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 지난해 사상 최대로 치솟은 가운데 청년층의 소비도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탕진잼’이란 신조어가 떠오르고 있다. SNS 상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 '탕진잼'은 다 사용해서 없앤다는 의미의 '탕진'과 재미를 줄인 '잼'이 합쳐져 생긴 신조어로, 적은 금액으로 최대 만족을 누리는 2030 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다.

보통 몇천원 수준의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이 '탕진잼'의 대상이다. 예를들어 롭스,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나 다이소 등에서 1000원짜리 양말을 10켤레와 2000원짜리 메니큐어를 색깔별로 여러개 사고 화장솜, 면봉 등을 구입해 정해진 쇼핑한도 내에서 마음껏 낭비하는 형태다.

거의 최저가 제품들로만 불과 2~4만원을 낭비하는 것조차 경제력이 달리는 청년층들은 '탕진'이라고 자조하며 씁쓸함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탕진잼’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인형 뽑기’다. 예전에는 인형뽑기 기계나 인형뽑기 방이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번화가나 젊은이들이 많은 대학가에는 어김없이 인형뽑기방이나 기계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인형뽑기방 점포수는 크게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인형뽑기방은 지난해 8월 기준 157곳으로 늘었고, 10월에는 415곳, 11월에는 500곳으로 급증했다. 불과 2년 사이 무려 24배 증가한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점포수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인형뽑기방 점포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가운데 29세 이하 가구의 지난해 3분기 소비지출은 205만742원으로 5년전 201만4451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5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9%대가 넘어 사실상 소비지출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반면 5년새 집값과 전월세금이 오르면서 주거비 지출은 39세 이하 가구 기준으로 51.9%나 늘었다.

아울러 청년층의 소득문제뿐 아니라 이들의 인구마저 감소추세에 접어 들었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지속되고 내수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적은 돈을 탕진하고 그에 따른 성취에서 기쁨을 느끼는 젊은 층의 소비트렌드가 불황의 그늘로 성공과 노력의 상관관계가 무너진 현 세태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무리 고생하고 노력을 해도 성공할 수 없는 시대에는 일종의 체념주의, 패배주의가 퍼지게 된다. 뽑기 열풍은 불황기에 도박이 늘어나는 것과 유사한데, 노력해서 이룰 것이 없을 바에야 즉각적인 결과를 얻고 말자는 심리의 일종”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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