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지역 사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사회적 우려가 높은 가운데,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칼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2부장은 20일자 칼럼 '英 대처 총리 핸드백 속에 있던 警句(경구)'를 통해 만일 국내기업이 GM처럼 공장 문을 닫으려 했다면,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경영인이 사재를 털고 전 계열사를 동원해서라도 공장을 살려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기업인이 죄인 취급을 받는 현실로 인해 대기업에 이어 알짜 중소기업들 마저도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조 부장은 마가렛 대처 前영국 총리가 지니고 다녔다는 경구를 예로 들며 기업 지원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조선일보 칼럼 전문이다.

 

[경제포커스]  英 대처 총리 핸드백 속에 있던 警句

GM이 일방적으로 전북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려도 한국 정부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만약 국내 대기업이 어느 날 계열사나 주요 공장의 문을 닫겠다고 한다면 정부가 어떡할까? 볼 것도 없다. 오너 경영인을 족칠 것이다. 해당 기업의 기초 체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배 구조를 문제 삼고 오너 경영인의 5년, 10년 전 약점까지 들춰낼 것이다. 일부 언론과 노조·시민단체·정치권까지 가세하면 오너 경영인들은 사재(私財)를 털고 전(全) 계열사를 동원해, 문을 닫는 게 당연한 공장마저도 살려낸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문 닫을 기업을 살린 게 죄(罪)가 된다. '왜 망하는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느냐'며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지난 정부가 강요했다고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없다. 실제로 이런 일은 과거 수없이 있었고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면세점 사업권 박탈로 궁지에 몰린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중세시대 면죄부 팔듯이 K 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기부하라고 했다가, 정권 바뀌자 뇌물 공여라고 구속시키는 것도 똑같은 경우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절대로 정치 권력에 맞서지 않는다. 소극적인 반항을 한다.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해외로 나가면 국내에서 범죄단체 취급받는 대기업들도 GM처럼 큰소리칠 수 있다. 한 예로 중국 광저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을 짓기로 한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시(市)와 현지 금융권에서 무려 3조원대의 자금 지원을 받기로 했다. 국내에서 대기업이 지자체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았다가는 온 나라가 뒤집어졌을 텐데, 밖에선 '칙사' 대접이다.

더 큰 문제는 알짜 중소기업들도 한국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6년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액이 61억달러(약 6조6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9개월 만에 2016년 연간 기록에 육박했다. 여기에는 인건비 상승이나 해외시장 개척 같은 이유도 있지만, 최고 65%에 이르는 상속세와 정부·정치권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말도 안 되는 간섭이 지긋지긋한 탓이 더 크다.

제조사들이 한국을 떠난 결과 우리나라는 영세 자영업자의 고용 비중(25.5%)이 유달리 높아 OECD 회원국 중 국가 부도를 겪은 그리스, 독재국가 터키, 산업화가 덜 된 멕시코·칠레에 이은 5위다. 독일·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미국의 4배쯤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 자영업은 미국처럼 기업가 정신에 충만한 창업이 아니라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실직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을 여는 생계형, 실업 회피 목적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영세 자영업의 5년 생존율이 30%를 밑도니,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와 근로자가 작은 파이를 놓고 다투는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돼 버린다.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 주도 성장이 성공하려면 양질(良質)의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그러려면 리더는 욕먹을 각오 하고 기업 투자 회생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던 영국 경제를 되살린 대처 총리는 핸드백 속에 '하지 말아야 할 십계명(10 cannots)'이 담긴 신문 쪽지를 항상 넣어 다녔다고 한다.

"강자를 약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약자를 강하게 할 수 없다. 절약 정신을 폄하하는 것으로는 번영을 가져올 수 없다. 임금 주는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임금 받는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상황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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