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양선희 논설위원

오늘(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포털도 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일보 양선희 논설위원은 27일 ‘김영란법이 놓친 언론의 사각지대’라는 칼럼을 게재하고, ‘언론중재법상 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뉴스 유통의 중심부에 있는 포털이 법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양 논설위원은 “‘포털뉴스 유통구조’는 세계에 유례없이 우리나라에만 있다. 포털 모바일 메인화면이 뉴스 편집화면이고, 인터넷에도 뉴스 편집 사이트를 운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업체들은 뉴스를 자체 생산하진 않고 뉴스 생산업체의 뉴스를 기계적 알고리즘으로 편집해 보여주는 것이니 언론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순서를 정해 뉴스를 나열하는 편집 행위는 그 자체로 언론 행위다. 또 포털에서 어떤 뉴스를 미느냐에 따라 시중 의제가 설정된다. 의제설정(agenda setting)의 주 플레이어가 어떻게 언론이 아닐 수 있나”며 반문하며 “한국 최대의 언론사는 포털이다. 그럼에도 뉴스 생산을 안 하므로 언론사가 아니다는 포털사의 터무니없는 궤변에 놀아나 법적으로도 그들을 언론사에서 제외하고 책임을 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양 논설위원은 “뉴스 유통엔 책임감과 도덕성이 따라야 한다”며 “뉴스 서비스를 주업으로 하는 포털은 이제 언론사임을 인정하고, 정부도 언론사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포털도 김영란법을 포함해 이 사회 여론과 언론에 책임과 의무를 함께하며 메이저 언론으로서 한국 언론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며 글을 마쳤다.

다음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양선희 논설위원의 칼럼 전문이다.
 

[양선희의 시시각각] 김영란법이 놓친 언론의 사각지대

드디어 ‘D-Day’다. 오늘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혹자는 대부분의 개혁입법이 그러했듯이 이 법도 초기에만 반짝하고 3년 안에 사문화될 거라며 삐딱하게 전망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기대하는 바가 크다. 문제의식조차 없이 일상화됐던 접대·촌지 문화, 이렇게 쌓은 인연에 기대 청탁하고 들어주는 것을 미풍양속이라고 우기던 뿌리 깊은 관행이 실로 악습이며 범죄라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개인적으로 더 기대되는 게 있다. 언론계의 부조리한 관행에 대한 각성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후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언론인과 관련된 가장 큰 우려는 ‘악의의 권력이 법을 이용해 언론인을 감시하며 재갈을 물리는 데 이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민되는 문제이긴 하다. 하나 어차피 악의의 권력은 이 법이 아니어도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 이런 권력과의 투쟁은 언론의 업무영역이기도 하다. 오히려 언론인 매수가 어려워지고 매수되는 언론인을 견제할 수도 있고 언론인 스스로 취재와 접대의 모호한 경계선을 분명히 깨닫는 계기가 될 거다.

언론과 관련한 김영란법의 맹점은 오히려 이 법이 포함하지 않은 영역에 있다. 이 법은 홈쇼핑업체 종사자까지 언론에 포함시키지만 정작 우리나라 뉴스 유통의 중심부에 있는 네이버·다음과 같은 포털은 포함하지 않는다. 언론중재법상 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다.

한데 ‘포털뉴스 유통구조’는 세계에 유례없이 우리나라에만 있다. 포털 모바일 메인화면이 뉴스 편집화면이고, 인터넷에도 뉴스 편집 사이트를 운영한다. 한국 뉴스 소비자의 60% 이상이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볼 만큼 막강하다. 한데 그들은 언론사가 아니다. 그러니 아무 뉴스나 마구 유통시키면서도 무책임한 자유를 누린다.

포털업체들은 뉴스를 자체 생산하진 않고 뉴스 생산업체의 뉴스를 기계적 알고리즘으로 편집해 보여주는 것이니 언론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나 뉴스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은 구글처럼 특정 주제를 검색했을 때에만 관련 뉴스가 검색되는 것을 말한다. 순서를 정해 뉴스를 나열하는 편집 행위는 그 자체로 언론 행위다. 또 포털에서 어떤 뉴스를 미느냐에 따라 시중 의제가 설정된다. 의제설정(agenda setting)의 주 플레이어가 어떻게 언론이 아닐 수 있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 뉴스 생태계의 무질서함,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주요인으로 꼽히는 ‘언론과잉’ 현상의 주범은 한국의 포털뉴스 구조”라고 지적했다. 언론학자들은 한국 언론 유통구조를 ‘가두리 양식장’에 비유한다. 포털이 뉴스 생산업체를 포획해 그들이 생산하는 모든 뉴스를 조정한다는 의미다. 마구잡이로 유통시켜주는 업체가 있으니 늘어나는 건 언론사다. 언론사 수는 2014년 기준 1만 개, 이 중 인터넷 언론사만 6000개가 넘었다. 포털은 언론을 표방한 사이비와 황색 언론에도 뛰어 놀 공간을 제공하며 뉴스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포털의 승자가 되기 위해 언론사들은 ‘클릭질’을 유도하는 센세이셔널리즘에 빠지고 어뷰징을 일삼는다. 제도권 언론사들조차 이 점입가경의 클릭질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털은 의제설정, 언론과잉의 원천, 여론조성의 진원지다. 한국 최대의 언론사는 포털이다. 그럼에도 “뉴스 생산을 안 하므로 언론사가 아니다”는 포털사의 터무니없는 궤변에 놀아나 법적으로도 그들을 언론사에서 제외하고 책임을 묻지 못한다. 왜 다른 나라 포털들은 이렇게 편하게 돈 벌고 사람 끌어모으는 뉴스 편집을 하지 않는지 이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뉴스 유통엔 그만한 책임감과 도덕성이 따라야 한다. 뉴스 서비스를 주업으로 하는 포털은 이제 언론사임을 인증하고, 정부도 언론사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포털도 김영란법을 포함해 이 사회 여론과 언론에 책임과 의무를 함께하며 메이저 언론으로서 한국 언론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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