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전력 공급을 위해 송전선로 공사비를 추가로 부담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것이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 <이런 나라서 기업하는 사람들 애국자라 할 수밖에>라는 제목하의 사설을 통해 모든 나라가 세금 깎고 비용 줄여주는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주려 총력전인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외에 나가 대기업을 '사회 병리'로 지칭하며 매도했다”며 글로벌 차원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기업과 기업인들이 자국 관리로부터 이렇게 매도되는 경우는 한국 외에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13일 게재된 조선일보 사설 전문이다.
 

[사설] 이런 나라서 기업하는 사람들 애국자라 할 수밖에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공장 송전선 문제가 4년 넘게 풀리지 않자 결국 돈으로 해결했다. 산간 지역 57가구가 건강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자 삼성이 한전 대신 지하터널 공사 비용 750억원을 대기로 한 것이다. 한전이 규정상 산간 지역은 지상 송전탑이어서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없다고 버티자 한시가 급한 삼성이 대신 터널 공사비를 내기로 했다. 한국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 기업이 전기를 쓰는데 수십 가구가 입증되지도 않는 건강 문제로 가로막아 산간 지역 어디에도 없는 터널 공사를 하고 750억원의 돈을 써야 한다.

삼성전자로부터 1년에 16조원 법인세를 걷는 정부는 뒷짐 지고 구경했다. 그 정부는 난데없는 탈원전을 한다며 멀쩡한 한전 자회사 5곳의 영업이익을 2조6500억원이나 날렸다. 이제는 산업용 전기료를 올린다고 한다. 7000억원 들여 새 원전으로 만들어놓은 월성 1호기는 그냥 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예 회사 내에 자체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외에 나가 대기업을 '사회 병리'로 지칭하며 매도했다. 그는 외국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모인 세미나 연설에서 "한국 재벌들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벌 2·3세는 사익 추구 행위를 통한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기업과 기업인들이 자국 관리로부터 이렇게 매도되는 경우는 한국 외에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검찰 압수수색을 10차례 받았다. 반도체 공장 영업 비밀이 고용부에 의해 공개될 뻔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검찰·경찰·공정위·국세청 등으로부터 SK그룹은 8건, 현대차그룹은 5건씩의 조사를 받았다. 정부로부터 사실상의 '폭력 면허'를 받은 민노총은 기업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현대차에선 잘 팔리는 신차 주문이 밀려도 노조가 허락하지 않아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공장 문을 닫을 만큼 경영 위기인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생산직 전환 배치할 때 노조 동의를 구하라며 44차례나 부분 파업을 강행했다. 억대 연봉 은행 노조가 돈 더 내놓으라고 파업하고, 상급 단체 노조들은 주 4일 근무제, 노동이사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정부는 노동 개혁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지난주 중국 정부는 기업 등의 세금을 336조원 깎아주는 초대형 감세안을 내놨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10년간 1조5000억달러(약 1600조원)에 달하는 감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모든 나라가 세금 깎고 비용 줄여주는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주려 총력전인데 한국만 역주행이다. 이런 나라에서 기업을 해서 직원 월급 주고 세금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을 보면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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