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분기 GDP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7%로 발표해 우리 경제가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움직일 기미가 없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꼬집은 사설이 주목받고 있다.

문화일보는 25일 <경제危機보다 더 심각한 건 ‘경제 인식의 위기’>라는 사설을 내고 정부가 민간 연구소가 발표한 마이너스 성장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내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문화일보의 사설 전문이다.

경제危機보다 더 심각한 건 ‘경제 인식의 위기’

경제성장률 ‘0%대 행진’이 멈출 기미가 없다. 한국은행은 25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고 밝혔다. 4분기 연속 0%대에 주저앉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3분기 1.2% 성장을 제외하면 2014년 2분기(0.6%) 이래 줄곧 1%를 밑돌고 있는 셈이다. 저성장의 고착화가 우려 아닌 현실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더 큰 걱정은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일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최근 낭패(狼狽)는 수출에 결정타다. 가계부채 ‘폭탄’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부동산 시장 활황도 거품 붕괴를 우려할 단계까지 와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휘몰아칠 보호무역주의와 12월 미 금리 인상 등은 한국 경제 근간을 흔들 ‘핵폭탄급’ 변수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 인식은 안이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24일 국회 예산안 연설이 단적인 예다. 그는 연설 초입부터 “우리 경제구조가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제 기초가 보다 튼튼해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노력으로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선정됐다.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이 됐다”고도 했다. 

수치상 그렇더라도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자화자찬이다. 국민의 90%가 현 경제 상황을 위기로 인식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경제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는 더 큰 문제다. 그는 묵묵히 성장절벽을 극복할 묘책을 짜내도 모자랄 판에 민간연구소가 4분기 마이너스 성장 전망을 내놓자 “동의하기 어렵다”며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이러니 비상상황을 뚫을 유일한 돌파구인 구조개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경제 위기’보다 더 심각한 게 ‘경제 인식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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