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대선을 앞두고 페이크뉴스(가짜뉴스)에 대해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페이크뉴스의 원인과 문제를 지적한 문화일보의 칼럼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0일자 칼럼을 통해 페이크뉴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크뉴스가 급증하게된 원인으로 생산보다 유통이 중요해진 오늘날의 언론환경과 SNS를 꼽았다.

이 교수는 페이크뉴스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의 자유로운 뉴스 소비행위를 위축시키기보다는 페이크뉴스 퇴치를 선언한 페이스북과 같이 SNS 업계의 자정작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재진 교수의 문화일보 칼럼 전문이다.
 

‘페이크 뉴스’ 표현자유 아닌 犯罪
 

이재진 한양대 교수

저널리즘의 본령은 진실 보도다. 비록 완벽한 진실 보도가 어렵다 하더라도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보도하는 게 언론의 의무다. 언론의 자유가 헌법적으로 보장받는 것도 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진실 보도가 중요시되는 것은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뉴스가 가짜, 즉 페이크 뉴스(fake news)라고 한다면 이는 언론의 자유 선상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닌 ‘범죄(犯罪)행위’라고 할 수 있다.

페이크 뉴스는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예컨대,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든지, 아동 성(性)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페이크 뉴스로 드러났다. 이런 페이크 뉴스가 SNS에 퍼지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페이크 뉴스가 급증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무엇보다 뉴스의 소비에 있어 이전에는 누가 생산했는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 생산자가 유통까지 담당하면서 뉴스가 가짜인지 아닌지에 대한 우려는 할 필요가 없었다. 만일 뉴스의 진실성이나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면 생산자가 이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보다는 유통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했다. 또 다른 이유는, 페이크 뉴스가 SNS를 통해서 유통된다는 점이다. 파급력이 크고 누가 생산자인지 알기 어려운 매체적 속성으로 인해 페이크 뉴스가 급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페이크 뉴스는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해 퍼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선친묘소 퇴주잔 논란’ 뉴스는 페이크 뉴스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와 관련해 가짜 뉴스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페이크 뉴스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통시킨 사람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페이크 뉴스의 폐해가 선거에 있어서 대단히 클 수 있다는 우려에 근거하고 있다. 

선거기간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악의적인 페이크 뉴스가 문제가 된 독일도 정부 차원에서 페이크 뉴스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 중심의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유통이 중심이 된 뉴스 소비 상황에서 정부 중심의 규제는 생산자보다는 유통자인 SNS 플랫폼 운영자에게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해 소비자의 자유로운 뉴스 선택 행위를 규제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SNS의 매체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정부 주도의 규제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좋은 방식은 SNS 플랫폼 운영자의 자율 규제다. 마크 저커버그는 처음에는 페이크 뉴스 문제의 심각성을 부인하다가 페이스북이 허위 정보를 양산한다는 각계의 비난을 받고서야 페이크 뉴스 퇴치를 선언했다. 그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페이크 뉴스 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가짜 뉴스를 탐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하며, 언론을 포함한 전문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페이크 뉴스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경우에도 결국 유사한 규제 방식을 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뉴스 이용자들이 합리적 의심을 통한 뉴스 수용이 해결책이 될 것이나, 유통이 중심이 된 뉴스 소비 환경에서 SNS 플랫폼 운영자가 주체가 된 규제가 현재로선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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