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종영을 앞둔 KBS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에 막장 소재가 또 등장했다. 지난 25일 전날 기침 중 피를 토한 박선자(김해숙 분)가 의사로부터 폐암 말기라며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망연자실해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 자료: KBS 2TV 주말국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극중 의사에게 폐암말기 판정을 받는 모습

이에 문화일보는 28일자 <제작진이 문제인가? 시청자가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연출을 맡은 김종창 PD가 지난 3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간 간 이식을 소재로 한 주말극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제 간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라며 기존 막장극을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을 떠올리며 시청률을 의식해 제작진이 무리한 설정을 결국 넣은 것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장 요소를 꺼내자 평균 20%대를 머물던 시청률이 30%대로 회복됐다며, 불량식품을 사먹는 소비자가 잘못인지 아니면 몸에 해로운 불량식품을 파는 제조업자가 문제인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국 드라마 시장의 미래와 질적 하락을 고민하는 동업자 의식이 있다면, 이제 막장극은 그만 좀 만듭시다"라며 글을 마쳤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도를 넘어선 막장 대사나 설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문제다. 지난 2013년에 방영된 SBS '황금의 제국'에서는 극 중 회장이 "민정실에 전화넣어 간다고 하고, 신문쟁이들 펜에 술 발라주고 방송쟁이들 입에 돈 물려주고.."라며 마치 기업 총수가 전화 한 통으로 정계, 법조계, 및 언론까지 장악하는 권력을 누리는 부정적인 캐릭터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광고주협회는 "기업인을 오만방자, 황금만능 이미지로 몰고가는 드라마의 재원이 되는 광고가 사실 선구매(업프론트)가 많아 일일히 드라마의 내용을 검토하기 어렵다"면서 "드라마에서 재미와 갈등을 극대화하는 소재로 흔히 과장 및 왜곡하는 것은 광고주에 대한 드라마의 배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음은 문화일보 28일자 사설 전문이다.

제작진이 문제인가? 시청자가 문제인가?

“간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세젤예)의 연출자인 김종창 PD는 지난 3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이 시기 방송되던 KBS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 주중극 ‘왜그래 풍상씨’,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 등이 가리지 않고 모두 ‘간 이식’을 소재를 다루자 “간 때문이야”라는 비아냥 섞인 조롱이 쏟아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죠. 김 PD는 “MSG가 많은 드라마가 아니다. 소소하면서 따뜻하고 맑은 국물 같은 드라마다. (간을) 지켜드리겠다”며 기존 ‘막장극’에서 탈피할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세젤예’는 출생의 비밀, 재벌가를 둘러싸고 머리끄덩이까지 쥐어뜯는 악다구니 싸움 등 막장극의 요소는 고루 갖췄죠.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세젤예’는 결국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어머니 이야기를 무지막지하게 밀어 넣었죠. 다행히도 간암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제작진이 “간 얘기는 안 꺼내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일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결국은 시청률 때문입니다. KBS 2TV 주말극은 ‘30%가 시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철밥통 시청률’을 보장받는 자리죠. 대다수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5% 안팎을 전전할 때, 앞서 편성됐던 ‘황금빛 내 인생’과 ‘하나뿐인 내편’ 등이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뒀으니까요. 하지만 ‘세젤예’는 이 자리에서 20% 초반 시청률까지 하락했습니다. 결국 제작진이 긴급 처방으로 막장 코드를 꺼내 든 셈이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막장 요소가 다분하던 6월 말∼7월 초 ‘세젤예’의 시청률은 33%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후 다시 20%대를 전전하던 시청률 곡선은 갑작스러운 폐암 소재가 등장한 최근 32∼33%대로 회복됐죠.

이쯤 되니 궁금해집니다. 막장 요소를 배치하는 제작진이 문제인 걸까요? 아니면 막장에 반응하며 시청률 상승으로 보답하는 시청자가 문제인 건가요? 시청자들이 반응하지 않거나, 개연성 없는 전개에 실망한 시청자들이 외면해 시청률이 떨어진다면 제작진이 이 같은 무리한 설정을 시도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질문을 바꿔 봅시다. 불량식품을 사먹는 소비자가 잘못일까요? 아니면 몸에 해로운 불량식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자가 잘못일까요? 이렇게 하면 답이 좀 더 쉽게 나올 것 같습니다. 순간적인 시청률 상승에만 기여할 뿐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막장극, 한국 드라마 시장의 미래와 질적 하락을 고민하는 동업자 의식이 있다면 이제 좀 그만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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