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 미궁으로 빠져든 가운데 올해 1분기에만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지상파3사가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프리미엄 광고(PCM)를 확대하고, 드라마 시간대를 재편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극대화하는 것만이 위기 극복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상파 중간광고 또 다시 미궁 속으로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관련 부처 간 이견과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현재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 22일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불허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주목 받았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0명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운동 경기나 문화·예술행사 중계 시 중간 휴식·준비 시간을 제외하고는 중간광고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다.

윤 의원은 “시청자의 절반 정도가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원 확보를 위해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것은 경제적 이윤을 위해 시청자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공 자산인 전파를 이용하여 지상파방송사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제안 이유를 전했다. 아울러 “중간광고를 허용해달라고 손을 내밀기 전에 광고 매출 악화를 가져온 시청률 하락 원인을 진단하고, 고임금 구조와 유휴인력 문제 등 심각한 방만 경영을 개선하는 자구노력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 촉구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 지상파방송 25개사가 ‘지상파 광고 차별 규제를 즉각 철폐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방송 본업이 아닌 극장, 예식장, 식음료사업, 태양열사업, 유통업 등 기타 부대사업을 펼쳐 확보한 수익을 방송 서비스에 재투입하면서까지 공적 서비스를 지탱해왔다”며 “중간광고 금지 등 시대착오적이고 차별적인 광고 규제를 즉시 철폐해 방통위의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광고 효율 제고해야

보도에 따르면 광고 수익 감소 등으로 올해 1분기 MBC는 34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2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KBS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양승동 KBS 사장은 "드라마와 예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MBC는 새롭게 시작한 수목드라마 ‘봄밤’을 시작으로 기존의 밤10시였던 평일 드라마타임을 9시로 한 시간 앞당기는 파격을 시도했다. 제작비 절감을 위한 선택과 집중으로 하반기에는 월화드라마 폐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시청률이 가장 좋은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를 기존 60분씩 2부제 방송에서 지난 4월부터 40분씩 3부제 방송으로 편성해 프리미엄광고(PCM)를 늘렸다. 지상파3사 모두 제작비 대비 시청률 및 광고 매출 효과가 좋은 예능프로그램 비중을 확대해갈 방침이다.

지난 5월 28일 지상파3사 사장단은 이효성 방통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 규제 완화를 요청했으나, 이 위원장은 “시청률 하락과 지상파 광고 규모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위한 경쟁력 제고와 자체 경영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한 미디어 시장에서 온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보는 시대는 끝났다. 미디어소비행태 역시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었다.

한 매체전문가는 “넷플릭스 유료가입자 수가 153만명에 달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급성장하는 등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며 “tvN과 JTBC 등 케이블·종편 방송의 약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플랫폼보다는 킬러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대가 됐고, 지상파 역시 콘텐츠로 승부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호 명지대 교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논의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시대에 뒤쳐진 비대칭 규제는 하루 빨리 철폐하고, 지상파 방송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광고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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