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운한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구글 크롬의 ‘남용 경험 웹사이트 광고 제한’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지디넷코리아, 「구글 크롬, ‘나쁜 광고’ 차단 강화」 2018.11.06.). 이른바 ‘남용 경험(abusive experience)’ 특징을 보이는 웹사이트 광고를 차단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남용 경험이란 광고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웹사이트 이용성을 떨어뜨리거나 이용자를 속이는 것을 말한다.

구글이 사람이라면 자기관리 능력이 무서울 정도로 철저한 사람 같다. 광고로 돈을 버는 기업이, 그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유해한 나쁜 광고라면 돈을 갖다 줘도 싫다는 것이다. ‘나쁜 광고’가 결국 자기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베커와 머피(Becker & Murphy, 1993)가 말했듯이, 사회적 책임을 선도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기업 브랜드 자산을 관리하려는 전략적 목적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구글의 행보가 건전한 산업 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서로 다른 이익 집단들의 협업을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구미 사회는 그렇다. 더욱이 이번 구글의 광고 제한 정책이 놀라운 이유는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구글은 나쁜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었다. 지난 2월에는 이용자를 성가시게 하는 광고를 ‘나쁜 광고(Bad advertisements)’라 이름 붙이고, 12개의 주요 유형을 선정해 차단, 삭제하는 정책을 선포했다. 그 이전 2017년 말에는 광고 표준을 시장에 정착시키고 더 나은 광고 경험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세계 미디어 광고 관련 업계(협회)와 다국적 기업 모임인 ‘더 나은 광고 연합(Coalition for Better Ads, CBA)’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남용 경험 광고 제한 정책이 추가된 것이다. 세부적인 남용경험 유형은 8가지로 다음과 같다.

▲ 구글이 발표한 남용경험 유형 8가지

국내에도 광고환경 개선을 위한 포털사의 주도적 노력 필요

우리 디지털 광고업계는 어떤가? 팝업광고를 비롯해 스티커광고, 삭제불가 광고 등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무분별한 광고들이 쉼 없이 개발된다. 허위과장의 성 관련제품 광고, 무분별한 성형수술 시술 광고 등 소비자를 외면하게 하는 광고와, 그로 인해 결국 전체 광고가 싸잡아 비판 받는 불법적 광고들이 판을 친다. 그런 광고가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면, 지금 당신 앞 노트북을 켜보라. 포털 사이트 내 기사를 두세 번만 클릭하면 사방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언론사나 포털의 개선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광고 수주가 어렵고 광고 예산이 많지 않은 언론사, 중소 광고주들은 생존을 위한 ‘생계형’ 광고라 변명한다. 포털은 포털대로 일차적인 책임론을 내세우며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누구 잘못이 더 큰 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광고가 매체에 노출되기까지는 많은 사업 주체들이 개입된다. 광고주, 광고대행사, 매체대행사, 광고제작사, 그리고 최후 광고가 노출되는 매체로서 포털사가 모두 직 간접으로 개입돼 있다. 이들의 공동 노력이 아쉽다는 것이다. 내 땅에 장사꾼들이 들어와 나쁜 장사를 해도, 그 땅 주인에게도 나쁜 영향을 줘도 내 알 바 아니라 할 것인가. 유해하고 문제 많은 ‘나쁜 광고’가 횡행하면 결국 모두의 땅(시장)이 줄어들게 된다. 모두가 손해이다. 디지털 광고에 대한 불신은 광고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광고 가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 광고 가치도, 광고라는 시장 존립도 흔들릴 수 있다.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내 집 마당 불인 것이다. 한국광고주협회에서 나쁜 광고 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시대적 위기감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난 10월 필자는 한국광고주대회에서 '나쁜 광고 퇴출 및 개선을 위한 연구’를 통해 한국형 나쁜 유형' 열 가지를 선정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한국광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 회원사 광고 마케팅 전문가 90명과 전국 성인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한국형 나쁜 광고 유형을 선정하고 개선 방안을 수집했다. 선정된 한국형 나쁜 광고 유형은 형식측면 5개, 내용측면 5개로 다음과 같다:

▲ '나쁜 광고 퇴출 및 개선을 위한 연구’ 나쁜 광고 유형 10가지

이와 함께, 더 나은 광고환경을 위해 ▲포털사의 광고 환경 개선을 위한 시스템 개발 및 주도적 방안, ▲유해한 광고 사이트에 대한 법적 규제와 광고 제재 방안, ▲객관적인 디지털 데이터 조사 및 효과적인 광고 측정 시스템, ▲나쁜 광고 퇴출 및 온라인 광고 관련 협업을 위한 산관학(産官學) 협의체 구성, ▲중소 광고주와 매체사에 대한 중장기적 규제, 지원 관리 방안 등을 제안했다.

나쁜 광고 및 남용 경험 관련 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집단만이 아닌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 ‘힘 있는’ 기업의 주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의 협업이 필요함은 언제나 참인 명제지만, ‘공동 책임은 무책임’이라는 현실 원리에 의해 훼손되기 쉬운 명제이기도 하다. 대형 포털사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체, 그 중에서도 디지털 미디어 영향력이 압도적인 시대에, 대형 포털 사이트는 광고 산업의 직, 간접적인 수혜자이면서 상징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나쁜 광고를 퇴출 개선하고 디지털 광고 환경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매체사와 광고주, 기관, 그리고 학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과정에 포털사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더 나은 광고를 위한 구글의 선도적 역할이 국내에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업계의 자정 노력이 전제될 때, 선진적인 광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제적 정비와 지원 방안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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