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97페이지에 달하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우리 언론들은 디지털 시대에 언론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왔다. 그런데 우리 언론계가 뉴욕타임스 혁신 메시지에서 보고싶은 대목만 보고, 혁신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누락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신문과 방송’ 9월호에서 ‘한국 언론의 디지털 역량 진단’이란 기고글을 통해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 동반되는 불편한 사실은 오랜된 핵심 역량을 잘라내는 난폭한 방식의 구조조정” 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의 <2014 혁신보고서> <2017 2020 보고서>

이 교수에 따르면 뉴욕타임스가 2017년 1월 발간한 ‘2020보고서’ 의 핵심은 ‘편집국 구조조정’으로 그 방향성을 ‘종이신문 예산 삭감, 인력 감원, 그리고 디지털 뉴스 집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 편집기자 전체 인원 100여명 중 절반을 정리해고로 축소하는 동시에, 경영진은 ‘2020보고서’의 제언에 따라 100여명의 기자를 새롭게 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71명이 희망퇴직을 하고 그만큼의 디지털 인력을 수혈했다.

그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2014년 구조조정에서도 100명 축소를 목표로 87명에게는 희망퇴직을 받고 나머지는 해고한 바 있다.

이와같이 반복적으로 구조조정을 했다고 해서 인력이 급감한 것은 아니다. 최근 3년 동안 뉴욕타임스는 정직원 1,300여명을 포함해 3,700여명의 직원수를 유지하고 있다. 해고한 만큼의 디지털 분야에 적합한 새 직원을 뽑았기 때문이다.

자료: 신문과방송 9월호 '한국언론의 디지털 역량 진단'

기고문에 따르면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BBC의 경우도 뉴욕타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6년 말 기준으로 BBC는 1만 8,920명의 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는 2011년 말 기준 1만 9,767명에서 847명 감소한 결과다.

BBC는 수입의 78%를 수신료 수입으로 충당하는데, 수신료 인상 수준 및 용도를 결정하는 칙허장 갱신 과정에서 효율적 경영을 약속하고 있다. 이는 필연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BBC는 2016년 301명에 불과하던 디지털 인력을 1,395명까지 늘렸다. 2011년 당시 BBC는 2016년까지 2,000명을 감축한다는 구조조정 계획안을 약속했다. 이후 2016년까지 총 3,400명을 정리했지만, 2011년 대비 2016년 직원기준 순 감소인원은 847명에 그쳤다. ‘정리’ 한 만큼 새로 ‘고용’ 했기 때문이다.

이준웅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BBC의 혁신은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동반한 것” 이라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디지털 혁신을 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법적 해고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이며 노동시장 경직성이 강하다. 이 조건이 우리나라 언론매체의 혁신에 대해 갖는 함의를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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