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광고주는 대한민국 미디어 빅데이터 생태계 조성과 데이터의 개방 및 공유를 통한 미디어 데이터 허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전략 투자 프로젝트인 데이터 경제의 실현에 앞장선다."

지난 10월 25일 한국광고주협회가 '2018 한국광고주대회'에서 발표한 '미래 30년 과제와 비전' 선포 내용 중 일부다.

최근 미디어 분야의 빅데이터를 다루는 허브 구축을 위한 업계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미디어 빅데이터 센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일각에서 구글의 ‘데이터 독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15일 조선일보는 <IT 강국 코리아, 구글의 '데이터 식민지' 되나>라는 제목하의 사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구글의 데이터 독점현상을 전하며 “우리의 데이터 주권이 송두리째 외국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2부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 방송통신 전시회(IBC)'에서 소개된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TV 셋톱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두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전 세계의 스마트폰을 장악한 데 이어 집 안까지 장악할 날이 머지않게 느껴졌다”며 세계 각국에 그 나라를 대표하는 통신·방송 기업을 하도급업체로 두고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커녕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중략) 인터넷에 기반한 모든 산업을 독점하려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에 대항하려면 한국 IT 대기업들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인데, 작은 잘못을 트집 잡아 대기업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자칫 우리의 데이터 주권이 송두리째 외국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은 15일에 게재된 <IT 강국 코리아, 구글의 '데이터 식민지' 되나> 전문이다.
 

IT 강국 코리아, 구글의 '데이터 식민지' 되나

지난 9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국제 방송통신 전시회(IBC)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구글은 전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기업인들 앞에서 구글이 자랑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TV 셋톱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소개했다. 전 세계 방송·통신 기업을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파격적인 제안도 내놨다.

구글은 자신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집결된 운영체제를 제휴 기업에 공짜로 배포하겠다고 했다. 또 안드로이드를 장착하면 유튜브 콘텐츠를 가장 편리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디즈니나 유니버설 같은 콧대 높은 기업들과 협상을 벌여 양질(良質)의 콘텐츠를 계속 공급해주겠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까지 유치해 수익을 나눠주겠다고도 했다. 콘퍼런스 룸을 가득 채운 청중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TV 셋톱 박스의 성능 개선과 콘텐츠 수급, 수익성 제고로 골머리를 앓는 방송·통신 기업으로서는 자선(慈善)에 가까운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사에 참석했던 국내 유료 방송업계의 한 인사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전 세계의 스마트폰을 장악한 데 이어 집 안까지 장악할 날이 머지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KT·네이버 등 국내 대표 IT(정보기술) 기업들도 구글처럼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미래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인재의 질(質)과 투자 규모에서 구글의 상대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인사는 "'0'과 '1'의 디지털 세계에서는 1등이 모든 것을 차지할 뿐 중간은 없다"며 "결국 세계 각국의 유료 방송 사업자는 구글을 위해 가입자를 모아주는 대리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무서운 것은 구글의 데이터 독점이다. 구글은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쏟아내는 데이터에 각 가정에서 나오는 데이터까지 더해 인터넷과 미디어 산업의 독점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100년 전 서구 제국들이 원유 등 천연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다면, 구글은 세계 각국에 그 나라를 대표하는 통신·방송 기업을 하도급업체로 두고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이다. 이미 동영상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서비스에서는 구글을 당할 곳이 없다. 유튜브를 볼 때마다 기자가 좋아하는 영국 프로축구 콘텐츠를 순서대로 추천해주는 것을 보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구글은 막강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국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통신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통신망 사용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커녕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IT 산업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의 비위를 맞추느라 통신요금 깎기에만 급급할 뿐 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안중(眼中)에도 없는 것 같다. 인터넷에 기반한 모든 산업을 독점하려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에 대항하려면 한국 IT 대기업들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인데, 작은 잘못을 트집 잡아 대기업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부는 카풀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1년 넘게 허송세월을 했다. 그러는 사이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1000만 마일 넘는 시험운행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세계 첫 상용화에 들어간다. 고작 카풀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자칫 우리의 데이터 주권이 송두리째 외국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 그나마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마저 구글 제품을 만드는 단순 조립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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