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다각도의 투자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 경제 리스크는 북핵보다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할 실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월가에서 한국투자 설명회에 직접 나선데 이어 이번달 11일 김동연 부총리는 뉴욕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올해 들어 계속되는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 섞인 시각을 해소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부의 반기업 편향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을 훼손해 일자리 창출 능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보편적 복지 확대에도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라며 매일경제는 ‘북핵보다 더 큰 시장 리스크는 정책 헛발질’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지적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중소상공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 양대지침 폐지 등 노동유연성에 반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법인세 인상은 한국 수출 기업의 대외 경쟁력 약화는 물론 해외 공장 이전 등의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월가의 우려를 전했다.

다음은 매일경제가 게재한 칼럼의 전문이다.
 

‘북핵보다 더 큰 시장 리스크는 정책 헛발질

지난 한 주간 글로벌 금융 심장 맨해튼의 월가를 찾았다. 북핵 이슈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했다. 사실 북 리스크가 새로운 건 아니다.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오랫동안 한국시장 밸류에이션을 짓누르는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북 리스크가 국정에 대한 아무런 철학 없이 지지층 결집만을 위해 단선적 사고로 좌충우돌하는 도널드 트럼프 리스크와 결합해 시장 불확실성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 키웠다는 게 월가 분석이다. 다만 미·북 간 막말 위협 등 강대강 대치가 실제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현실적으로 군사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임계점을 넘어서는 도발에 나섰다가는 정권 자체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점을 김정은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순간 외교적 대화를 통한 탈출구 모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었다. 월가는 미·북 군사충돌 가능성을 5% 선으로 전망하며 북 리스크가 당장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관리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5% 위험에 지레 투자를 포기할 월가 투자자는 없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이 북핵 리스크를 넘어 상승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작 월가 걱정은 다른 데 있었다. 올 들어 제대로 된 조정 없이 쉼 없이 올라 과매수·고평가 구간 진입 논란에 휩싸인 시장을 기조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최대 리스크로 월가는 인기몰이식 포퓰리즘(대중영합적 행보)이 초래할 정책실수(policy mistake)를 꼽았다. 한마디로 정책 헛발질 경계론이다. 특히 감세 등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역효과 우려가 높았다.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카드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는 게 타이밍이 핵심인데 확장 국면에 접어든 현 경기 사이클상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 실업률은 거의 완전고용 수준인 데다 유휴노동력이 타이트해지고 임금상승 등 잠재적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생산성을 넘어서는 노동비용 상승은 기업경쟁력에 치명타다. 또 신용이 과도하게 팽창하면 기업 설비과잉으로 연결돼 투자효율이 추락한다. 경기회복 국면에서 무리하게 확장적 재정정책을 밀어붙이면 경기과열이라는 독으로 돌아와 예기치 않은 리세션이 더 빨리 올 수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발 잠재적 인플레 압력에 맞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통화정책 실수도 걱정스럽다. 지난 9년간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글로벌 경제가 가파른 금리 인상 충격에 전면 노출되면 급격한 유동성 축소로 발작을 일으키는 테이퍼탠트럼(긴축 발작) 덫에 걸려들 수 있다. 연준이 자산 축소를 통한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에 나선 데 이어 기준금리까지 빠르게 올려야 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긴축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책실수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친노조·반기업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련의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경쟁력을 훼손해 일자리 창출 능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보편적 복지 확대에도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경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은 공약사항인 데다 포용성장 차원에서 정의롭긴 하지만 기업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전체의 5%도 안 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대상도 클 뿐만 아니라 대기업보다는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속도전처럼 펼쳐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개혁 양대지침 폐기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저해해 문재인정부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성과보수제 용도 폐기는 오히려 반개혁적인 데다 국가경쟁력과 맞닿아 있는 대기업을 조준한 법인세 인상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국처럼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의 경우, 노동비용을 생산성에 맞춰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많은 해외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데 스스로 역주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상 등 사업여건이 나빠지면 국내 기업은 물론 국내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도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어 재앙적인(devastating) 충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적지 않았다. 현장 목소리를 듣지도 않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명분에만 집착하는 아마추어리즘으로는 실리를 잃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명분도 손에 쥔 모래처럼 가뭇없이 사라질 수 있다. 이미 긁어 부스럼을 만든 사드부터 시작해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 중단 논란 등까지 불필요한 사회적 분란만 키운 정책 실수가 적지 않다. 과도한 자신감에 넘쳐 성장잠재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속도 위반, 자기 발등을 찍는 또 다른 헛발질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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