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모델이란 좋은 배우와 마찬가지로 자기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기업과 제품, 광고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2018 한국광고주대회’에서 ‘광고주가 뽑은 좋은 모델상’을 수상한 국민배우 안성기 씨의 말이다. 안성기 씨는 1995년 광고주협회가 ‘좋은 모델상’을 제정하고 시행했던 첫해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광고주대회가 있었던 10월 25일 조선호텔에서 안성기 씨를 만나 수상소감과 함께 광고모델로서의 신념에 대해 들어봤다.

# 먼저 수상을 축하드린다. 1995년 광고주가 뽑은 좋은 모델상의 초대 수상자셨는데,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에 다시 수상자로 선정되셨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광고를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수상자로 뽑아주셔서 기쁘다. 아마 유니세프라든가 개인적인 사회활동 점수도 고려를 해주신 것 같다.

1998년에 광고모델을 처음 시작했다. 그때는 영화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게 순수성을 잃는 게 아닌가 망설였는데, 결론적으로 광고모델을 함으로써 영화 일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 또 영화에 충실함으로써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광고모델도 계속할 수 있었다. 영화든 광고든 욕심내지 않고 나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을 선택해 열심히 했던 것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고, 이렇게 좋은 상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아울러 광고를 통해 인연을 맺은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광고모델 제의가 많았을 텐데, 35년간 커피 브랜드의 장수모델로만 활동하셨다.

“동서식품 맥심과 인연을 맺은 이래 쭉 광고모델을 해왔다. 다른 데서도 왜 한가지 광고만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한두 개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영화만 하고 사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광고를 하게 된 건 한참 지난 후였는데, 광고 제의가 들어왔을 때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했음에도 상당히 오래 고민해서 결정했다. 막상 그렇게 광고를 해보니 생활이 안정되고, 그래서 영화를 더 잘 할 수 있게 되니까 참 좋았다. 긴 세월 동안 마찰이나 의견충돌 없이 장수모델 할 수 있었다는 것도 굉장히 특별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광고주와 광고모델의 관계에서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

“서로 믿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하는 것이니 여러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안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읽고 신뢰를 주는 것이 더 가까워지고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있는 관계, 서로 편안하게 해주고, 안심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관계가 좋다.”

# 광고모델로 활동하면서 경험했던 추억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요즘은 CG가 흔하지만, 옛날에는 커피의 김이 나도록 촬영하려면 조명 열기도 뜨거운데 커피를 아주 뜨겁게 팔팔 끓여야 했다. 그 뜨거운 커피를 그윽한 표정으로 한 주전자씩 마셨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면 입안이 다 헐어 허물이 벗겨질 정도였다.”

# ‘좋은 광고모델’이란 어떤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좋은 모델이란 자기도 살고 광고도 살리는 모델이 아닐까 한다. 본인 이미지도 흐트러지지 않고, 광고하는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도 좋아지게 만드는 모델,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모델이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모델도 좋은 배우와 마찬가지로 자기 역할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돈으로만 일하기보다는 기업과 제품, 광고를 이해하고, 이에 대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좋은 모델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광고 자체도 모델에게는 하나의 자기 연출이 되어야 한다. 저마다 각 부문에서 한가지씩이라도 좋은 의미를 다져나갈 때, 우리 사회는 분명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 후배들에게 광고모델로서의 프로의식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란다.

“돈보다는 자신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가를 광고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미지에 안 맞는 광고는 욕심부리지 않는 게 좋다. 진짜 하고 싶고, 좋아하고, 알리고 싶은 것을 해야 표정이나 느낌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것을 하고,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게 바람직하며, 애정을 갖고 해야 길게 할 수 있다. 무엇이든 어울림과 조화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 세월을 비껴가시는 것 같다. 특별히 건강관리의 비결이 있다면.

“영화현장은 체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고 항상 몸이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운동은 평생 쉬지 않고 해왔다. 또 하나는 나이가 들면 생각이 깊어지고 고민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영화 일이라는 게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애써 권위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늘 마음에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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