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숙 대표

현재 시청률 조사는 가구에서 TV 수상기를 통해 어느 채널, 어느 프로그램을 누가 얼마나 시청하였는지를 피플미터 기기를 통해 조사하는 방법이다.

모바일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이제 TV프로그램 시청은 더 이상 가구의 TV 수상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모바일을 포함한 여러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가능하게 되었고 실시간뿐만 아니라 VOD로도 가능해졌다. 더 이상 ‘본방사수’ 라는 말이 가치를 가질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 광고주들은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가 TV 수상기를 넘어 모바일, 그리고 실시간을 넘어 VOD로 전체 통틀어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에게 도달되고 있는지 전체 현황을 정확하게 알고 싶은 욕구가 발생한다. 이 욕구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TV 수상기 위주의 시청률 조사 방법에서 통합 시청률 조사로 시청률 조사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통합 시청률 조사 지연 광고 유통 구조 때문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통합 시청률 조사는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고 어느 단계까지 발표 가능한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통합 시청률 조사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 통합 시청률 조사를 위한 시도는 있었지만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디바이스를 통해 동일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어도 또 실시간과 VOD를 오가며 콘텐츠를 소비 하고 있어도 피플미터식 TV 시청률 조사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떻게 전체를 통합적으로 소비하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실측한 통계 자료가 전혀 없다.

모바일 TV 시청과 VOD 시청 역사가 어느 나라 보다도 빠르게 시작되었고 또 빠른 속도로 보편화 되어가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통합 시청률이 이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는 모순적 현실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현재 통합 시청률 조사 지연이 마치 시청률 조사 회사의 기술적 문제에 있는 것처럼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어떤 기술도 100% 완벽한 기술이 없다는 것을 상식 선에서 서로 인정한다면 현재 시청률 조사회사의 조사기술로 인해 통합 시청률 조사가 지연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점점 다변화되어 가고 있는 시청자 콘텐츠 흡수 경로에 맞지 않게 현재 우리나라 광고시장의 유통 구조가 잘못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광고시장에서는 TV와 모바일, 인터넷광고가 분리 판매되고 있고, 또 실시간과 VOD 광고가 분리 판매되고 있는 복잡한 광고판매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광고주가 예를 들어 ‘태양의 후예’를 시청할 수 있는 모든 디바이스에 실시간뿐만 아니라 VOD까지 동일 광고를 내보내고 싶다고 한다면 단 한 번의 광고계약 체결로는 불가능하다.

 

광고주는 ‘태양의 후예’ 가 방송되는 지상파 KBS2에 광고를 하기 위해 코바코에 가야 하고, 또 이후 KBS계열 PP사를 별도 방문해야 하며, 뿐만 아니라 ‘태양의 후예’를 모바일로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광고를 하기 위해서 모바일 플랫폼사를 찾아가야 하고, 또 VOD가 보여지는 4개의 VOD 플랫폼에서 각각 서로 다른 광고구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따라서 동일 콘텐츠에 동일 광고를 하고 싶다 하더라도 디바이스별 플랫폼별로 각각 별도로 광고를 구매해야 하는 현 우리나라 광고시장 구조에서 통합 시청률 조사 결과는 그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는 가치 없는 존재가 된다. 통합시청률 조사 결과는 광고주가 동일 콘텐츠에 동일 광고를 디바이스 구분 없이 또 실시간과 비실시간(VOD) 구분 없이 모두 실시하고자 할 때 일일이 서로 다른 광고판매 주체를 방문하지 않고도 한번에 모든 계약을 간편하게 체결할 수 있는 광고시장 구조 하에서만 존재 가치가 있는 데이터다. 통합 광고판매 유통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우리나라 광고시장에서 통합 시청률은 존재 가치가 없다.

다시 말해 통합 시청률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그 조사 결과를 가지고 광고를 구매할 경우가 현 우리나라 광고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광고시장의 어느 주체도 통합 시청률 자료를 구매할 구매자가 없다.

좀 더 상세히 부연설명을 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광고시장 구조에서는 광고주가 예를 들어 KBS2에서 방송한 ‘태양의 후예’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통합 시청률 조사 데이터 대신 지상파 시청률 자료가 필요하고, 재방송되는 PP채널에서 ‘태양의 후예’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시청률 자료, PP 시청률 자료가 필요하다. 모바일에서 ‘태양의 후예’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통합 시청률 자료가 아니라 모바일 자료가 필요하고, VOD에서는 VOD 시청률 자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통합 시청률 조사 결과는 통합 광고를 판매하지 않고 있는 실제 우리나라 광고시장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는 자료이며 따라서 현실적으로 통합 시청률을 산출하더라도 통합 시청률 자료를 구매할 구매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효율적 광고집행 위해 통합 시청률 조사 시행돼야

그렇다면 통합 시청률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통합 시청률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를 생각해 보더라도 통합 시청률은 변화된 시청행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사가 분명하다. 하지만 통합 시청률 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통합 시청률 조사가 실시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정착되기 어려운 시장 환경 요소, 앞서 설명한 잘못된 광고시장 유통 구조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통합 시청률을 둘러싼 이러한 시장 환경적 요소를 이해하지 못한 채 아주 편협적으로 어떤 조사 방법론이 더 타당한지에만 그 범위를 국한하여 지협적으로 통합 시청률 관련 문제를 토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문제는 광고집행 과학화를 가로막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계속 통합 시청률 자료 산출이 필요 없는 것인가? 만약 계속 이대로 통합 시청률 자료가 산출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만약 계속 산출이 지연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방송광고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통합 시청률 자료 없이는 무엇보다도 먼저 동일 콘텐츠에 대한 국민 총소비량을 알 수 없다. 광고주로서는 동일 콘텐츠에 대한 전체 소비를 알아야 각 구간별 즉 디바이스별, 플랫폼별, 실시간과 VOD 콘텐츠별 소비 점유율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매체기획을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각각의 플랫폼에서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각각의 다른 기준으로 산출된 시청자 콘텐츠 소비 정도를 가지고는 광고주로서는 주어진 예산으로 어디에다 얼마의 광고를 언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광고집행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두고 너무나 원시적인 광고집행 방법이다.

또한 통합 시청률 조사 결과 없이는 실로 어떤 콘텐츠가 가장 소비력이 강한 콘텐츠인지, 또 최강의 콘텐츠인지 알 수 없다. 그 결과 앞으로 더 좋은 콘텐츠 기획 제작에도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식의 기획이 계속되어야 하고 이러한 정보 한계성으로 인해 마침내 콘텐츠 개발 시장에 빨간 적신호가 일어날 수 있다.

 

광고 통합 유통 구조 제안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정부가 풀어야 한다. 새 정부는 동일 콘텐츠에 광고하고자 하는 동일 광고주가 편리하게 통합 방식으로 광고를 구매할 수 있도록 각각 현재의 광고판매 주체들의 광고판매 권리를 지금처럼 인정하면서 동시에 광고주가 한번에 간편하게 전체를 집행할 수 있는 개선된 ‘광고 통합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광고시장 유통 구조 개선에 우선적 관심을 갖고 지난 정부에서처럼 통합 시청률 조사방법론에만 주 시간을 소비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우리나라 광고시장에서도 전체 콘텐츠 소비를 알지 못한 채 파편적 데이터로만 디바이스별, 플랫폼별로 광고를 타당한 기준 없이 집행하는 시대가 빨리 종결되어야 할 것이다. 광고시장의 활성화는 경제 활성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며 광고시장의 효율성은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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