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감소와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활동을 경직시키는 정부의 정책리스크를 지적한 칼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5일자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중소기업인들이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7월부터 실시하는 근로시간 단축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실장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기업이다"며 "채찍과 질책보다 당근과 응원 한 마디가 기업인들에게 절실한 때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 전문이다.

[시론] "요즘 기업인은 가슴에 숯검댕 안고 산다"

얼마 전에 중소기업인들이 주최한 노동정책 토론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35년째 기업을 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금융위기도 어떻게든 버텼는데, 이제는 더는 버티기 어렵네요. 작년에 하도 어려워서 인력을 30% 줄였는데도 나아질 기미는 없고, 그 와중에 최저임금은

2007년 이후 처음 두 자릿수나 오르고….”, “30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빚만 남았습니다. 그만두고 싶은데 빚 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고, 방법이 없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과장된 아우성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절절했다. 
  
지난 1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매출액은 2.3%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4.2%나 감소했다. 
  
또한 지난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에 그쳤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의 69.9% 이후 가장 낮다. 신규 취업자 수는 4월까지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쳤는데, 이 역시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 수는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기업인들의 탄식뿐 아니라 지표상으로도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기업경영에는 많은 위험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인들이 많이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정책 리스크’다. 특히 노동정책과 기업정책이 그렇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가 오른 7530원이다. 여기에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9045원이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1위에 해당하는데, 국민총소득(GNI) 대비 상대 수준으로는 세 번째로 높다. 

7월부터 실시하는 근로시간 단축도 문제다.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26만 6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고,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이 12조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노동집약적이거나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소비업종, 신제품 출시 타이밍이 중요한 정보기술(IT) 업종, 연구개발(R&D)에 의해 좌우되는 제약 업종이나 게임업종, 집중적 유지 보수가 필요한 화학업종 등 대부분 업종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65%가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정책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 해도 정책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은 필요해 보인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논의들도 그렇다. 최근 행동주의 투기펀드의 공격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기업의 경영 안정성은 취약한 편이다. 그런데 논의되고 있는 정책들은 경영권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어 한국 대표기업들이 투기자본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기업들이 저마다 처한 경영 여건과 효율성에 근거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규제들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한국은 기업 자산 규모가 1000억원, 5000억원, 2조원, 5조원, 10조원으로 늘어날수록 각종 규제가 더해진다. 이로 인해 일부러 기업을 키우지 않으려는 이른바 ‘피터 팬 신드롬’도 나타난다. 기업 규모만으로 정해지는 사전규제가 아니라, 실제로 위법하거나 불공정하게 이뤄진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사후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대기업이라 해도 글로벌 경제의 시각에서 보면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한 기업들이 많다. 
  
정책 내용뿐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 결여도 기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주요국들은 앞다퉈 법인세를 인하하고 기업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내렸던 법인세를 다시 올리고 있다. 노동정책이나 기업정책도 수시로 변하고 과거에 내렸던 행정해석이 뒤집히는 사례도 허다하다. 기업인들이 무엇보다 싫어한다는 예측 불가능성을 정부 정책이 더 높이는 어처구니없는 형국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기업이다. 그런데 기업 하는 사람들이 의욕을 잃고 활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은 국가 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토론회에서 한 기업인은 “기업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 속에 숯검댕 하나씩 안고 산다”고 했다. 참석한 많은 기업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채찍과 질책보다는 당근과 응원 한 마디가 기업인들에게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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