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 경기가 올해 내내 '부정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부진이 만성화된 양상을 보였다. 이같은 기업심리 위축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12월 전망치는 96.5를 기록해 19개월 연속 기준선 100에 못 미쳤다. 

올해 내내 기업 심리가 부정적이었는데 이처럼 전망치가 한 번도 기준선을 넘지 못한 해는 외환위기(1997~1998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IMF 외환위기 20년을 맞은 올해는 일년 내내 기업 심리가 '부정적'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국과의 통상 마찰, 북핵문제, 가계부채,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설(1월, 89.9)과 추석(10월, 92.3) 있는 달의 명절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 가정의 달 등 내수진작 기대가 기준선인 100을 넘는 5월 효과(91.7)마저 사라졌다. 최근 20년간 5월 전망치가 기준선을 하회한 해는 올해를 포함 단 4번 뿐이었다.

부정적 전망이 지속되면서 연평균 BSI(93.5)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망치 평균은 2012년 이후 6년 내내 100을 넘지 못했는데, 이처럼 장기간 낮은 수준이 지속되는 것은 부정적 기업 심리가 만성화되었음을 보여준다. 과거 경제 위기 때는 기업 심리가 급격히 하락해서 평균이 2∼3년 연속 100을 하회했다가도, 위기를 극복하면서 곧 회복됐다. 반면 근래의 평균 전망치는 기준선을 넘지 못한 채 장기 침체되는 양상이다.

실적치 역시 부진이 만성화된 모습을 보였다. 11월 실적치는 31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실적치를 부문별로 보면 내수(100.0)는 보합, 수출(100.7)은 호조를 기록했고 이를 제외한 투자(99.3), 자금사정(98.1), 재고(103.5), 고용(99.8), 채산성(96.7) 모두 부진했다. 재고는 100 이상일 때 부정적 답변(재고과잉)을 의미한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수출, 외환보유액, 국가신용등급 같은 거시지표는 개선되었지만 구조개혁과 같은 과제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라며 "최근 IMF 역시 90년대 초반 7%에서 3% 이하로 하락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적하면서 시스템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위기 극복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돌아보고 적극적인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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