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투 운동이나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팅 대표 김보름 선수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등 악성 댓글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악플에 대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사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20일자 칼럼 <악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를 통해 "국내 악플 수위가 이처럼 위험 수준에 다다른 데엔 뉴스 유통과 검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털이 불투명한 알고리즘을 제공하다보니, 진영간 입장 차가 큰 사안일수록 의도적인 댓글조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중앙일보는 이 기회에 댓글실명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뉴스보다 실명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의 악성댓글 신고가 절반가량 적다며,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없도록 실명제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중앙일보의 사설 전문이다.

악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악플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악성 댓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최근 미투 운동과 평창 겨울올림픽 등을 둘러싼 무차별적 댓글 공격으로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성폭행으로 고발한 피해자가 악플에 못 견뎌 악플 단 사람들을 경찰에 고발했고, ‘경기 중 왕따 가해’ 논란에 휘말린 평창 겨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보름 선수는 도를 넘어선 악플에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입원까지 했다. 

독도 문제 등 예민한 이슈를 놓고 각국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지는 악플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악플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도가 지나친 게 사실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악플과 선플(좋은 내용의 댓글)의 비율은 4대 1이다. 댓글 가운데 무려 80%가 악플이라는 얘기다. 반면 일본은 우리와 거꾸로 악플이 20% 수준이고 네덜란드는 그보다 더 적은 10%에 불과하다. 이렇게 턱없이 많은 악플의 숫자 자체도 문제지만 악플이 실제 이상으로 과도하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지적했듯이 부정적인 정보가 긍정적인 정보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악플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져 피해 당사자의 고통을 확대 재생산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의 스트레스까지 치솟게 만든다. 

국내 악플 수위가 이처럼 위험 수준에 다다른 데엔 뉴스 유통과 검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의 책임이 적지 않다. 네이버 뉴스엔 하루에 21만 개의 댓글(2016년 7월 기준)이 달리는데 작성자 스스로 삭제하는 비율이 무려 17.3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 변심 때문이라기보다 실시간 검색어나 뉴스 편집 상단에 놓여 화제가 된 기사에 몰려가 배설하듯 과도한 욕설 등을 내뱉었다가 스스로 지우는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본다. 실제로 내용을 제대로 읽고 비판하기보다 먼저 달린 댓글만 보고 비슷하게 악플을 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다 댓글을 단순히 올린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고 포털의 불투명한 알고리즘에 따라 보여주다 보니 진영 간 입장 차가 큰 사안일수록 자기편에 유리한 댓글을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한 댓글 조작 시비가 빈번하게 빚어질 수밖에 없다. 포털에 댓글 관리 책임을 보다 엄중하게 물어야 하는 이유다. 
  
이참에 댓글 실명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도 있다. 전문가들은 2012년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된 게 악플이 더 기승을 부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악플 신고 비율만 봐도 명확하다. 네이버 뉴스의 악플 신고 비율은 2.3%로 댓글이 훨씬 많이 달리는 네이버 카페 같은 커뮤니티형 서비스의 악플 신고 비율(0.1%)보다 오히려 훨씬 높다. 커뮤니티는 주로 회원제 활동이라 사실상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지만 뉴스는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댓글 부분 실명제를 시작으로 포털이 단계적인 실명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