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회복됐다는 정부의 공식 평가가 나온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KDI가 성장률을 올려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KDI는 18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지난해 말 경제전망 때보다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KDI가 그해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KDI는 5월 전망에서 2013년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가 11월 전망 때 2.8%로, 다음 해인 2014년 성장률을 3.6%에서 3.7%로 올려잡았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KDI 시각이 좀 더 낙관적으로 변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완연하게 증가하는 탓이 크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미약한 회복세에 그치던 수출은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5개월 연속 늘어나며 2011년 12월 이후 최장 기간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는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75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수출 확대는 세계 경제 회복과 맞물려 있다.

세계 경제는 교역량과 산업 생산이 완만하게 확대되고 경기 선행지수도 기준치인 100에 도달하면서 부진에서 점차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KDI는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대외수요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호황도 지속하면서 수출 물량이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금액 기준 수출입도 유가 상승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민간소비의 증가세는 아직도 미약한 편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 1.0%, 3분기 0.5%, 4분기 0.2% 등 갈수록 낮아졌다. 전년 동기로 보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5% 늘어나는 데 그쳐 2∼3%대를 기록한 1∼3분기보다 저조했다.

소비가 부진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 4분기 2.1% 증가하며 3분기(3.6%)보다 성장률이 꺾였다. 소비가 뚜렷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전년보다 0.6%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증가 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 인상을 반영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오히려 0.4% 줄어 7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서 소비 여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소비 활성화 정책이 없어서 민간소비가 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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