8월 30일 오후에 조국 장관을 임명하라는 ‘법대로임명’ 검색어는 오후 1시 30분경 19위에 머물렀는데, 불과 한 시간 만에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포털의 검색어 순위는 단순히 절대적인 검색 량으로만 산정하지 않는다. 일정 시간에 검색량이 얼마나 급격히 늘었는지를 따져서 순위를 매기는 포털의 경우, 짧은 시간에 인해전술 식으로 집중적으로 어떤 검색어로 공략하면 검색량이 적을 지라도 실검 순위를 높일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실검 올리는 법’을 검색하면 상세하게 안내하는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즉, 1) 크롬앱 켜서 주소창 옆 땡땡이 클릭, 2) 새 시크릿 탭(혹은 New Incognito Window) 클릭, 3) 주소창에 네이버 쳐서 들어가서 검색, 4) 검색어 관련 기사 클릭, 5) 창 전부 닫기 → 2번으로 돌아가서 반복하기 식으로 그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심지어 특정 단어를 집중적으로 실검의 키워드로 올리라고 한다거나, 포털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공략해 검색어 순위를 올렸다는 노하우를 알리는 내용도 있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자체가 지닌 원래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실시간 검색어의 순위를 지배하려는 시도는 여론을 조작하려는 음험한 목적이 숨겨져 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나 디지털 행동주의(Digital Activism) 같은 말로 음험한 목적을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해도, 사회 구성원 다수의 포괄적인 동의를 얻기 어려우며, 민주주의의 과잉된 배설이나 마찬가지다. 언론 소비자들은 실검 순위를 조작하는데 참여하는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무의식적으로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발언과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해서 기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 한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포털에서 실검 문제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포털의 실검은 처음의 취지와는 달리 언론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검은 뉴스 어뷰징의 주요 원인이다. 실검 서비스로 인해 나타나는 언론의 폐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은 기자들도 있지만 실검 키워드 활용해 무의식적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더 많다.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한 어떤 언론사들은 언론사가 아닌 뉴스 공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 언론사들은 자체적으로 취재하지 않고 포털의 검색이나 실검 순위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우라까이’해서 작문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실검이 언론의 보도 내용을 호도하는 도구가 된다면 이는 결국 저널리즘의 추락을 초래할 뿐이다. 이미 포털이 거대한 하나의 언론이 된 셈이니 포털이 먼저 나서서 언론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뉴스 어뷰징을 차단할 수 있는 검색 알고리즘을 도입한다든지, 실검의 문제점을 개선한다든지 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포털이 한국 사회에 제시해야 한다.

되돌아보라, 실검도 캠페인 하는 부끄러운 언론 환경을!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법대로임명’, ‘보고싶다청문회’ 같은 ‘실검 캠페인’이 진영 논리를 대변하며 언론 환경을 한껏 오염시켰다. ‘실검 캠페인’이라는 말이 언론에 버젓이 등장하는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어쩌다 ‘실검’을 캠페인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실검 전쟁이라는 말도 일반화되었다. 어쩌다 실검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실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조속히 찾지 못한다면, 실검 문제가 앞으로 기업 경영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검 순위에 개입해 광고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단 한 명의 인터넷 이용자가 어떤 제품을 파멸시킴은 물론 회사 전체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Only one internet user can not only destroy a product but also kill the entire company).” 마케팅의 대부라는 필립 코틀러(P. Kotler) 교수가 태국 경영자 총회에서 했던 말이다. 마찬가지로 단 한 개의 악의적인 실시간 검색어가 어떤 제품을 파멸시킴은 물론 회사 전체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포털사의 실검 서비스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이 시급한 이유다. 포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함에도 포털사들은 언론사가 아닌 뉴스 유통사라는 주장을 계속해왔지만, 포털은 이미 준공공재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 포털 사업자들은 실검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는 개선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준공공재로 자리매김한 포털의 사회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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