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이 더 편한 세상에서 오프라인이 살아 남으려면 놀이 가치를 주어야 한다. MZ세대는 전통적 관점에서는 거의 외계인이다. 함께 노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문화심리학자로 잘 알려진 이승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코로나 종식 이후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강의했다. MBN이 주최한 휴넷 라이브세미나는 온라인을 통해 29일 공개됐다.

이승윤 교수는 "이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전환)은 산업의 종류와 크기, 타겟 소비층 등의 구분에 한정되지 말고 모든 업종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신한은행과 농협은 지금은 50~60대가 주요 고객이지만, 20~30대 즉, MZ세대를 위한 디지털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은행을 간 경험이 100명 중 1명에 불과한 대학생들이 그들의 미래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승훈 교수가 정의하는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가잼비’를 추구하며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가 만들 플랫폼을 즐겨 찾는 다는 것이다. 가령, 카카오뱅크는 1주에 1000원씩 넣는 26주 적금을 제시한다. 대학생들은 1,000원씩 넣어봐야 큰 돈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26주 동안 적금을 들면 게임을 완수한 대가로 한정판 선물을 받는다. 즉 소소한 돈을 써서 재미를 얻는 것이 ‘가잼비’다.

기성 업체인 하나은행과 농협도 디지털전환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가상의 시드머니 1억원을 지급하는 주식게임장을 열었다. 게임하듯 투자해서 성과를 내면 선물을 준다. 하나은행은 편집샵인 29cm와 협업하여 강남역에 하나은행 라운지를 열었다. 29cm의 이색적인 디자인 제품을 구경하면서 커피도 마시고, 라운지에서 은행 업무도 보는 곳이다.

이 교수는 “10와 20대는 거의 외계인이다. 기존 은행 어플이나 공인인증서는 절대 깔지 않는다. 어설프게 할인율을 줘도 의미가 없다. 그들과 함께 노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신이 디지털 컨설팅을 자문하고 있는 빙그레를 꼽았다. 빙그레가 출시한 바나나우유는 1974년에 나온 브랜드다. 그러나 SNS 마케팅으로 MZ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하루 80만개를 팔 만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Z세대의 소비적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기업은 바로 ‘오늘의집’이다. 기성 세대는 과거에 열심히 재산을 모아 미래에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층은 5평 원룸에 살더라도 그 원룸을 자신의 색깔에 맞춰 꾸민다. 할수 있는 한에서 현재를 충족시키는 삶을 사는 것이다.

‘오늘의집’은 구조 별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자기 집과 같은 곳(5평 원룸)을 어떻게 꾸미는지 보여준다. MZ세대은 ‘오늘의집’의 이러한 미디어적 속성에 열광한다. 즉 MZ세대 와 대학생들은 콘텐츠를 잘 만드는 기업을 좋아한다. 전통적인 싸고 빠르게 배송하는 제품이 아니라, 재미있는 콘텐츠를 가진 기업에 모여든다.

이승훈 교수는 비슷한 비즈니스 사례로 시계를 꼽았다. 2014년 9월,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출시 했을 때 시계 산업을 지배하던 스와치그룹은 이를 무시했다. 스마트워치는 1년의 제작기간만 주어지면 스와치도 만들 수 있는 상품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얘기할 수가 없다. 과거에 스와치가 정의한 시계는 시간이 아니라 ‘지위’였지만, 지금은 해외 어디서도 유명한 맛집을 안내해 주고 24시간 착용자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전자기기’로 애플이 재정의했다.

이 교수는 “이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클라우스 슈밥 회장(세계경제포럼)의 말을 인용하며 모든 기업에게 디지털전환이 중요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특정 분야는 온라인의 영역에 남는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이 편한 부분도 있고 오프라인이 편한 부분도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업들은 에프터 코로나를 준비한다. 새로운 고객들이 몰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B2B•B2C가 아닌 ‘H2H’의 시대

이승훈 교수는 "앞으로 H2H, 즉 'Human to Human'의 시대가 열린다"고 분석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서 물건을 파는, 소비자면서 동시에 판매자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교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이용하는 서비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라방(라이브 방송), 즉 라이브커머스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쿠팡은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었지만, 라이브커머스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대답하고 인사를 해주는 양방향 서비스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가 라이브커머스를 만들었고, 이제 실시간 검색에서 인플루언서 검색으로 인터넷 권력이 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아마존이 만든 패션 플랫폼 ‘더드롭’이다. 아마존은 직접 루이비통, 샤넬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들은 유명한 패션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디자인한 브랜드와 제품들을 더드롭을 통해 소량으로 주문 제공한다. 모든 제품들은 100% 완판된다.

아마존은 ‘더드롭’을 통해 내는 수익이 없다. 아마존은 별도의 ‘스타일스냅’ 어플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드롭과 유사한 상품을 만들어 대량으로 판다. 이 사업의 핵심은 바로 ‘인플루언서’다.

국내서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인 ‘더현대서울’이 디지털 전환을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고 이 교수는 꼽았다. 더현대서울은 1층에 객단가가 높은 매장이 아니라 휴식공간, ‘워터폴가든’을 두었다.

단, 입장하려면 현대백화점 어플을 설치해야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2층, 3층에서 쇼핑 쿠폰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들이 비즈니스하는 방식은 “우린 백화점이 아니다. 재밌게 놀려고 만든 공간이다”고 노골적으로 홍보한다.

이 교수는 “온라인이 더 편한 세상에서 오프라인이 살아 남으려면 놀이 가치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미국의 편집 매장인 ‘베타스토어’는 다양한 기업들의 제품을 보여주지만, 판매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즐기고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기업들의 전자제품을 배치하고 월 이용료를 받는 대신, 소비자가 느끼는 고객 경험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자사 매장보다 ‘베타스토어’에서 더 양질의 데이터를 획득 할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이용료를 지불한다.

이 교수는 “어설프게 오프라인 샵을 만들면 이도저도 안된다”며 “디지털을 기반으로 사업을 재정의하라”고 조언한다. “남의 땅(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올렸다면 이제는 내 땅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며 “다이렉트 컨슈머(소비자와의 직접 소통)를 잘해야 데이터를 모으고 사업을 잘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객이 바뀌었기 때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변화된 형태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고객에게 경험을 줘야 한다. 동일한 이야기라도 색다른 형태로 전달해야 한다”며 "현재 영위하는 사업이 굴뚝산업(제조업)이라고 무시한다면 (스와치그룹처럼)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