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와 혁신'이 산업계의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아이디어 공유와 모방의 중요성을 지적한 칼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4월 27일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하버드대 로스쿨 특별연구원의 칼럼 '실리콘밸리도 서로 모방하며 배운다'는 애플•페이스북과 같은 혁신 기업도 기존의 서비스를 모방하거나 회사를 인수하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리콘밸리에서는 우수한 엔지니어가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상품 개발 계획을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며 아이디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의 대•중소기업 또한 실리콘 밸리와 선전(중국), 벵갈루루(인도)에 있는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새 첨단 기술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비벡 와드와 특별연구원의 조선일보 칼럼 전문이다.


실리콘밸리도 서로 모방하며 배운다


한국은 오랫동안 '모방 국가(copycat nation)'로 알려져 왔다. 가전제품을 비롯한 소비재 대부분이 미국이나 일본의 저가 모조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며 삼성전자를

▲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론대•하버드대 로스쿨 특별연구원

고발했고, 삼성전자의 성장 속도를 늦추기 위해 경솔해 보이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모두가 가장 뛰어난 모방꾼들이기 때문에 경쟁사를 모방꾼으로 고소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경쟁사 제품을 베끼는 데 매우 뛰어나다. '아이디어 공유'와 '모방'은 실리콘밸리가 미국 기술산업계에 가장 거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일례로 스티브 잡스는 캘리포니아주의 팰로앨토(Palo Alto) 소재 리서치센터에서 윈도 인터페이스를 모방함으로써 매킨토시를 만들었다. 그는 "피카소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했다. 우리는 항상 위대한 생각들을 훔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도 마크 저커버그가 마이스페이스와 프렌드스터라는 소셜 미디어를 본뜬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페이스북 스토리는 스냅챗의 모방본이고, 페이스북 라이브는 미어캣과 페리스코프의 가장 뛰어난 점을 결합한 산물일 뿐이다. 페이스북은 와츠앱을 모방하다가 시장점유율이 잘 올라가지 않자 그 회사를 통째로 사버렸다. '훔치는 게 통하지 않으면 그 회사를 사라!' 이것이야말로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비밀 중 하나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행위를 '모방'이나 '도둑질'이라고 하지 않고 '지식 공유(knowledge sharing)'라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옮기는 이직률이 매우 높다. 뛰어난 엔지니어들은 한 직장에서 3년 이상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들은 경쟁사로 곧바로 가거나 스스로 회사를 창업하는 걸 아주 당연시한다. 이런 분위기는 '비경쟁 합의(Non-compete Agreement·근로자가 퇴직한 뒤 일정 기간 경쟁사에 취업하거나 동종 회사를 창업하지 않겠다고 고용주와 맺는 약속)'를 금지하는 캘리포니아주의 법에도 반영돼 있다.

그래서 당신이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있는 팰로앨토 시내 한 커피숍에 들어가서, 그곳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상품 개발 계획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떤 기업이나 국가도 모방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매우 빨리 움직여야 한다. 기업들은 노후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사의 기존 기술을 적극적으로 제거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 애플이 이를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가 애플의 노트북 판매를 감소시키지 않을지, 아이폰의 음악 플레이어가 아이팟 구매를 줄이진 않을지 걱정하지 않았다. 경쟁사들이 애플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동안 애플은 더 빠르게 앞으로 움직였다. 삼성전자도 애플처럼 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모방했지만 특색이나 기능 면에서 아이폰을 뛰어넘은 제품을 만들어 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많은 기회와 위기들이 있다. 인공지능, 컴퓨팅, 네트워크, 센서 등에서 수조달러 규모의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낡은 산업 파괴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때 서구 기업들만이 접근 가능했던 첨단 기술을 지금은 베이징에서 뭄바이, 팰로앨토에 이르는 세계 곳곳의 기업가들이 놀랍게 해내고 있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 도처에 있는 최고 아이디어들에서 배우는 것이다. 창업가들과 기업 임원들이 한데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과거에 해온 '모방'과 이에 바탕한 '혁신'을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대·중소기업인들은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와 선전(深圳·중국), 벵갈루루(인도)에 있는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을 예의 주시하고 새 첨단 기술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최고의 아이디어를 모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말고 우수한 유망 기업에 투자나 인수합병(M&A)을 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혁신과 파괴가 전 세계에서 빠르게 벌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기업가들은-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또는 그 희생자가 될 것인가-하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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