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규섭 교수

현재 한국의 언론생태계는 붕괴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언론생태계 붕괴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인한 기성 언론사들의 수익모델 붕괴가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포털중심의 뉴스유통이 이를 더 가속화 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함은 물론 광고시장의 왜곡현상을 부추겨 궁극적으로 포털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이제 언론생태계 복원을 위해 포털과 언론사들의 다양한 협력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포털중심의 뉴스유통

한국은 포털을 통한 뉴스 노출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이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 뉴스 소비자의 60%가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30%와 38%의 뉴스 소비자만이 포털을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누구든 1인 미디어를 운영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도래했고 기성 언론의 뉴스유통 독점권력이 급격히 약화되어 언론생태계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의 현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생태계가 거의 붕괴 상태에 도달했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포털중심의 뉴스유통이 있다.

문제는 속칭 ‘가두리양식’으로 불리는 국내 포털의 매우 특이한 수익모델이다. 국내 포털들은 개별 언론사들과 ‘기사 제휴 계약’ 또는 ‘검색 제휴 계약’을 맺고 콘텐츠 제공의 대가로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인 N사의 경우 약 100여개의 언론사와 기사 제휴계약을 맺고 있으며 약 1,000개 이상의 언론사와 검색 제휴계약을 맺고 있다. 기사 제휴계약은 언론사마다 다른 가격으로 맺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검색 제휴계약은 검색 결과에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무료 계약이다.

이런 수익모델이 효율적일 수 있는 것은 기사가 포털의 자체 서버에 저장되고 일단 뉴스 컨텐츠를 통해 트래픽을 유입한 후 ‘인링크’ 정책을 통해 해당 포털 안에서 계속해서 머무르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양질의 노동력을 고용하는 등 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언론사 페이지로 유입되는 트래픽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수익모델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독특한 미디어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포털들은 전혀 다른 수익모델을 채택하고 있거나 매우 제한적인 숫자의 기사만을 인링크를 통해 유통되는 있다.

이미 포털에서의 뉴스 소비방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언론사의 자체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는 빈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언론수용자 의식 조사 2016』에 따르면 2011년과 2016년 사이, 불과 6년 만에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사용자의 비율이 30.9%에서 14.6%로 약 1/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종이신문을 읽는 뉴스 소비자의 비율도 44.6%에서 20.9%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더 이상 노출도가 낮은 기존 매체들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콘텐츠에 광고를 붙여 파는 기존 수익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반면 언론시장에서의 포털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성공여부가 매우 불확실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포털의 1/n 정책과 언론 과잉 현상

이러한 시장 환경의 변화는 유력 언론사들과 포털간의 극단 갈등을 초래했다. 특히 주요 신문들은 포털의 불공정한 수익모델을 비판하며 입법을 통해 포털의 시장 독점행태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포털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모든 언론사를 1/n화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즉 언론사의 명성과 관계없이 모든 언론사의 기사가 동일하게 노출되도록 만드는 뉴스 제시 및 검색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일별 인기검색어 상위 20개에 대한 검색결과의 첫 화면에 올라오는 기사목록을 분석한 결과, 언론사의 명성과 관계없이 모든 언론사가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포함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령 신문사들의 매출과 검색결과 첫 페이지에 걸려 나오는 확률간의 상관관계는 0에 가까웠다.

이러한 포털의 알고리즘 정책은 1인 미디어 등 함량 미달의 군소 언론사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어느 언론사든 주요 포털과 검색제휴 계약 체결을 성사시키면 일단 기사의 유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자극적인 소재의 기사를 생산할수록 더 많은 트랙픽을 유입하여 높은 광고수입으로 연결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 결과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총 언론사 숫자는 약 7,500 →19,000개로 250% 증가했고, 인터넷 언론사 숫자는 약 290 →6,600개로 무려 23배가량 급증했다.

반면 뉴스 소비자들은 언론사의 브랜드 파워에 무감각해져 더 이상 유력 언론사의 기사 위주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 필자는 2016년 약 1,000여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에서 뉴스 소비자를 두 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누어 한 그룹은 언론사의 로고를 붙이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를 제시하고 나머지 한 그룹은 같은 기사에 여러 언론사 로고를 붙여 제시한 후 어느 기사를 읽을 것인지 선택하도록 했다.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어느 영역에서도 유력 언론사의 브랜드 파워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언론생태계 붕괴의 파급 효과

언론생태계의 붕괴는 우리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선 사업성이 악화되다 보니 모든 언론사가 극단적 상업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클릭수를 올릴 수 있는 기사라면 무엇이라도 게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언론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언론사가 자극적인 소재와 논조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필자가 연구하는 정치나 선거의 영역에서 민주주의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유권자의 투표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러한 언론계 전반의 상업화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언론생태계의 붕괴는 기업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기업의 입장에서 이제 기성 언론에 광고를 하는 것은 더 이상 광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언론사가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광고를 유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광고수입을 소위 ‘협찬’ 등을 통해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이러한 협찬성 광고 또는 행사 등에 대한 협찬을 통해 올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포털중심의 뉴스유통으로 언론사 숫자까지 급증하면서 협찬 요청 등과 관련하여 기업들이 대응해야 하는 언론사의 숫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많아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 일부 군소언론사들의 협찬 요구 행태가 거의 협박 수준이라는 것은 홍보업계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언론생태계 복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입법 등을 통해 포털을 규제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우선 표현의 자유 등의 가치와 충돌할 우려가 있고 기성 언론사들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시각이 비판적인 상황에서 입법을 위한 여론 조성이 어려워 보인다. 즉 현재 상황이 포털과 기성 언론과의 갈등으로 프레임될 경우, 여론시장이 기성 언론보다 포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좋든 싫든 이미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데 익숙해져 있어 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포털의 현 영업 형태를 법으로 제한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형태의 독점적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페이스북 등 뉴스유통 시장에서 글로벌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에 대한 배척심리가 강한 국내 여론시장의 속성상 쉽게 포털 규제 여론이 형성되기는 쉽지 않다. 즉 독점이라도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포털들의 논리가 먹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언론사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규제만으로 소비자들의 뉴스 소비행태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랫동안 가져온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DNA를 서비스 제공자의 그것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언론생태계 복원은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생태계 복원을 위한 유일한 대안은 포털과 언론사가 공동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포털을 통해 서비스하는 것이다. 즉 언론사가 가진 뉴스 콘텐츠 생산의 노하우와 포털이 가진 서비스 개발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새로운 서비스 형태를 개발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내 미디어 시장의 환경에 맞는 독특한 수익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조선일보와 네이버가 공동으로 투자하여 운영 중인 JOB& 등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우선 포털이 이러한 서비스 모델의 공동개발을 통해 참여 언론사들에게 공정한 이익을 되돌려주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언론사들 사이에는 초창기 포털의 수익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헐값에 뉴스제공 계약을 맺은 것이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피해의식이 존재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포털의 입장에서도 포털을 통해 유통되는 뉴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언론사 달래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동업자 정신을 가져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콘텐츠 생산 노하우를 가진 언론사들과 협업 모델을 개발하기를 권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포털과 언론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언론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시장에서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가진 언론사들의 경쟁력 제고가 가능해지고 그렇지 못한 언론사들이 도태되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기업들도 무리한 협찬 요구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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