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이라는 이름이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논란의 주요 원인인 네이버가 댓글정책 개편내용을 발표했지만, 그 결과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선문대학교 언론학 교수인 황근 교수는 25일 문화일보에 <인터넷 공론 왜곡 主犯은 포털 장삿속>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고, 최근 드러난 인터넷 상의 여론 왜곡현상에 대해 되짚어 봤다.
“인터넷상의 여론 왜곡 행위들을 박멸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운을 땐 황 교수는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들은 구글 같은 외국 포털들과 달리 뉴스 링크를 원천으로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결국 댓글 조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포털의 뉴스 제공 기능을 제한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포털이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접근하게 하는 ‘아웃링크’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황 교수는 “포털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결국, 포털의 뉴스 제공 행위에 대한 내외적 규제를 현실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포털들이 통신 서비스라는 방패 아래 숨기보다 사회적 책임을 지닌 사실상 언론 행위를 하고 있다는 커밍아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황근 교수가 문화일보에 게재한 칼럼 전문이다.
인터넷 공론 왜곡 主犯은 포털 장삿속
최근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없는 ‘드루킹’이라는 이름이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특정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그런 여론 조작 행위가 정치적 의도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여기에 하필이면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라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사건으로 국민이 인터넷에 떠도는 여론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된다면 정말 다행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이미 거의 모든 사람에게 더불어 사는 동반자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인터넷상의 여론 왜곡 행위들을 박멸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인터넷에서 댓글 조작 행위가 왜 창궐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포털들은 구글 같은 외국 포털들과 달리 뉴스 링크를 원천으로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언론사들이 만든 뉴스 이용자들을 최대한 늘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업인 것이다.
한마디로, 제공되는 뉴스의 클릭 수나 댓글 또는 공감 횟수는 포털사업자의 핵심 수익 모델이다. 때문에 포털이나 언론사들은 클릭 수나 댓글을 많이 붙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실제 대다수 포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는 ‘많이 본 뉴스’나 ‘댓글 많은 뉴스들’의 순서를 매기는 별도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그 결과 이용자들은 상위권에 위치한 뉴스나 댓글이 많은 기사를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뉴스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댓글 조작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포털의 뉴스 제공 기능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털이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접근하게 하는 ‘아웃링크’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포털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같은 기계적 알고리즘을 통해 조작된 댓글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개발된 알고리즘 자체가 여론을 왜곡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이를 능가하는 기계적인 방법이 안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fake news)의 숙주로 비판받았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알고리즘 개선 방안을 제시했을 때 많은 전문가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포털의 뉴스 제공 행위에 대한 내외적 규제를 현실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현행법상 포털은 언론사가 아니고, 언론 규제에 포털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포털들의 뉴스 배열은 언론사의 게이트 키핑 행위와 거의 같다. 아니, 영향력 측면에서 더 강력한 게이트 키핑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포털들이 통신 서비스라는 방패 아래 숨기보다 사회적 책임을 지닌 사실상 언론 행위를 하고 있다는 커밍아웃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포털의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대안이 얼마나 효율적일지 지극히 의문이다. 때문에 시각을 달리해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 여론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정제된 언론을 회복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일지 모르겠다. 완전하진 않지만 사람은 이성적이고자 노력하는 존재임을 믿어 볼 필요가 있다. 초기 인터넷 확산 당시 인터넷 음란물에 대한 수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이후 드러난 폐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이 교훈이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