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정책과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질 때

▲ 이시훈 교수(차기 광고학회장)

역대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서 광고 정책은 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시장 기능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인터넷영역은 자유방임적 정책을, 경제적 토대가 취약해진 신문영역은 지원 정책을, 여전히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방송 영역은 규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고민해왔다. 공민영방송체제의 장기적 로드맵 부재, 효율성의 산물인 미디어렙 제도를 규제의 장치로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각, 유료방송 시장이 급격히 통신시장에 편입되어가는 문제 등이 상존하고 있는 시장에서 광고제도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적거나 거의 없다. 미디어 재원에 대한 포괄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미디어 전반인 몸통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엽적인 논의에 머물러왔다.

미디어의 재원은 크게 보면 세 가지이다. 첫째는 공영방송의 근간이 되는 수신료이고, 둘째는 유료방송의 주된수입원인 시청료, 그리고 마지막이 광고이다.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미디어 이용을 저렴하게 때로는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는 동시에 광고주가 다수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미디어 정책에서 재원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의건전한 발전과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적 토대가 튼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미디어 정책의 주된 관심은 미디어 통제 기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공영방송의 이사를 누가 추천하고, 사장을 어떻게 임명할 것인가, 재허가를 어떻게 하고, 내용심의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흔히 말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과잉 관심인 것이다. 미디어 재원의 정상화를 위한 수신료 현실화, 광고시장의 비대칭 규제의 해소, 광고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은 늘 정책의 후순위였다. 미디어를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결여된 결과이고, 미래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과거의 틀 속에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맞이하여 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개선 방안은 크게 법률적, 제도적 개선 방안, 불합리한 업계 개선 방안, 광고산업의 과학화를 위한 개선 방안으로 나누어 말하고자 한다.

 

법률적, 제도적 개선 방안

방송광고 유형의 법정 조항 폐지 등 규제 완화

방송법 제73조 ②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방송광고는 1. 방송프로그램광고, 2. 중간광고, 3. 토막광고, 4. 자막광고, 5. 시보광고, 6. 가상광고, 7. 간접광고 등 7개 유형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방송광고는 방송사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인 바, 그 유형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세세한 규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광고 포맷의 시도를 억제하는 문제점도 지닌다. 따라서 프로그램 내 광고와 프로그램 외 광고로만 구분하고 광고의 총량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지상파방송사의 중간광고 금지 조항도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2016년 필자가 광고주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72%로 높았으며, 집행의도는 84%로 더 높았다. 현재 방송매체 중에서 중간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유일한 매체인 지상파방송광고는 과거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중간광고가 금지된 이후 여러 가지 환경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광고주들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 중 하나가 결합판매제도이다. 결합판매는 지상파방송 미디어렙 2개 회사에만 부가하는 부담이다. 즉 인기 있는 매체사의 광고와 그렇지 않은 매체사의 광고를 함께 패키지화하여 판매하는 제도로 정부 고시에 의해서 결합판매의 최소 비율을 보장하여 중소방송사의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방송의 균형 발전에는 도움이 되는 제도이지만 주요 지상파방송사도 광고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어려움이 지속적이고 구조화될 것이 자명한 가운데 결합판매의 부담을 언제까지 지워야 할지 의문이다. 또 광고주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광고를 구매해야 하는 비효율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중소방송사에 대한 지원은 광고판매 지원이 아닌 콘텐츠 제작 지원이나 장비, 인건비 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으로 방향을 변경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불합리한 업계 관행에 대한 개선 방안

① 언론사의 과도한 협찬의 개선

협찬은 언론사의 행사를 후원하고 회사의 이름이나 로고를 노출하는 홍보활동의 일환이다. 그런데 언론사들이 유사한 행사의 협찬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어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언론사에 광고비와 협찬비를 구분하지 않고 총액을 배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총액의 범위 안에서 일부는 광고로, 일부는 협찬비로 집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사의 행사나 후원 협찬이 증가하면서 광고비 집행액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체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금액의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광고나 협찬이나 관계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협찬의 경우에는 광고회사, 광고제작사, 조사회사 등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광고산업에 자본의 직접적 유입이 없게 된다. 오히려 호텔, 연사 등 컨벤션, MICE 업계로 광고재원이 흘러가게 된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광고주들이 연간 언론사 협찬 후원 회수가 평균 115회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3일에 1회 꼴로 협찬을 하는 언론사 행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사별 행사 수를 축소하고 유사한 행사의 개최를 지양하고 특색 있는 행사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또 협찬 행사의 효과에 대한 사후 분석이 필요하며 협찬을 요구하는 언론사 부서도 일원화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② 온라인 뉴스 시장의 건전화

온라인뉴스 시장 건전화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온라인, 모바일을 이용한 뉴스 소비가 증가하면서 인터넷신문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현재 6,000여개 이상이 되어 난립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신문사들이 언론 본연의 역할보다는 기사 검색 수를 늘려서 광고주를 유치하거나 광고홍보형 기사를 작성해서 판매하는 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타 인터넷신문사

의 기사를 베껴 쓰거나 기사 제목만 바꾸어 다시 게재하는 어뷰징 뉴스도 문제 중 하나이다. 303개 인터넷신문사의 자율적 참여로 구성된 인터넷신문위원회가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인터넷신문사에 내린 제재 건수가 총 746건에 이른다고 한다. 위반 유형을 보면 표절금지 위반이 46.1%였으며, 기사와 광고의 구분 위반이 36.2%, 출처 표시 위반이 13.1% 등이었다.

이러한 인터넷 신문사가 존립할 수 있는 배경에는 포털이 있다. 난립한 유사언론의 기사가 검색되고 유통되는 장이 포털이기 때문이다. 포털들에게 이러한 유사언론 기사들이 유통될 수 없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고산업의 과학화를 위한 방안

① 광고산업 과학화 인프라 구축

광고산업의 과학화를 위한 자료 생산에 매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광고산업의 과학화는 표적 소비자에 대한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효과를 예측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방송에서는 시청률이고 인쇄 미디어에서는 발행부수 또는 열독률 조사이다. 몇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시청률 조사만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복수 사업자의 경쟁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사업자의 수익성을 제외하고 방송시청률 조사는 본 궤도에 올라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다음 단계인 통합시청률의 조사에 대한 지원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동일 콘텐츠 또는 광고가 다른 매체나 미디어 기기에서 노출되는 양을 통합하는 작업이 광고업계에서는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쇄매체에서는 발행부수공사제도인 ABC 조사의 오프라인 공사와 온라인 공사 결과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발행부수 중심의 부수공사인증은 그 의미가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온라인 방문자 수 또는 페이지뷰와 통합하여 인증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② 동영상 광고표준화 추진

광고산업의 표준화 이슈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광고규격, 효과측정, 요금 및 거래관행에 관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어왔다. 이중 몇 가지는 실현되었고 몇 가지는 표준화 방안만 마련되어 있고 업계에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업계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사업자들에게 광고표준화 결과는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여러 표준화 이슈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동영상 광고관련 표준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최근 동영상 광고가 TV,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에서 표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동영상 광고에 표준화된 태그만 심어주면 손쉽게 노출 상황을 알 수 있는데 이 작업을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광고주들이 광고회사, 매체사에 강력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 광고표준화 연구를 수행한 경험상 광고주들은 광고표준화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있거나 관심이 적은 경우가 많았다. 광고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동영상 광고의 노출여부 검출을 위한 태그 삽입의 표준화는 쉽게 가능하리라 본다. 표준화된 태그 삽입에 협조하지 않는 매체사들에게는 광고집행을 안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또 제3자 인증(audit)을 광고주가 매체사에 요구할 수도 있다.

 

정부의 철학에 따른 우선순위 두어야

지금까지 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한 개선 과제를 제안하였다. 이중 몇몇 방안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추진하였지만 쉽게 실현되지 못한 것들이다. 이해관계에 따라서 어떤 이슈든지 반대를 하는 사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도라는 것이 개선 효과가 있으면 반대급부로 역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집단도 존재한다. 지상파 중간광고를 재허용할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은 직접적인 이익을 보지만 여타 매체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 단계 높은 위치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 즉 광고시장 발전을 위해서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광고시장은 공공성보다는 산업적 측면에 방점을 두어야 성장을 할 수 있다. 규제 폐지와 관행 개선 과제들은 모두 광고산업의 시장성 회복에 초점을 둔 것들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새 정부는 진흥과 지원에 힘씀과 동시에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 폐지에 앞장 설 것을 주문해 본다. 모든 것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기에 새 정부 철학과 국정방향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두어서 하나하나 모두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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